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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 세시풍속 (민족)
세시풍속(歲時風俗) 일상생활에서 계절에 맞추어 관습적으로 되풀이하는 민속. 개설 설날·상원·단오·추석과 같은 명절이 되면 오랜 관습에 의해서 새 옷으로 단장하고 주찬(酒饌)을 장만하여 조상과 제신에게 제사하는 등 여러 가지 행사가 있다. 이러한 행사는 오랜 생활문화를 이루고 있으며 매년 반복되는 관습이어서 이를 세시풍속이라 부른다. 세시풍속이 생활에 정착된 시기는 일정하지 않으며,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었거나 필요에 의해서 또는 당위에 의해 관습화 되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인간이 같은 자연환경과 역사 속에서 생업과 언어를 같이해 오는 동안 생활관습의 동질성을 낳게 되는 것은 극히 당연한 일이다. 즉, 세시풍속은 생활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고 계절적으로 반복되는 생활 그 자체인 것이다. 세시풍속은 넓은 지역에 있어 향토문화현상으로 나타나거나 아니면 민족·국민을 단위로 나타나는 생활현상이다. 이러한 대단위는 그만큼 공감에 의해서 채택되고 토착화해서 전파되고 전승되어왔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한번 토착하면 생활양식이나 의식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오래 지속되기 마련이다. 넓은 지역의 많은 사람들에 의해 반복되는 생활관습일 때 그 세시풍속은 확고한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세시풍속은 태음력(太陰曆)으로 중국 하대(夏代)의 역법(曆法)인 음력 정월을 설로 삼는 역법을 채택, 계승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세시풍속은 오랫동안 생활경험에서 느끼고,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채택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세시풍속의 공감성과 문화성이 있다. 문화형성에 자연환경이 주는 영향은 거의 결정적이며 세시풍속도 자연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지구상에는 다양한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는 여러 지역이 있다. 산악지대와 평야지대, 해안과 내륙지대 또는 한대와 열대, 습기가 많은 곳과 건조한 곳, 그리고 우량이 많은 곳과 적은 곳, 이러한 자연환경의 차이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연환경이란 말을 풍토란 말로 바꾸어 부르는 경우도 있는데 식물·동물이 풍토에 맞아야 무성하고 생존하듯이 세시풍속도 풍토에 알맞게 형성된다. 따라서 지구상에 있는 여러 민족들의 세시풍속은 그 민족이 거주하는 지역의 자연환경과 풍토의 영향 아래 이루어졌음을 인정해야 한다. 인간의 생업은 농경·어로·수렵·상공업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생업은 생을 보장하게 되므로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생업을 갖게 된다. 생업인 생산양식은 생활양식을 결정하며 세시풍속에 영향을 준다. 생업에 따라 계절을 의식하게 되고 일의 완급이 있게 된다. 농가에서는 겨울이 되면 한가하지만 수렵꾼이나 명태잡이를 하는 어부들은 겨울에도 바쁘기만 하다. 이 상반되는 현상은 세시풍속에 그대로 반영이 된다. 생업은 먹고사는 현실문제이다. 사람은 생존하기 위해서 계절의 변화를 잘 활용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었다. 적기에 파종하고 적기에 거두어들여야 했다. 계절을 놓치면 일년 동안 헛수고를 하거나 소기의 수확을 거둘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계절에 맞추어 관습적으로 농작을 해야 했다. 이러한 필요성에서 생산양식에 맞는 생활양식인 세시풍속을 이루게 되었다. 어느 민족이건 민족사를 기점으로 시조를 가지고 있다. 실제일 수도 있고 신화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조와 관련되는 기념일은 어느 민족에 있어서나 축일이며 세시풍속화 되어 있다. 우리의 개천절(開天節)도 그러한 날이다. 