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려/조선] 아악 (한메)
아악 雅樂 고대 중국을 기원으로 하여 한국·일본·베트남 등에 널리 전해진 음악. <아정(雅正)의 악(樂)>이란 뜻이고, 국가의 장엄함을 나타내기 위하여 연주되며, 민중 사이에서 즐기는 <속악(俗樂)>과 구별된다. 궁정·사원의 의례·제례에서의 정식 음악이며, 대규모의 악기 편성으로 연주되고, 가무(歌舞)가 따르는 수가 많다. 중국의 문화적·사상적 영향 아래 각국에서 독자적인 분야가 형성되었고, 각 민족 고유의 악기도 사용된다. 현재 중국에서는 쇠멸하였고, 다른 나라에서 전승되고 있다. [중국의 아악] 좁은 뜻으로는 유교사상에 바탕을 두는 천지종묘를 위한 제사 음악을 뜻하며, 넓은 뜻으로는 궁정의 오락용 음악인 연향악(宴饗樂)을 포함한다. 아악이란 명칭은 춘추시대에 공자(孔子)가 정(鄭)·위(衛)나라의 음악을 정성(鄭聲), 순제(舜帝)나 주(周)나라의 문왕(文王)·무왕(武王)이 지었다는 음악을 아성(雅聲)이라 칭하고, 특히 학자를 존중한 데서 시작된다. 전설로는 주나라의 문왕·무왕 때(BC12세기) 이미 문무(文武)의 무(舞)가 정해져, 6률(律) 6려(呂), 5성(聲) 8음(音) 6무(舞)로써 대합주를 했다고 한다. 전국시대가 되면, 제자백가 가운데 유가(儒家)가 예(禮)를 숭상하고 인(仁)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 예악사상(禮樂思想)을 주창하고, 이것을 사상적으로 표현하는 정통의 음악으로서 아악을 자리잡게 하였다. 당시에는 조상을 받드는 <묘제악(廟祭樂)>, 천지자연의 신을 모시는 <교사악(郊祀樂)>, 조정의 오락용인 <연향악(宴饗樂)>의 3가지가 있었고, 악기는 금(琴)·종(鐘)·슬(瑟)·경(磬)·관(管)·약·생(笙)·지·부(缶)·축·어·고(鼓) 등 약 20종을 사용하였다. 이들 악기는 유교의 음양오행설과 결부되어, 우주를 구성하는 8개의 요소 금(金)·석(石)·견(絹)·죽(竹)·포(匏)·토(土)·혁(革)·목(木)이라는 분류에 의해서 각 재질에 따라 8개로 나누어 이것을 <8음>이라 한다. 진(秦)나라의 시황제는 문교통일 정책을 취함으로써 아악은 일단 정체되었으나, 뒤이은 한(漢)나라 때는 전한의 고조(高祖)가 주나라 때의 종묘제사의 악을 부흥시킴과 동시에 태악서(太樂署)라는 아악을 맡아 보는 기관을 설치함으로써 아악은 제도적으로도 확립되었다. 이후 대대의 황제가 악곡의 보충과 정비에 힘써 후한의 장제(章帝)는 교사악으로서 황제(黃帝)·요제(堯帝)·순제 등 여섯 제왕의 덕을 기리는 <6대의 악>을 제정하였다. 이 무렵에는 주나라 전래의 각종 악기에 새로이 서방 전래의 비파(琵琶)·공후 등이 덧붙여져 모두 약 30종의 악기가 사용되었으며, 주제(周制)에는 독립되어 있던 가무가 기악과 더불어 공연되있다. 삼국시대부터 진(晉)·남북조(南北朝)·수(隋)나라에 이르는 동안 정정(政情)이 불안정하여 아악의 발전은 볼 수 없었다. 남조의 송(宋)나라 때는 무제, 문제, 효무제(孝武帝) 등이 아악의 부흥을 꾀하였고, 수나라 때는 우홍(牛弘)이 589년에 송나라와 제(齊)나라의 아악을 채용하였으나 효과가 적었고, 오히려 국가 변동의 틈을 타서 전래한 서역악(西域樂)·조선악(朝鮮樂)과 중국의 속악이 융합된 연향악, 즉 나중에 연악(燕樂)으로 불린 음악이 진전되어 궁정에서 중용되었다. 아악이 국제적인 음악으로서 내용을 충실하게 한 것은 당(唐)나라 때였다. 당나라 때의 아악에는 국가행사에 쓰이는 연향악(좁은 뜻의 아악), 궁정의 오락으로서 북방 동호(東胡) 민족의 음악을 받아들인 호악(胡樂), 한나라 이래의 중국 고유의 속악이 있었다. 일본에는 이 당나라 때의 속악이 전래하였다고 한다. 