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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위정척사론 (한메)
위정척사론 衛正斥邪論 정학(正學)의 도통(道統)을 지키고 사학(邪學)을 배척한다는 유교의 벽이론(闢異論)에 바탕을 둔 사상. 조선 후기 서학(西學)의 충격에 대응하여 1866년 병인양요 이후부터 나타났으며, 그 대표적인 인물은 이항로(李恒老)·기정진(奇正鎭)·김평묵(金平默)·최익현(崔益鉉)·유인석(柳麟錫) 등이다. 조선은 건국 초기에 국가지도이념으로 성리학을 받아들여 성종 때부터 조선의 정통사상으로 체계화시켰으나 조선후기 천주교가 도입되어 유교질서를 어지럽히자 이를 사학으로 규정, 비판하면서 위정척사론이 싹트기 시작하였다. 천주교는 충효를 최고의 도덕으로 평가하는 전통적인 예교질서를 부정, 파괴하는 교리이기 때문에 성리학자들은 이를 이단사설로 배척하고, 천주교도를 금수로 규정하는 인수대별적(人獸大別的) 화이의식(華夷意識)을 갖게 되었다. 서양과의 충돌이 천주교의 경우처럼 문화적 형태였을 때, 위정척사론자들의 대응방식은 문화적으로 자기질서를 강조, 보존하려는 벽위사상(闢衛思想)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서양 여러 나라들이 보다 직접적인 통상을 요구하며 물리적 공격으로 나서자 조선 말기의 위정척사론은 보다 직접적으로 영토와 기층사회 자체를 보존, 수호하기 위한 정치적·민족적 배타론, 즉 어양사상(禦洋思想)으로 나타나고 이것은 뒤에 구국애족론·민족자존론으로 그 맥을 이어갔다. 이 사상은 공양학적(公羊學的)인 존왕양이의 춘추대의와 벽이론에 뿌리를 두었으므로 보수적·배타적이었다. 그러나 위정척사론은 일본의 국교 요구와 개항을 위한 조약의 강요를 받게 되자 이를 거부하는 척화의식으로 나타났고, 일본의 조선 침략이 본격화하던 19세기 말엽부터는 의병과 같은 구체적인 형태의 민족적 저항이 나타났다. 조선 말 애국우국의식을 민족주의론으로 발전시킨 사상가는 이항로·기정진이었다. 기정진은 병인양요 때 서양인을 금수로 규정하고 배양의식을 현실적 역사의식으로 구체화하는 한편, 양적 천주교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국력을 배양해야 한다는 내수외양론(內修外攘論)을 역설하였고, 양물금단론(洋物禁斷論)을 펴면서 일찍부터 서양의 경제적 침략성을 간파하고 이를 이유로 개국을 적극 반대하였다. 기정진의 민족자존적 위정척사론을 이어받아 실천한 사람은 기우만(奇宇萬)·송병선(宋秉璿) 등이다. 기우만은 1895년(고종 32) 을미사변의 발생과 단발령의 실시를 계기로 일본의 만행과 위정자들의 친일개화를 응징, 배격하기 위해 의병을 일으켜 항일투쟁에 앞장섬으로써 위정척사론을 행동으로 실천하였다. 송병선은 <벽사론>을 지어 양학(洋學)의 배격과 강화도조약의 체결을 반대하는 한편, 을사조약 체결에 참여한 역신들의 참형을 극간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순국으로써 위정척사론을 실천하였다. 한편 이항로는 애국우국론을 위정척사운동의 이론적 근거로 삼아 천주교를 이단사설로 규정, 극력 반대하여 위정척사운동이 서양세력을 물리치는 근본대책이라고 보았다. 또한 그는 서양제품의 사용금지론 및 불매불용론을 제시함으로써 민족주체성과 민족문화의 자존성을 강조하였다. 이같은 애국우국정신과 문화적 자존의식, 경제적 배타성은 조선 말의 역사적 위기상황에서 위정척사사상의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항일투쟁이라는 위정척사의 실천과 행동화에 원동력이 되었다. 이항로의 위정척사론은 병인양요를 계기로 고양되었고 그의 사상은 김평묵·유중교(柳重敎)·최익현 등으로 이어져 조선 말 위정척사사상의 주류가 되었다. 1880년 수신사 김홍집(金弘集)이 일본에서 가져온 청(淸)나라 사람 황준헌(黃遵憲)이 지은 《조선책략》으로 말미암아 신사척사론(辛巳斥邪論)이 대두하였다. 이 책은 러시아 남하정책의 대비책으로 조선이 친청(親淸)·결일(結日)·연미(聯美)의 외교정책을 수립하고, 서양의 제도와 기술을 배워 부국강병책을 쓸 것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유림들은 이를 개국과 양화를 종용하는 것으로 보고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 이 상소에 대하여 김평묵은 유림을 격려, 고무하는 글을 소청(疏廳)에 보냈는데 그의 사상은 인수대별적 화이의식에 근거하고 있으나, 민족자존과 민족문화의 자존을 지키려는 자각된 자주의식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단순히 배타적이고 보수적이라고만 볼 수 없다. 호국적인 사상으로 주체성을 확립하려 한 그의 위정척사론은 조선 말 위정척사운동의 실천이념이 되었다. 최익현은 이항로의 애국우국적인 위정척사론을 이어받아 위국여가적(爲國如家的)인 충의사상과 존왕양이의 춘추대의론으로 승화, 발전시켜 자주적 민족사상으로 체계화하였다. 그의 위정척사론은 척왜척화적인 상소에 의해 구현되었는데, 강화도조약 때 올린 지부복궐척화의소(持斧伏闕斥和議疏)에도 나타나 있으며, 단발령을 계기로 그의 자수사상(自守思想)과 민족주체의식이 더욱 강하게 반영되었다. 또한 최익현은 <기일본정부(寄日本政府)> <창의토적소(倡義討賊疏)> 등의 글을 통해 그의 애국충정을 피력하고 실천적으로 위정척사론을 구현하기 위하여 항일투쟁의 선봉에 섰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다. 위정척사 사상은 단순히 조선 말의 배타적·보수적 사상이 아니라 항일의병운동과 민족독립운동의 지도이념으로 계승, 민족주의사상으로 발전한 면을 중시하여 재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출전 : [한메파스칼대백과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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