역사는 세시풍속을 낳는 데 기여했으나 세시풍속은 생활의식으로 굳어져서 새로운 역사를 낳게 하는 밑거름이나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세시풍속은 개인이나 특수한 사람에 한한 것이 아니라 만인의 것이요, 그 집단에 속하거나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보편적인 것이기에 사회성을 띠고 있다. 사회관습은 만인에 공감을 주고 오랫동안 한 사회에서 반복되어 세시풍속으로 정착되어왔다. 우리의 세시풍속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문헌으로는 홍석모(洪錫謨)의 ≪동국세시기≫ 서문에 가장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고, 김매순(金邁淳)의 ≪열양세시기 洌陽歲時記≫와 정조대에 유득공(柳得恭)이 지은 ≪경도잡지 京都雜志≫, 그리고 조선 말기에 권용정(權用正)이 지은 ≪한양세시기 漢陽歲時記≫ 등이 있다. 또 세시기는 아니지만 농가에 있어 계절에 따라 해야 할 일을 상세히 노래한 ≪농가월령가 農家月令歌≫도 있다. ≪동국세시기≫는 한국 세시풍속의 변천을 아는 데 있어 중요한 문헌이며 중국의 세시기를 인용하여 세시풍속의 유래를 살피는 데 도움이 된다. 현재 우리가 계승하고 있는 세시풍속들은 거의 ≪동국세시기≫에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150년 동안 농경사회에 있어 세시풍속은 큰 변화없이 전승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삼국사기≫에는 추석인 한가위의 풍속에 관한 기록이 〈회소곡〉의 유래와 함께 설명되어 있어 달의 명절이며 추수를 감사하고 햇곡식을 조상의 사당에 천신하는 우리 생활문화의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정월에 안택(安宅：판수나 무당이 집안에 탈이없도록 터주를 위로함.)하고 가을에 성주고사하는 일은 이미 제천의식(祭天儀式)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으며 우리 생활에서 특히 식생활에 있어 마늘과 쑥이 애용되는 일은 단군신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을의 수호신으로서의 산신신앙(山神信仰)은 ≪삼국유사≫에 단군(檀君)이 죽어 아사달의 산신이 되었다는 데서 그 유래가 보이며, 신라의 산천신(山川神)·삼악신(三岳神) 등의 기록은 고대인들의 우주관을 설명하는데, 오늘날의 동제(洞祭)와 연결되고 있다. 세시풍속은 하루 이틀 사이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고 집단 공동의 마음이 응결되어서 관습으로 채택되어 그 계절, 그 날짜가 되면 매년 반복하는 데서 성립하여 공감을 지니고 전승되어 생활화 되었다. 따라서 세시풍속은 매우 보수적인 면이 강하며 그 역사는 바로 서민들의 생활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현상 1. 봄 정월에서 3월까지의 3개월을 춘계로 구분한다. 새해의 첫 출발이니 조상의 사당과 묘에 인사를 드리고 어른께 세배한다. 아울러 예축으로 복과 풍년을 빌고 동신제를 지내며 여러 가지 놀이가 행해진다. [조상숭배] 연초에 행해지는 조상숭배로는 차례(茶禮)를 들 수 있다. 차례란 차를 올리는 예로 명절을 맞이해서 조상의 사당에 제물을 올리고 제사를 지내는 것을 말한다. 그 기원이 언제부터인지 모르나 ≪주자가례≫가 들어와 제도화된 것으로 생각된다. 차례는 5대조까지만 지낸다. 즉, 사당에는 5대조까지만 신주를 모시고 그 이상의 조령(祖靈)은 1년에 한번 시제(時祭)라 해서 산소에서 제사를 한다. 따라서 차례는 가묘에서 5대조까지만 지내게 된다. 차례가 끝난 다음 세배가 있다. 장유(長幼)의 질서에 따라 새해를 맞이한 첫 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두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절을 한다. 세배와 차례에 이어 음복(飮福)이 끝나면 먼 일가친척과 마을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세배를 드린다. 정초 행사의 하나로 성묘가 있다. 조상의 무덤에 가서 절을 하고 새해가 되었음을 고하는 것이다. 생존시와 같은 의식에서 세배 대신 성묘를 하는 것이며 자손으로서는 필수의 예이다. [기복 祈福] 신년을 맞이한 설날과 정초에는 1년 동안의 복을 기원하는 여러 행사가 있게 된다. 섣달 그믐날의 자정이 지나면 복조리를 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조리는 새해에 들어 남보다 먼저 사야 복이 많다고 해서 이른 새벽에 사는 것이며, 산 조리는 엿이나 성냥·돈 등을 담아 벽에 걸어둔다. 