당나라의 고조는 626년 《예화(予和)》 《순화(順和)》 《영화(永和)》 등 12곡을 모은 <12화의 악>을 제정하였는데, 이것을 <대당아악(大唐雅樂)>이라 한다. 현종(玄宗)은 718년에 여기에다 《계화(械和)》 《풍화(豊和)》 《선화(宣和)》의 3화를 덧붙여 대성하였다. 이 아악을 당나라 시대의 최고봉이라 하여 특히 <개원아악(開元雅樂)>이라고 한다. 원(元)나라 때의 《문헌통고(文獻通考)》에 의하면, 이 아악은 <당상등가(堂上登歌)>와 <당하악현(堂下樂懸)>이 교대로 연주되는데, <당상등가>는 노래를 주체로 하여 기악 합주가 따르는 것이고, <당하악현>은 총 300여 명의 무(舞)와 기악이 융합된 것이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당하악현>이 조선에 하사되어, 현재 한국의 아악은 이 고제(古制)를 전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또 수나라의 악관 정역(鄭譯)이 고안한 7성 12율 84조(調)의 이론이 당나라 때에는 호악·속악의 조명(調名)을 10여 개 받아들인 모양으로 새로이 완성되었다. 하나의 조는 일정한 7음음계로 이루어지는 <율>로써 규정된다는 것으로, 모든 <율>의 계명은 궁(宮)·상(商)·각(角)·변치(變徵)·치(徵)·우(羽)·변궁(燮宮)을 기본으로 한다. 하나의 율에 대하여 각 음을 주음(主音)으로 하여 만들어진 궁조·상조·각조 등의 조가 항상 7가지 성립되며, 12율에 대하여 그 7배인 84조가 이루어진다는 이론이다. 그 일부가 일본에 전하여 아악의 <6조(六調子라고 함)>가 되었다. 당나라 때의 <12화>는 오대십국(五代十國) 시대에는 <12순(順)>, 송나라 때는 <12안(安)>으로 바뀌어 불렸으며, 《고안(高安)》 《이안(理安)》 《정안(靜安)》 등 곡명과 내용이 새로워졌다. 또 호악·속악은 일괄해서 연악(燕樂)이라 하였으며, 좁은 뜻으로는 분명히 아악과 구별되었다. 종묘의 제사에는 종종 이 연악이 가무와 더불어 연주되었다. 북송의 신종(神宗)은 새로운 아악으로서 <대성악(大晟樂)>을 제정하였고, 후에 이것을 교습하는 대성악부(大晟樂府)도 설립하였다. 북송·남송은 아악 연구가 진전된 시대이기도 하여, 칙선(勅選)의 악서(樂書)가 편찬된 외에도 남송의 채원정(蔡元定)은 《연악서(燕樂書)》 《율려신서(律呂新書)》를 저술하였다. 특히 음률에 관한 논의가 성행하였고, 실제로 율을 개정하기도 하고, 완금(阮琴) 등 이것에 맞춘 새 악기가 고안되기도 하였다. 북방민족이 건국한 원나라 시대에는 세조(世祖;쿠빌라이)가 아악을 시도했으나 정착하지 못했고, 명(明)나라 초 1368년에 이르러 <태악(太樂)> <교사(郊祀)의 악(樂)>이 제정되어, 다시 한민족(漢民族)의 전통으로 이어진 아악이 정비되었다. 청(淸)나라 때에는 많은 악곡을 청조풍(淸朝風)으로 개작하고 문무(文武)의 무(舞)도 정비하였다. 그러나 아편전쟁(1840∼42) 후 정국의 불안정이 계속되어, 1912년 청나라의 멸망과 더불어 궁정아악은 쇠멸하였다. 또한 유교배척을 위한 신문화운동의 물결이 퍼져감에 따라 각지의 문묘(공자묘) 아악도 잇따라 폐절되었다. 현재는 자유중국에 청나라 초에 옮겨진 문묘제사의 악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일본의 아악] 일본의 아악은 예로부터 궁정에서 육성된 정통적인 음악이라는 의미에서 현재 궁내청악부(宮內廳樂部)에서 연주되는 전통음악의 여러 종목을 가리키며, 좁은 뜻으로는 그 중에서 중국·한국으로부터 전래된 대륙계의 것을 말한다. 일본 아악의 역사는 5∼8세기에 걸쳐 아시아 여러 지역의 음악 전래로부터 시작된다. 《일본서기(日本書紀)》에 보면, 460년 무렵에 신라의 악인(樂人)이 다수 참여하였고, 612년에는 백제의 미마지(味摩之)가 기악(伎樂)을 교수하였다는 기술이 있다. 