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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용향악보 (민족)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 조선 중기에 편찬된 편자 미상의 악보. 1책. 목판본. 보물 제551호. 지질은 고백지 (古白紙) 판심(板心)에 흑구(黑口)는 없으나, 어미(魚尾)는 전부 중종 때의 모습을 나타내며, 자체(字體)는 사자관체(寫字官體)이다. 이병기(李秉岐)는 명종과 선조 때에 간행된 것이 아닌가 보았으나, 김동욱(金東旭)은 연산군과 중종 사이에 이 악보가 실제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무가(巫歌) 등이 존재하므로 그렇게 잡은 것이나, 아마 궁중의 기은용(祈恩用)으로 만든 악보일 가능성도 있다. 이 악보에 나타난 문학 장르는 ①악장(樂章), ②사(詞), ③단가(短歌), ④가사(歌詞), ⑤창작 가사(創作歌詞), ⑥민요(民謠), ⑦무가 등을 포함하고 있어, 조선 초기의 가요 분포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으나, 가사는 다 초장(初章)밖에 없는 것이 아쉽다. 이 악보에는 ≪악학궤범≫·≪악장가사≫에는 전하지 않는 고려 가요가 상당수 수록되어 있다. 수록된 노래는 총 26편으로 이를 순서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납씨가(納氏歌) 평조(平調). 태조 2년 정도전(鄭道傳) 작. ≪악학궤범≫·≪악장가사≫에도 실려 있다. 이 악보의 음악적 특성은 장사훈(張師勛)이 고려 『청산별곡』의 악곡을 발췌한 것이라 하였다. (2) 유림가(儒林歌) 평조. 작자·연대 미상. 조선 초에 왕덕(王德)을 칭송한 노래로 ≪악장가사≫에도 실려 있다. (3) 횡살문(橫殺門) 작자·연대 미상. ≪대악후보 大樂後譜≫에도 실려 있다. 『횡살문』은 관아(官衙)의 화표(華標)인 홍살문[紅箭門]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는 두보(杜甫)의 원시 “금성사관일분분 반입강풍반입운 차곡지응천상유 인간능득기시문(錦城絲管日紛紛 半入江風半入雲 此曲只應天上有 人間能得幾時聞)”에서 온 것이라 한다. 장사훈은 이 『횡살문』은 고려 속악 『자하동 紫霞洞』에서 발췌한 것이라 하였다. (4) 사모곡(思母曲) 속칭 『엇노리』. 계면조(界面調). 작자·연대 미상. ≪악장가사≫에도 있다. 이병기는 신라의 『목주가 木州歌』에 비의(比擬)하였다. (5) 서경별곡(西京別曲) 평조. 작자·연대 미상. ≪악장가사≫에도 있다. (6) 쌍화곡(雙花曲) 속칭 『쌍화점』. 평조. 작자·연대 미상. 고려 속악. 『삼장 三藏』과 고려 가사 『쌍화점』을 성종 21년 5월경에 내용이 음란스럽다고 산개(刪改)한 것이다. 이 때 고친 『북전 北殿』은 ≪악학궤범≫에 들어 있으나 그것은 가사체(歌詞體) 송영가(頌詠歌)이고, 본가는 악장체(樂章體)로 고친 것이 특징이다. (7) 나례가(儺禮歌) 평조. 작자·연대 미상. 가사는 본 악보에 처음 나온다. 이는 나례(儺禮 : 민가와 궁중에서 잡귀를 쫓기 위해 베풀던 의식)에서 불리어진 가사다. “나령공댁(羅令公宅) 나례일(儺禮日)이/광대(廣大)도 금선(金線)이샤嗜이다/궁에坮산(山)ㅅ굿棺겻더신慨 귀의(鬼衣)도 금선이리라/리라리러 나리라 리라리”의 내용으로 보아 광대가 등장하고, 산ㅅ굿, 즉 산대희(山臺戱)와 귀의(鬼衣)의 존재 등에서 금선은 처용관복 의(衣)조에 ‘홍금선(紅金線) 이촌육푼(二寸六分)’이 나오므로 처용관복의 존재를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8) 정석가(鄭石歌) 평조·계면조(界面調) 통용(通用). 작자·연대 미상. 고려 속악 가사. ≪악장가사≫에도 나오나 3개소의 출입이 있다. (9) 청산별곡(靑山別曲) 평조. 작자·연대 미상. 고려 속악 가사. ≪악장가사≫ 본과는 7개소 정도의 출입이 있다. (10) 유구곡(維鳩曲) 속칭 ‘비두로기’. 평조. 작자·연대 미상. 고려 속요. 고려 예종의 작인 듯하며, 일종의 창작 민요에 속한다. 본 악보에 처음 나온다. (11) 귀호곡(歸乎曲) 속칭 ‘가시리’. 평조. 작자·연대 미상의 속악 가사. ≪악장가사≫ 본과는 2개소의 출입이 있다. (12) 생가요량(笙歌寥亮) 평조. 작자 연대 미상. 행진곡인 고취악(鼓吹樂)의 가사인 것같다. (13) 상저가(相杵歌) 평조. 작자·연대 미상. 민요. 본 악보에 처음 나온다. (14) 풍입송(風入松) 평조. 