일종의 기복행위인 것이다. 정월 말이나 2월 초승에 입춘일(立春日)이 든다. 입춘은 봄이 되었다는 것으로 만물이 소생하고 생명이 약동하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입춘일에는 대개의 가정에서 입춘문을 써서 기둥과 벽에 붙인다. 또, 설날 대문에 갑옷을 입은 장군의 그림을 붙이기도 하고 종규(鍾廣：중국에서 역귀, 마귀를 쫓는 神)가 귀신을 잡는 그림을 붙이기도 한다. 그리고 삼재(三災)를 쫓기 위해서 세 마리의 매를 그려서 붙이기도 한다. 이러한 것은 악귀나 재화(災禍)를 쫓고 한해 동안 복되게 살려는 인간들의 간절한 기복행위의 반영으로 해석된다. 설날 저녁에 소발(燒髮)과 야광귀(夜光鬼) 쫓기가 있다. 옛날에는 남녀가 모두 머리를 길게 기르고 있었는데 긴 머리를 빗을 때마다 빠지는 머리털을 함부로 버리지 않고 1년 동안 모아두었다가 설날 저녁에 불에 태운다. 이것을 소발이라 하는데 여기에는 신체는 물론 머리카락까지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인즉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설날 밤에는 하늘에 있는 야광귀가 지상에 내려와 가정을 찾아다니면서 제 발에 맞는 신발을 찾는다고 한다. 야광귀는 제 발에 맞는 신이 있으면 가지고 간다고 하는데, 야광귀에 의해서 신을 잃은 사람은 그 해에 재앙이 따르게 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발을 방 안에 들여놓고 잔다. 14일 밤에는 제웅이라는 이름의 허수아비를 만들어 개천에다 버린다. 그 해에 직성(直星)이 든 사람은 제웅의 허리부분을 헤치고 그 속에 돈과 쌀, 그리고 생년월일시의 사주를 써서 넣어둔다. 이렇게 하면 제웅을 버린 사람의 액운은 떠나가고 복되게 한 해를 지낼 수가 있게 된다는 것이다. 14일 밤에는 도액(度厄)을 하는 일이 있다. 팥을 한 줌 가지고 밭에 가서 자기의 연령수대로 묻으며 “올해에 배 아프고, 머리 아픈 것을 모두 가지고 가라.”, 또는 “달앗을 모두 가지고 가라.”든가 “병을 모두 가지고 가라.”는 등의 주언을 외친다. 그러면 그 해에 앓을 질병을 팥이 모두 가지고 가기 때문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도액이라고 한다. 15일인 상원날 아침에 사람들은 부럼을 깨문다. 즉,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밤·호두·잣·은행 등 껍질이 단단한 과일을 한번에 이빨로 깨물어서 먹지 않고 마당에 버린다. 자기의 연령수대로 하면 좋다고 하나 몇 개만 하는 수가 많다. 그렇게 하면 그 해에 부스럼을 앓지 않고 지낼 수 있다고 믿어왔다. 그래서 14일에는 상인들이 미리 과일을 준비해두고 팔게 된다. 상원날 아침을 먹기 앞서 술을 한잔 마시는데 이것을 ‘귀밝이술’이라 한다. 이 날 술을 마시면 귀가 밝아져서 잘 들리고 또, 그 해에 좋은 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술을 못 마시는 아녀자도 이 날은 귀밝이술로 술을 한 잔 마신다. 상원날 각 가정에서는 약식을 만들어 먹는다. 또, 여러 집을 다니며 많은 밥을 먹게 되는데 이것을 ‘백가반(百家飯)’이라 한다. 백가의 밥을 먹으면 백가의 복을 모았다고 해서 길한 것으로 여긴다. 또 ‘구회식(九回食)’이라 하여 이 날은 밥을 아홉 번 먹어야 좋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이 하루 아홉 번의 밥을 먹으려면 평소의 3배가 되어 큰 고통이므로 조금씩 여러 번 먹어 횟수를 채운다. 상원날 아이들은 더위팔기〔賣暑〕를 한다. 친구의 이름을 불러 무심코 대답을 하면 “내 더위 사가게.” 하고 외친다. 그러면 여름에 있을 더위를 파는 것이 되어 시원하게 지낼 수 있고, 더위를 산 사람은 두 사람 몫의 더위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상원날 무렵에는 답교(踏橋)와 지신밟기가 있다. 저녁 거리에 나가 다리를 건너는 것으로, 자기의 연령수대로 많은 다리를 건너면 1년 동안 각질(脚疾)이 없이 건강하다는 것이다. 장안에서는 상원날 밤에 인파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다리를 밟는 통에 몹시 혼잡했다. 부녀자들과 점잖은 선비들은 아예 미리 밟거나 상원날이 지난 다음에 다리밟기를 하기도 했다. 신체의 건강에서 복을 받으려는 기복행위라 하겠다. [기풍 祈豊]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으로 여기고 농경생활을 해온 한민족은 풍작 이루기를 소원했다. 