신라·백제·고구려의 음악은 삼한악(三韓樂)이라고 하였으며, 683년에는 궁정에서 연주되었다고 한다. 736년에는 임읍악(林邑樂)이, 그 밖에 연대는 분명하지 않으나 도라악(度羅樂)·발해악(渤海樂)도 그 무렵에 전해졌다고 한다. 630년부터는 견당사(遣唐使)의 파견으로 당악(唐樂)이 전해졌는데, 이러한 각국의 음악은 불교와 관련하여 적극적으로 수용되었다. 701년에는 아악료(雅樂寮)가 설치되어 화악(和樂)과 더불어 삼한악·당악이 궁정의 악무(樂舞)로서 교습되었다. 다양한 외래악은 제도적으로 보급되었고, 닌묘천황〔仁明天皇〕 때부터 약 반세기에 걸쳐 점차 일본적인 것으로 변해갔다. 이것을 <헤이안〔平安〕의 악제개혁>이라고 한다. 이 시기에는 신작도 많이 나와 당악에서는 《승화악(承和樂)》 《장경자(長慶子)》, 고려악에서는 《인화악(仁和樂)》 《연희악(延喜樂)》 등이 작곡되었다. 또 821년에는 궁중의례에 있어서의 아악의 제도도 정식으로 정해졌고, 관현(管絃)의 놀이에서도 아악은 활발하게 연주되었다. 무가정권(武家政權) 아래서도 아악은 비교적 잘 보존되었으나, <오닌〔應仁〕·분메이〔文明〕의 난(1467∼77)>으로 도시문화는 파괴되고, 아악은 겨우 칠석(七夕)의 행사에만 남게 되었다. 16세기 후기에는 큰 신사·사원에 전속되어 있는 교토〔京都〕·나라〔奈良〕·텐오지〔天王寺〕의 악인을 합쳐 이것을 <삼방악소(三方樂所)>라 칭하여 아악 부흥의 발판으로 삼았다. 즉, 나라의 고후쿠사〔興福寺〕의 악인과 시텐노사의 악인온 침체되어 있던 교토 궁정의 악인과 합쳐져 아악의 진흥에 기여하게 된 것이다. 에도〔江戶〕 시대에는 3대 쇼군〔將軍〕 도쿠가와 이에미쓰〔德川家光〕가 3방(方) 악인의 일부를 에도성(城) 안의 모미지산〔紅葉山〕에 모아 제사의례 때 연주시컸다. 이것을 <모미지산 악인>이라고 한다. 메이지〔明治〕 시대에 이르면, 아악은 황실(皇室)로 돌아오게 되었다. 아악에 있어서의 비곡·기법전유(技法專有)의 관습은 폐지되고, 1870년 태정관아악국(太政官雅樂局)이 개설되자 삼방악소와 모미지산의 악인은 거기에 소집되어, 자유화에 대해서 합의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1876년과 1888년의 2차례에 걸쳐 신도계(神道系)·대륙계(大陸系)·성악곡(聲樂曲) 모든 분야의 가(歌)·무(舞), 각 악기의 악보가 집성되어 72책으로 이루어진 《메이지선정보〔明治選定譜〕》가 제정되었다. 그 후 아악국은 아악과(雅樂課)·아악부(雅樂部)로 개칭되었고, 현재 궁내청식부직(宮內廳式部職)에 속하는 악부(樂部)가 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한국의 아악] 좁은 뜻으로는 궁중에서 연주되던 양부악(兩部樂)의 하나로 좌방(左坊)에 속하는 음악을 아악이라 하여, 우방(右坊)에 속하는 향악·당악과 구별하여 쓴 말이고, 넓은 뜻으로는 민속악에 대한 궁중음악을 통틀어 지칭하는 말이다. 여기서는 좁은 뜻의 아악을 다루고자 한다. 아악은 원래 중국 고대의 음악으로 고려 중기 1116년(예종 11) 송나라에서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곧 태묘(太廟) 등의 제례악으로 채택되었으며, 그 후 계속하여 왕실의 대중사(大中祀)에서 연주되었다. 그리고 아악이란 말은, 고려 이후 조선 말까지는 중국계 정악(正樂)에 한하여 <아정(雅正)한 음악>이라는 뜻으로 사용하였고, 이것과 구분하기 위하여 중국계 속악은 당악(唐樂), 한국의 전통적인 궁중음악은 향악(鄕樂) 또는 속악(俗樂)이란 이름으로 불러왔다. 오늘날 아악이 연주되던 각종 의식 가운데 성균관의 석전(釋奠)에서만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으므로, <문묘제례악(문묘는 공자묘를 일컬음)>이 현존하는 유일한 아악이 되고 있다. 