작자·연대 미상의 사(詞). ≪악장가사≫ 본과는 2개소의 출입이 있다. (15) 야심사(夜深詞) 평조. 작자·연대 미상의 사. ≪악장가사≫ 본과는 2개소의 출입이 있다. (16) 성황반(城隍飯) 계면조. 작자·연대 미상. 무가. 무속과 불교가 습합(習合)되어, 불교의 사천왕(四天王) 같은 수문신(守門神)과 무속의 벽사적(陽邪的) 관념이 산신 신앙과 결합해 이루어진 무계(巫系) 가사이다. (17) 내당(內堂) 계면조. 작자·연대 미상. 무가. 이 무가에 나오는 ‘도량道場)’, ‘성인무상양산대륵’·‘두스리’·‘열세남종’ 등으로 보아 불교 설화적인 성격을 볼 수 있으나, 그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것은 서울 열두거리의 『안당ㅅ굿』과도 다르므로, 이는 특정한 미륵상(彌勒像)을 둘러싼 기자축원(祈子祝願)의 풀이가 아닐까 하는 해석도 있다. (18) 대왕반(大王飯) 佳犬와디 평조. 『내당』佳犬와디 악(樂) 동(同). 작자·연대 미상. 무가. 가사 “팔위성황(八位城隍) 여○위(位)런 놀오쉬오/믓枷가撞리 장화새리/당시(當時)예 흑모란(黑牡丹)고리/방상(坊廂)애 佳드가리/노니실 대왕(大王)하/디러렁다리 다리러디러리”에서는 의미가 잘 통하지 않으나, 여기에 있는 팔위 성황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의 팔도 성황은 ‘경상도 태백산(太白山) 선왕님, 전라도 지리산 선왕님, 충청도 계룡산 선왕님, 강원도 금강산 선왕님, 경기도 삼각산 선왕님, 함경도 백두산 선왕님, 평안도 자모산(慈母山) 선왕님, 황해도 구월산 선왕님’이다. ≪고려사≫ 열전의 묘청(妙淸)전에도 팔성당(八聖堂)을 궁중에 차리기를 청한 사실이 있고, ≪여지승람≫개성부(開城府)조에 팔선궁(八仙宮)이 송악정(松岳頂)에 있다 한다. 조선 초기에 존숭받던 신격은 덕적(德積)·백악(白岳)·송악(松岳)·목멱(木覓)·감악(紺岳)·개성대정(開城大井)·삼성(三聖)·주작(朱雀) 등의 팔대왕(八大王)이었다. 본가의 사의(詞意)로 보아서는 방상(坊廂)이 있고, 흑모란 골(꽃?)이 있고, 믓枷(江邊), 가當(康)이 장화(莊花)로서 에워싸고 있는 석가산(石假山)을 연상시킨다. 굳이 사실(史實)을 구한다면 연산군이 경회루(慶會樓) 못 가에 만세산 (萬歲山)과 화산대(火山臺)를 만들고, 산 위에 월궁(月宮)을 짓고, 채화(綵花)를 배설하고, 용주(龍舟)를 만들어 못 가에 띄우고, 운평(運平) 3,000여 명을 생가(笙歌) 비등(沸騰)하게 했다는 기사가 ≪연산군일기≫ 12년 3월조에 있다. (19) 잡처용(雜處容) 평조. 작자·연대 미상. 무가. “중문(中門)안해 셔겨신 쌍처용(雙處容)아바/외문(外門)박○ 둥덩 다리로러마/태종대왕(太宗大王)이 전좌(殿座)를 悧시란倨/태종대왕이 전좌를 悧시란倨/아으 보전칠보(寶錢七寶)지여 살언간만/다롱다로리 대링디러리/아으 디렁디러리 다로리/”로서 원래 ≪악학궤범≫의 학연화대처용무합설(鶴蓮花臺處容舞合設) 외에도 여러 가지 형식의 처용무가 있었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이 가사에서 ‘중문(中門)·쌍처용·외문·태종대왕’의 징표가 있으므로 동 왕과 관계 있는 사제(祠祭)를 더듬어 보면 궁중의 기신재(忌晨齋), 마니산 초재(摩尼山醮齋)가 있다. 그러나 전자는 불교, 후자는 도교의 제전이다. ≪세종실록≫ 1년 11월조에 있는 진주 태실제(晋州胎室祭)에 ‘결채붕(結綵棚) 설나희(設儺戱)’의 사실이 있으므로 이런 소원(所願)이 있지 않을까 하나 정확한 것은 알 수가 없다. (20) 삼성대왕(三城大王) 평조. 작자·연대 미상. 무가. 가사 “장(僿)佳撞실가 삼성대왕(三城大王)/일陶撞실가 삼성대왕/장이라 난이라쇼세란倨/장난(僿難)을 져차쇼셔/다롱디리 삼성대왕‘다롱디리 삼성대왕 녜라와 괴쇼셔”는 그 사의(詞意)로 보아서는 벽사(陽邪)의 노래다. ≪태종실록≫ 11년 7월조에 보면 “예조에 명하여 덕적(德積)·감악(紺岳)·개성 대정(大井) 제례(祭禮)를 정하였다.”고 한다. 그 때 조정에서는 삼성(三聖) 등 8처(處)에 고려 이래의 전승을 좇아 춘추에 기은(祈恩)하되, 그 때마다 환시(宦寺), 무녀(巫女)로 하여금 여악(女樂)을 갖추어 제사지내던 것을 고쳐 내시(內侍), 별감(別監)으로 하여금 춘추에 제사지내게 하였다 한다. 여기 삼성은 삼성당(三聖堂)이 덕수현(德水縣)에 있고 성황신(城隍神)이었음을 알 수 있으니, 여기에 장난을 푸는 주사(呪詞)였음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21) 군마대왕(軍馬大王) 평조. 작자·연대 미상. 무가. 