농사짓는 사람들은 누구나 많은 수확을 거두기를 원하는 것이며, 풍작이 들면 안락한 생활이 보증되기 때문에 풍년은 그들의 최대 소망이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국민적 소망은 세시풍속에 있어 기풍행위로 나타났다. 신년에 들어 첫 축일을 ‘소날’이라고 해서 우마에게 일을 시키지 않고 쉬게 하며 콩·보리·나물 등을 삶아 먹인다. 먹이를 줄 때에도 아무렇게나 주지 않고 키에 담아서 정성스럽게 준다. 이렇게 대접을 하는 것은 소를 위로하는 것으로 농사철에 일을 잘해서 농사를 도와달라는 뜻이다. 정월 8일은 ‘곡일(穀日)’로 이날 춘파(春播)할 준비를 하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신년을 맞이해서 설날부터 상원까지 사이에는 곡식을 대문 밖으로 내보내거나 타인에게 퍼주지 않는다. 곡식을 문 밖으로 내보내면 그 해에 산짐승에 의해서 작물이 피해를 입게 되며, 재물을 잃게 되고 흉작이 된다고 해서 정초에 금곡용(禁穀用)을 하는 것이다. 한편, 14일은 ‘누더름날’이라고 하는데 늦여름이라는 뜻이다. 정월 13일은 봄, 14일은 여름, 15일은 가을, 16일은 겨울로 치므로 14일은 여름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 날은 많은 음식을 만들어 이웃을 청해서 나누어 먹는다. 14일 무렵 농가에서는 산에서 나무를 베어오거나 긴 장대 등을 마련하여 마당에 세운다. 여기에 벼·조·피·기장 등의 이삭을 꽂아두고 목화를 매달아 놓는다. 이것을 ‘낟가릿대’·‘볏가릿대’ 또는 ‘화간(禾竿)’이라 부른다. 화간을 세우는 날, 즉 14일에는 키가 작은 사람은 남의 집에 출입을 삼가야 했다. 그 날에 찾아오는 손님의 신장과 농작물의 성장과는 깊은 관계가 있다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또한, 상원날에는 ‘복쌈’을 먹는다. 밥을 김이나 취에 싸서 먹는 것을 말하는데 여러 개를 먹으면 그 수만큼 가을에 노적(露積：한데 쌓아둔 곡식)을 이루게 되어 풍작이 된다는 것이다. 때로는 밥을 마당에 노적처럼 쌓아놓았다가 먹는 수도 있다. 상원날에 과목의 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놓는데 이를 ‘나무시집보내기’ 또는 ‘가수(嫁樹)’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그 해에 과일이 풍작을 이룬다고 한다. 2월 1일 머슴날에는 콩볶이를 한다. 솥에 콩을 넣고 볶는데 주걱으로 저으면서 “새알 볶아라, 쥐알 볶아라” 하고 주언을 한다. 이렇게 하면 새와 쥐가 곡식을 축내는 일이 없고 풍작을 이룬다는 것이다. 어촌에서는 정월 초에 가정에서 성주를 모시고 뱃고사를 지낸다. 또 만선 때처럼 배에다 여러 가지 기를 달고 배 안에 제물을 차려놓고 선주가 정성껏 배서낭을 위한다. 배서낭은 배 안에 모셔놓은 서낭으로 정성을 드리면 배가 재앙을 당하는 일이 없고 만선을 이룬다고 해서 어부들이 모시는 신이다. 농부가 풍작을 기대하듯이 어부들은 풍어를 빌었다. [점복 占卜] 신년을 맞이하면 그 해의 신수, 또는 1년 농사의 풍·흉작이 궁금했다. 이러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점복이 성행되었다. 이지함(李之旅)이 만든 ≪토정비결≫은 1년 동안의 신수가 월별로 설명되어 있고 적중률도 높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찾게 되었다. 농점(農占)이 있어 1년 동안 농사의 풍흉을 점쳤는데, 입춘날 보리를 뽑아 그 뿌리를 보고 풍흉을 점쳤다. 즉, 보리 뿌리가 셋이면 풍년, 둘이면 평년작, 하나 밖에 없으면 흉작이라 점친다. 뿌리가 시들었을 때도 흉작이다. ‘달불이〔月滋〕’라는 농점법이 있어 물 담은 종지나 작은 그릇을 두고 안에 콩을 넣어 이튿날 콩의 불어난 것을 보고 그 해 농사를 점쳤다. 단순한 점법이기는 하나 농촌에서 연사(年事)가 궁금해서 이러한 방법으로 예지하려고 했다. 상원날 저녁에는 달맞이를 하는데 달을 보아 풍흉을 점치기도 했다. 또 상원날 새벽 닭울음으로 그 해를 점치기도 했다. 이 밖에 윷놀이의 승패로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하고 제주도 등지에서는 떡과 밥을 사용하여 점을 치기도 했다. [동제] 동제는 마을사람들에 의해서 거행되는 마을 공동의 제의를 말하는 것으로 산신제·서낭제·별신제·거리제·용왕제·기우제 등이 포함된다. 산신제는 마을의 수호신인 산신을 제사하는 것이다. 산신은 특정된 사람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사람 누구나를 막론하고 보호하기 때문에 마을사람의 운명과 관계되는 것으로 믿어 그 제사에는 모두가 직접, 간접으로 참여한다. 