아악을, 도입기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변천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은 삼국시대부터 중국음악을 활발하게 수용하였다. 특히 한나라나 북망민족과 지리적으로 가까웠던 고구려는 직접 그러한 영향을 받았고, 고구려나 백제에 비하면 신라의 음악이 가장 민족색이 짙었다. 백제·신라·고구려의 음악은 중국의 수나라와 당나라에 전해졌고, 또 삼한악(三韓樂)이라고 총칭되어 일본에도 전하였다. 그리고 중국의 아악이 처음으로 한국에 전해진 것은 고려 때였다. 1114년에 송나라에서 중국의 속악(궁정악)인 신악(新樂)의 악기·곡보 및 지결도(指訣圖)를 보내온 데 이어, 1116년에는 다시 송나라에서 대성아악(大晟雅樂)을 보내 준 것이 아악 도입의 시초이다. 이때 들어은 대성아악기로는 등가악기(登歌樂器)에 편종(編鐘) 정성(正聲) 16개, 중성(中聲) 12개, 편경(編磬) 정성 16개, 중성 12개, 금(琴) 1현·3현·5현·7현·9현 각 2, 슬(瑟) 2, 지 정성·중성 각 2, 적 정성·중성 각 2, 소(簫) 정성·중성 각 2, 소생(巢笙) 정성·중성 각 2, 화생(和笙) 정성·중성 각 2, 훈 정성·중성 각 2, 박부 2, 축 1, 어 1, 휘번(麾幡;악기가 아님) 1이 있었다. 헌가악기(軒架樂器)로는 편종 9틀(정성 16매·중성 12매), 편경 9틀(정성 16매·중성 12매), 금 1현 5, 3현 13, 5현 13, 7현 16, 9현 16, 슬42, 지(정성·중성 각 24), 적(정성·중성 각 24), 소(정성·중성 각 22), 소생(정성·중성 각 21), 우생 정성·중성 각 15, 훈(정성·중성 각 14), 진고(晉鼓) 1, 입고(立鼓) 2, 비고 1, 응고(應鼓) 1, 축 1, 어 1, 휘번(악기가 아님) 1이 있었다. 이러한 아악기와 함께 아악에 쓰이는 문무(文舞)의 약과 적(翟), 무무(武舞)의 간(干)과 과(戈) 각각 36벌과 의관·무의·악복·의물(儀物) 등 아악 연주에 필요한 것들이 들어왔다. 이렇게 들어온 대성아악을 예종 11년 6월, 왕이 회경전(會慶殿)에서 중신(重臣)들을 불러 모아 함께 관람하였고, 그 해 10월 건덕전(乾德殿)에서 또 한 번 보고 태묘에 이 음악을 사용하도록 하였다. 그러하여 그 후 이 대성아악은 원구·사직(社稷)·태묘·선농(先農)·선잠(先蠶) 및 문선왕묘(文宣王廟;공자묘) 등의 갖가지 제사와 그 밖의 연향음악(宴饗音樂)으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 고려 예종에서 의종(毅宗) 때에 걸친 시기에는, 송에서 도입된 대성아악이 비교적 원모습으로 사용되었으나, 고려 명종(明宗) 때부터 조선 세종(世宗) 초에 걸친 시기에는 악기와 악식을 제대로 구비하지 못하고 아악의 본모습을 잃어갔다. 즉, 송나라에서 의관과 악기만 보내왔으므로, 음악과 춤이 모두 맞지 않고, 더욱이 노래를 부르는 악사는 가사의 뜻도 모른 채 그저 악보의 높낮이만 욀 뿐이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1188년(고려 명종 18)에는 도피한 악공과 전업한 악공들을 본업으로 돌아가게 하였고, 제례의 초헌(初獻)에는 아악을 쓰고 아헌(亞獻)과 종헌(終獻)에는 향악을 쓰도록 하였다. 이렇듯 문란해진 아악은 간혹 있은 시정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바로 잡히지 않은 채 고려 말까지 계속되었다. 조선 초기의 아악은 1406년(태종 6) 명(明)나라에서 아악기 일부를 들여왔을 뿐 고려시대 말기의 아악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는데, 1425년(세종 7) 경기도 남양(南陽)에서 질이 좋은 경석(磬石)이 발견된 뒤부터 아악의 재정리사업이 시작되었다. 