가사 “리러루 러리러루 런러리루/러루 러리러루/리러루리 러리로/로리 로라리/러리러 리러루 런러리루/러루 러리러루/리러루리 리리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말[馬]을 모는 의음(擬音)으로 이어진다. 이는 ≪태종실록≫ 13년 11월조에 보이는 사복시(司僕寺)에서 무격(巫覡)으로 하여금 마신(馬神)을 제사지낼 때의 무가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동국여지승람≫ 제주(濟州)조에 해마다 정월 초하루와 보름에 무격들이 신둑(神纛)을 들고 여염에서 추념해 제사지내고, 2월 초하루에 목간(木竿) 열 줄을 세워 신을 맞아 제사지낼 때의 무가일 수도 있다. 애월(涯月)에서는 배를 말머리와 같이 만들어 채백(彩帛)으로 장식, 말이 뛰는 모양을 해 신을 즐겁게 하는 연등제(燃燈祭)를 지냈다는 기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제주가 목마지(牧馬地)이니 만큼 여기에 얽힌 무제(巫祭)와 무가일 수도 있고, 육지에서 군웅(軍雄) 신의 무가일 가능성도 있다. (22) 대국(大國) 평조. 작자·연대 미상. 무가. 대국은 ≪동국여지승람≫ 개성조에 오정문(五正門) 밖에 대국·덕물(德物) 두 신당(神堂)이 있다는 것으로 보아, 개성 지방의 무신(巫神)이다. 여기에는 회회세자(回回世子)의 소상(塑像)이 봉안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명 초, 공민왕 21년에 유배되어 온 문해(文偕)란 실존 인물의 신격화일 가능성이 짙다. 이리하여 여기 ‘撞랑대왕’은 아기대왕이니, 이와 수여천자(天子)·천자대왕 (天子大王)·별대왕(別大王) 등의 신성 가족(神聖家族)을 주신으로 한 무격신에게 바쳐진 무가이었던 것 같다. (23) 구천(九天) 평조. 작자·연대 미상. 무가. 가사 “리로 리런나/로리라 리로런나/로라리 리로리런나/오리런나/나리런나/로런나/로라리로 리런나”『군마대왕 軍馬大王』·『별대왕』과 같이 ㄹ음(音) 해조에 의한 가사로서, 도교신(道敎神) 구천현녀(九天玄女). 구천낭낭(九天娘娘)에서 온 무속과 결합된 무신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24) 별대왕(別大王) 평조. 작자·연대 미상. 무가. 가사 “로런나 오리나 리라리로런나/니리리런나 나리나리런나/로로런나 리런나/로로런나 리런나”에서 살펴보면 『군마대왕』이나 『구천』과 별다를 바가 없다. 이 『별대왕』은 별사대왕(別祀大王)으로, 이는 『대국』의 “엇더타 별대왕 둘러신旽 사백장난을 아니져차실가”와 관련있을 것이다. 이상의 가사는 고려나 조선 초에 춘추로 환시나 무당을 보내어 명산대천에 제사지내던 기은(祈恩)에서 불린 무가를 악보로 정리한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오례의(五禮儀)나 가례(家禮)가 철저하게 시행되기 전에, 또 시행되었더라도 궁중의 비빈(妃嬪)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이중 전통(二重傳統) 중 국속 전통(國俗傳統)을 이어받은 귀중한 무속 전통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통으로는 한 말에 명성황후(明成皇后)가 아들을 낳기 위해 전국의 명산대천에 국무당(國巫堂)을 시켜 빌게 한 문서가 발기[件記]로서 장서각에 남아 있다. 이 책은 앞의 4장이 분실되었고 4장이 필사로 보완되어 있다. 1954년에 연희대학교에서 영인했는데 여기에는 분실이 없는 점으로 보아 영인하기 위해서 책을 해체할 때 분실된 것으로 보인다. 이겸로가(李謙魯家)에 소장되어 있다. ≪참고문헌≫ 時用鄕樂譜, 韓國歌謠의 硏究(金東旭, 乙酉文化社, 1961), 가사의 배경적 연구(金東旭, 震檀學報 17호, 1955), 時用鄕樂譜 歌詞의 硏究(이병기, 한글 113, 1955). <김동욱> 출전 : [디지털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동방미디어, 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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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시용향악보 (두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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