산신제는 길일을 택해서 하게 되는데 대개 정초에서 상원 사이에 거행된다. 마을 뒷산이 진산으로 여겨지는 일이 많고 여기에 산신당·산신각이 있어 이곳에서 제사를 지낸다. 동제 때는 마을사람 모두가 근신해서 부정한 일이 없도록 한다. 제물은 깨끗해야 하기 때문에 우물 근처에 황토를 놓고 금줄을 치거나 거적을 덮어 잡인들이 쓰지 못하도록 하고 이 정수(淨水)로 제물을 만든다. 제일이 되면 자정이 지나 첫닭이 우는 시간쯤에 산신제를 지내는데 화주집에서 제물을 올려다 진설하고 독축(讀祝)을 하며 소지(燒紙)를 올린다. 마을의 태평, 농사의 풍작, 그리고 마을사람의 건강을 비는 것이다. 산신제가 끝나고 날이 새면 마을사람들은 제물로 음복을 하고 농악을 치며 한바탕 신명나게 뛰고 논다. 마을의 협동과 공동의식을 가지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된다. [놀이] 정초에서 봄에 이르는 사이에는 많은 민속놀이가 있다. 여성의 놀이로는 널뛰기·놋다리놀이(놋다리밟기) 등이 있고 남성의 놀이로는 연날리기·차전놀이·석전(石戰：돌싸움)·고싸움·탈춤 등이 있으며, 남녀가 공유하는 것으로는 윷놀이·줄다리기·종경도(從卿圖)놀이 등이 있다. 정초에 여성들은 설빔으로 차려입고 널뛰기를 한다. 널 양쪽에 한 사람씩 올라 교대로 발을 굴러 뛰면 공중에 솟았다 내렸다 하게 된다. 한 널을 사람이 내려치는 힘의 반동으로 상대편이 공중에 솟게 되는 것이다. 놋다리놀이는 안동지방에서 상원날 저녁에 부녀자에 의해서 행해지고 있는데 우아하고 단순하나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서 몽진한 데서 유래한다고 전해지고 있다. 연날리기는 소년들에 의해 놀이되는 것으로 동짓달 무렵부터 시작하여 상원날에는 송연(送鳶)이라 해서 연을 날려보낸다. 죽세목에 종이를 붙이고 실로 끈을 만들어 바람에 날리는 연날리기는 소년들의 꿈을 키워주었다. 안동지방에서는 상원 무렵에 동채싸움, 일명 차전놀이를 한다. 먼 산에 가서 정한 나무를 베어다 동채를 만들고 동서로 편을 짜서 싸움을 한다. 대장을 선발해서 동채 위에 태우고 멜꾼이 동채를 메고 나서며 그 앞에는 팔짱을 낀 일꾼들이 진을 친다. 대장의 지휘에 따라 전진 후퇴를 여러 차례 하다가 접전하여 상대편 동채를 위에서 눌러 땅에 닿게 하면 승리하는 것이다. 수백 명의 장정들이 혼전하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성도 있으나 진취의 기상이 있고 용감성을 기르는 놀이이다. 석전을 편전(便戰)이라고도 부른다. 상원날 밤에 마을과 마을사람들이 하천이나 길을 경계로 대치하여 서로 돌을 던져 싸우는 것이다. 주먹만한 돌이 날아와 부상을 당하는 일도 있어 위험성이 있으나 용감하게 싸우며, 돌이 무서워 후퇴하는 편이 패배하게 된다. 고싸움은 전라남도 광산지방에 전하는데, 상원 무렵 이웃마을과 싸움을 하게 된다. 줄의 맨 앞머리에 큰 고를 만들고 기둥만한 몽둥이를 세워 떠받친다. 고 밑에는 가로로 여러 개의 나무를 대고 사람들이 이 나무를 메고 전진과 후퇴를 한다. 고싸움은 줄다리기와는 달리 서로 고를 부딪치고 밀어서 밀리거나 부서지거나 땅에 닿으면 패하게 된다. 탈춤은 지방에 따라 다르지만 정초에 동제를 지내고 농악을 치며 노는 굿판과 함께 벌어진다. 등장인물이 탈을 쓰고 나와 재담과 익살로 관중을 웃기고 해학에 넘쳐 있으며 오신(娛神)·오락의 기능을 함께 지니고 있다. 남녀공유의 윷놀이는 우리의 민속놀이 중에서 가장 폭넓은 놀이이다. 할아버지와 손자, 남녀가 함께 놀 수가 있다. 윷놀이는 나무 네 개를 던져 바닥에 떨어진 상태를 보아 말판에 말을 전진시켜 먼저 네 개가 나아가는 편이 승리하게 된다. 혼자서 놀 수는 없고 경기를 해서 승부를 내는 것이기 때문에 2명 또는 그 이상의 짝수이면 편을 짜서 놀 수가 있다. 줄다리기는 단오·추석·유둣날에 하기도 하나 대개 상원을 전후해서 거행하며 동제가 끝나고 여흥으로 하기도 한다. 줄다리기는 마을 안, 또 이웃마을과 겨루거나 규모가 클 때는 한 고을이 동서 또는 남북으로 갈라져서 크게 하는 수도 있다. 줄다리기는 단순한 놀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민속적인 의미도 지니고 있다. 또, 줄다리기는 승부로 그 마을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하는데 승리한 마을에 풍년이 드는 것으로 생각하고 암줄쪽이 이겨야 풍년이란 설도 있다. 종경도놀이는 ‘승경도놀이’라고도 부르며 주로 가문이 좋은 사대부 가정의 아녀자들과 젊은이들 사이에 놀이되고 있다. 2. 여름 4∼6월의 계절은 농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바쁠 때이다. 