세종 때는 조선 건국 초의 혼란이 안정되어 문물의 정비에 힘을 기울이는 가운데, 아악을 독자적으로 복원하여 그 용도가 사회에까지 확대된 시기로서, 아악도 융성하였다. 박연(朴堧)을 중심으로 남급(南汲)·정양(鄭穰) 등이 중국의 문헌을 참고하여 악리(樂理)를 정리하고, 또 아악기를 새로 만들었으며, 아악보를 발간하여 각종 의식에 사용할 아악을 제정하였다. 먼저 악기 제작을 보면, 1423년부터 36년까지 제작한 아악기·향악기·당악기만도 20여 종에 200을 셀 수 있는데, 특히 편경과 편종의 제작에 힘을 기울였고, 서울 마포 강변에 주종소(鑄鐘所)를 두어 편종과 특종을 만들었다. 아악곡의 정리에 있어서는, 회례악(會禮樂)은 가사만 새로 지어 곡조는 송나라 주회(朱熹)의 《의례경전통해시악(儀禮經傳通解詩樂)》에서 가져다 썼으며, 제례악(祭禮樂)은 이제까지의 이론에 맞지 않는 용악법(用樂法)을 고침과 아울러 원나라 임우(林宇)의 《대성악보(大晟樂譜)》에 외거하여, 일부를 그대로 채택하여 사용하였다. 이 가운데서 문선왕묘의 제례악인 《응안지악(凝安之樂)》은 세종 이후 현재까지 조금도 변함없이 전하는 유일한 중국계 아악곡 중의 하나이다. 악서의 간행을 보면, 1425년에 향악·당악·아악의 율조와 악기 보법 등에 관한 책을 만들어 올리게 하고, 이것을 예조(禮曹)·봉상시(奉常寺)·악학(樂學)·관습도감(慣習都監)·아악서(雅樂署)에 각 1질씩 보관하게 하였다. 또 아악보로는 《석전악보(釋奠樂譜)》 《아악보(雅樂譜)》 등을 간행하였다. 이와 같이 세종대왕의 절대적인 지원으로 중국에서 도입된 아악이 재정비되고 완비되었으나, 유신(儒臣)들의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로, 우리의 전통을 아껴야 한다는 세종의 정신과는 달리 종묘제향(宗廟祭享)에까지 중국식 아악 일색으로 바뀌자, 1464년(세조 10)에는 세종 어제(御製)인 《보태평(保太平)》 《정대업(定大業)》을 종묘제례악으로 채택했는데, 그때까지는 박연을 중심으로 해서 제정되었던 중국계 아악이 쓰이기도 했다. 그러나 세종 때에 완비된 아악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두드러지게 위축되었다. 즉 세종 때에 정비되어 융성했던 아악은 당악과 더불어 연산군(燕山君) 때의 탄압과 임진왜란·병자호란 등의 전란으로 크게 쇠퇴하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조(仁祖) 이후 숙종(肅宗)·영조(英祖)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아악의 정비에 주력했다. 그러나 옛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명맥만 유지해 왔는데, 그나마 1910년에 원구·사직·선농·선잠·산천(山川) 등 제향의 폐지와 아울러 자취를 감추게 되고, 종묘제례악·문묘제례악만이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다. 8·15 후, 아악을 중심으로 전통음악을 통틀어 <국악>이라고 하여, 그 보호 육성을 위하여 1951년 이왕가(李王家)에 속해 있던 아악부(雅樂部)를 모체로 해 국립국악원이 발족하였다. 1950년대부터는 대학에서도 국악연구가 활발해지고, 아악은 문묘·종묘의 제례 등, 본래의 전통적인 행사에서 연주되는 외에는 여러 연구기관에서 다른 민속음악과 더불어 교습되고 있다. 출전 : [한메파스칼대백과사전] |
| 
|
 [조선] 악학궤범 (민족) |
 [고려/조선] 아악 (두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