일이 바쁘다 보면 한가한 일에 마음을 둘 수가 없으므로 세시풍속의 행사는 줄어든다. 그러나 하절은 건강에 유의해야 할 때이다. 연초에 기복을 통해서 악귀·역신을 예방, 퇴송했다고 하지만 일기가 불순하고 더워 허약해지고 식욕도 준다. 따라서 질병에 걸리기 쉬운 때이다. 세시풍속도 하절 건강과 관계되는 관습이 전해지고 있다. [기복] 여름철의 건강을 위한 예방행위는 이미 정초에서부터 있어왔다. 더위를 먹지 않도록 상원날 아침에 ‘더위팔기’를 했고 모기를 막기 위해서 ‘모기퇴송’의 방법도 했다. 즉, 모기퇴송도 14일 저녁에 청죽(마르지 않는 대)을 태우거나 더위팔기처럼 거리에 나아가 “우리 모기 다 가져가게.” 하고 외치면 모기가 없어진다고 한다. 4월이 되면 우리 나라 가정의 뜰에는 봉선화가 핀다. 소녀들은 봉선화를 따다 찧어 손톱에 붙였다가 다음날 떼어보면 손톱이 곱게 물들어 있다. 이것을 ‘봉선화염지(鳳仙花染指)’라고 한다. 손톱을 빨갛게 물들이는 것은 고와서 보기에도 좋을 뿐 아니라 빨강색은 축귀(逐鬼)의 기능이 있어서 벽사(陽邪)의 뜻도 내포되어 있다. 단오날 여인들이 창포를 삶은 물에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윤기가 흐르며 빠지지도 않고 소담해 진다고 해서 창포물에 머리를 감았다. 또, 창포뿌리를 잘라 비녀로 머리에 꽂기도 하였는데 양쪽에 수(壽)·복(福)의 두 자를 새기고 연지로 붉게 칠했다. 역시 벽사의 뜻을 지니고 있다. 유둣날에는 동쪽으로 흐르는 개울에서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며 하루를 청유(淸遊)하는데, 이를 ‘물맞이’라고도 한다. 그러면 상서롭지 못한 것을 쫓고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삼복더위에는 약수를 찾고 삼계탕·구탕(狗湯)을 즐긴다. 약수를 찾는 것은 피서로 건강을 유지하자는 것이며, 삼계탕과 구탕은 몸을 보하자는 것이다. 하절의 건강은 잘 먹어 영양을 섭취하는 데 있고 그래야만 정상적이고 평안한 생활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기풍] 5월 10일 농가에서는 비가 내리기를 기대한다. 이 날 비가 내리면 풍년이 든다고 해서 기뻐하고 만약 비가 오지 않으면 흉년이 들까 걱정을 하는데 이 날 오는 비를 태종우(太宗雨)라고 한다. 호남지방에서는 유둣날 ‘유두할아버지가 온다.’고 하여 이날 떡을 해가지고 논에 가서 물꼬 밑에 한덩이씩 놓아둔다. 논두렁에서 물이 새지 않고 농사에 지장 없이 풍년들기를 기원하는 행위이다. 때로는 떡을 해다가 논이나 두렁에 뿌리는 수도 있는데 역시 풍년들기를 기원하는 주술행위이다. 전답을 맡고 있는 신에게 제물을 올림으로써 풍작을 기도한 것이다. [놀이] 하절의 놀이로는 그네·씨름·고누 등이 있다. 그네는 여성의 놀이로, 단오 무렵 가정 안에서만 살던 여인이 집 밖으로 나와 녹음 진 큰 나뭇가지에 줄을 매고 뛰게 된다. 공중을 날며 치맛자락과 옷고름이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은 마치 선녀가 노는 것 같다고 하여 ‘비선희(飛仙戱)’란 이름이 붙게 되었다. 씨름은 남성의 놀이로서 서로 맞붙어 힘을 겨루어 승부를 내는데 이긴 장정은 장사의 칭호를 받게 된다. 씨름에서 이긴 자에게는 황소·쌀·광목 등을 상품으로 준다. 고누는 하절의 바쁜 중에서도 잠시만 시간이 있으면 놀 수 있는 놀이이다. 땅에다 고누의 도형을 그리고 두 사람이 놀이하는데 단순하면서 지능이 연마 된다. 장기나 바둑처럼 복잡하지 않아서 놀기 쉬우며 농촌의 소년들이 주로 즐겼다. 이상 하계의 세시풍속은 더위와 농번기에 쫓기어 행사는 비교적 적지만 하절 건강을 위주로 하는 기복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3. 가을 7∼9월인 가을은 농경작업을 마치고 추수하는 때이다. 따라서 추석 명절을 계기로 해서 조상의 은혜에 보답하는 추원보본(追遠報本)의 행사가 있다. 추수기를 맞이하는 농촌에서는 선농자(善農者)를 위로했고, 8월 추석날에는 만월을 즐기는 민속놀이가 이루어졌다. 9월 9일은 중구(重九) 또는 중양(重陽)이라 해서 좋은 날로 여겨, 시절음식으로 국화꽃을 따서 화전을 하고, 찹쌀가루에 반죽을 해서 단자를 만들어 먹었다. 농사일이 거의 끝났을 무렵이므로 농부는 농부끼리, 부녀자는 부녀자끼리, 또 아이들끼리 들놀이 산놀이를 가서 하루를 즐기는 가을소풍을 하게 된다. [조상숭배] 가을의 조상숭배는 천신과 추석의 차례·성묘로 나타난다. 천신은 새로 생산된 과일이나 곡물을 조상신에게 올리는 것인데 정하게 닦아서 접시에 담아 사당에 잠시 놓았다가 먹는다. 새로이 수확한 것이니 조상에게 고하고 또 추원보본을 하는 것으로, 이것은 자손으로서의 당연한 도리로 여겨왔다. 차례와 성묘는 중추가절을 맞이해서 신곡을 거두게 되어 조상에게 고하고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풍과 농경의식] 7월 15일을 전후해서 ‘호미씻기(이)’ 또는 ‘초연(草宴)’과 같은 의식이 있고 기풍행위로는 ‘밭고랑기기’가 있다. 백종 무렵이 되면 농사일도 거의 끝나서 봄부터 계속 사용하던 호미가 필요없게 된다. 이제 호미는 두었다가 명년 봄에나 다시 쓰게 되므로 농가에서는 호미를 씻어서 두게 되는데 이때에 마을주민들이 모두 모여 하루를 즐기는 초연을 베풀게 된다. 전라남도 진도지방에서는 추석 전날 밤에 소년들이 밭에 가서 벌거벗고 자기 연령수대로 밭고랑을 긴다. 이렇게 하면 다음 해에 풍년이 든다고 한다. [놀이] 추석은 달의 명절로서 1년 중 달이 가장 밝은 때이다. 만월이면 원시시대부터 사람들은 가희(歌戱)를 즐겼다. 만월 아래에서의 놀이는 부녀자들의 놀이로 강강술래가 대표적이다. 남성들의 놀이로는 마을의 제액초복(除厄招福)과 풍년을 기원하는 거북놀이·소놀이 등이 있다. 그 밖의 놀이로는 술래잡기·꼬리따기·문턱넘기 등의 놀이가 아이들 사이에 행해진다. 4. 겨울 동절인 10∼12월은 농경민족으로서는 가장 한가한 때이다. 추수도 끝나고 노적을 쌓아놓고 평안하게 삼동을 지내는 계절이다. 월동을 준비하기 위해 김장을 하고 땔감으로 장작이나 나뭇짐을 해다가 쌓아두면 우선 겨울을 보낼 준비가 끝나는 것이다. 풍작에 대한 감사를 드리고 조용히 세모를(歲暮) 보내게 된다. [고사와 축귀(逐鬼)] 10월 들어 오일(午日)인 말날은 길일로 여겨지고 있다. 이 날 농가에서는 시루떡을 해서 차려놓고 안택도 하고 굿도 하며 터줏단지에 신곡을 갈아 넣기도 했다. 음력 10월을 ‘상달’이라 부르는데, 1년 중에서 가장 높은 달이란 뜻으로 신성한 달이며 하늘을 제사하는 달이란 뜻에서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제천의식은 농공필(農功畢)하고 거행한 것으로 보아 그 유습은 10월에 남아 있는데 굿하는 것은 그 유풍일 것으로 믿어진다. 또 10월에는 각 가정에서 성주제를 지낸다. 성주는 가신 중에서 가장 높은 신으로 제신을 주재한다고 여겨지고 있다. 주부에 의해서 제물이 마련되고 정성껏 비는데 때로는 무당을 청해다가 굿을 하는 수도 있다. 동짓날 각 가정에서는 팥죽을 쑤어 사당에 올려 천신을 하고 벽과 대문에 뿌리고 다닌다. 그렇게 하면 벽사(陽邪)의 효과가 있어 악귀를 물리친다고 믿었으므로 팥죽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신앙적인 의미까지 지니고 있었다. [송년] 한 해를 보내는 섣달 그믐께는 여러 가지 행사와 일이 겹쳐 있어 사람들은 심신이 바쁘다. 송구영신의 준비로 집 내외를 깨끗하게 대청소 한다. 마당·뜰·곳간을 비롯하여 축사도 대청소 한다. 묵은 몸이나 쓰레기를 모두 치워 신성한 새해를 맞이하자는 것이다. 그래야만 신년에 복을 받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믐날은 자지 않고 밤을 새우는데, 그것을 ‘수세(守歲)’라고 한다.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고 하며 어린이가 혹시 잠을 자면 눈썹에 밀가루를 칠하였다가 아침에 놀려주기도 한다. 10월부터 시작되는 동계는 풍년든 데 대한 감사제로 하늘과 성주와 토주신(土主神)에 제사하며 김장을 마치고 겨울준비를 한다. 그렇게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1년의 막을 내리게 된다. [윤달] 윤달〔閏月〕은 평년보다 한 달이 더 있는 달로 ‘공달’이라 부르기도 한다. 속설에 송장을 거꾸로 세워놓아도 탈이 없다고 할 만큼 무슨 일을 하건 부작용이 없다는 민속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달이다. 윤달에는 평상시에 금기되어 있는 일을 해도 탈이 없다. 그래서 가옥수리, 이사, 토석을 움직이는 공사를 하고, 노인을 모시고 있는 가정에서는 수의(壽衣)를 만들고 이장(移葬)을 하기도 한다. 부정과 동티를 두려워하는 일도 윤달을 이용해서 하면 아무 탈이 없다는 것이다. 특징 정초에서 연말까지의 세시풍속에 나타난 특징을 보면 첫째로 사람과 신과의 관계, 즉 빌고 감사드리고 하는 경신생활(敬神生活)과 신관(神觀)을 들 수 있다. 세시풍속에 나타난 신은 다양하다. 하늘에 있는 일월성신을 비롯하여 풍우가 신격으로 등장해서 우리의 생활에 영향을 준다고 믿었고, 산신·하천신·용왕신·서낭신·별신·노신 등이 사람의 길흉화복에 큰 영향을 미치고 사고의 원인을 조성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산신은 수호신으로 동민과 동내의 제반사를 담당하고 있어 매우 친밀하고 강한 의식으로 마을에서 숭상되고 있다. 수신으로서의 하천신과 용왕신은 농경민으로 적절한 수량이 보증되어야 농경생활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절실하게 받들어졌다. 서낭신·노신·별신 등은 동구·노변·산길 등에 자리잡고 있어 사람의 왕래와 역귀·악귀의 출입을 통제하는 기능도 지니고 있었다. 목신은 동내에 있는 거목이 신수(神樹)로 인정되어 주기적으로 신앙이 표시되고 있다. 이러한 곳은 거의 신역(神域)시되어 함부로 파손이나 변화를 주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조상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추원보본사상이 명절에는 정기적으로 거행되었고 의식에서도 확고한 것이었다. 설과 추석의 2대 명절에 고향에 돌아가 차례를 지내고 성묘하는 것은 자손으로서의 가장 큰 미덕이었으며, 조령(祖靈)에 대한 숭상심이 중요한 계기였다. 둘째로 점복사상(占卜思想)을 들 수 있다. 사람은 내일의 운명을 알지 못한다. 미래의 일을 미리 다 알고 있다면 마음이 후련하겠으나 알지 못하기에 궁금하다.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것이 점복이다. 세시풍속에 나타나는 점복은 연사(年事)의 풍흉을 점치는 농점(農占)과 사람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신수점(身數占)과 그리고 질병점 등으로 나타난다. 셋째로 조상숭배를 들 수 있다. 효는 인간본연의 것이지만 세시풍속에 있어 중요한 명절에는 조상숭배의 행사가 꼭 있었다. 특히 설·한식·단오·추석·시제 때에 두드러졌다. 조상숭배에 공리성은 없다. 번거로운 일이지만 한국인은 세시풍속으로 정착시켜 조상에게 보답하는 행위가 앞섰다. 명절에 고향에 가거나 큰집에 가는 사람은 제수(祭需)를 잊지 않았으며 이러한 행위는 바로 인격이요 교양이며, 사람의 도리로 여겨왔다. 조상숭배의 보수성은 서구 문물의 영향을 받아 상당히 변질된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도 세시풍속에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어 한국인의 의식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넷째로 농경과 협동을 들 수 있다.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서 협동이 필요했다. 혼자서는 맹수나 적과 싸우기 어려웠으나 많은 사람들이 협동하면 맹수도 적도 물리칠 수가 있었다. 또 화재나 홍수 같은 재앙을 만났을 때에도 협동하면 막을 수가 있었다. 협동은 농경생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넓은 경작지의 일을 하려면 혼자서 다 할 수가 없으니 타인의 손을 빌려야 했고, 또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되었기 때문에 남과의 협동이 필요했다. 이러한 대표적 협동작업을 농촌에서는 ‘두레’라고 부른다. 농촌에서는 대소단위의 계모임이 있다. 크게는 마을사람 모두가 참여해서 협동체를 이루는 대동계가 있고, 작게는 상여계니 혼수계니 유친계니 하는 소단위의 계가 있다. 농촌에서의 협동성은 오늘날에도 계속되어 공동구입·공동판매 등의 협동조합으로 발전했다. 다섯째로 가무(歌舞) 등의 예능을 들 수 있다. 우리는 고대로부터 제천의식을 경험하였다. 그 목적은 풍년들기를 기원하고 풍작에 대한 감사의 뜻을 나타내는 제의로 이 때에 가무를 즐겼던 것이다. 제천의식의 가무에서 연중행사적인 예능생활을 짐작하게 하고 있다. 제천의식이 하늘을 제사하면서 아울러 국중대회를 개최한 것으로 보아 정치적인 국민대회도 함께 하였으므로, 신제(神祭)와 정치행사의 복합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큰 행사에는 노래와 춤과 놀이가 병행되었던 것으로 믿어진다. 마을의 큰 행사는 동제(洞祭)이다. 동제는 모든 마을사람의 생활과 관련을 맺고 있기에 모든 사람들이 다 함께 참여했다. 동신을 제사하고 신의를 얻기 위해서 오락으로 노래와 춤과 놀이가 있었다. 이럴 때는 으레 농악이 중요한 구실을 하였다. 군중이 모여 오신(娛神)하기 위해서는 흥을 돋우어야 했으므로 여기에 농악이 활용되어 농민들의 소박한 예술로 성장하였다. 민속놀이는 대개 계절과 관계된다. 정초의 널뛰기·윷놀이·연날리기·놋다리놀이·차전놀이·줄다리기·고싸움·탈춤 등이 있고, 단오 무렵에는 그네·씨름이 있었고, 추석 때에는 강강술래·거북놀이·소놀이 등이 있었다. 이 밖에 여러 놀이가 계절마다 있어 세시풍속과 관련을 맺고 있었다. 이러한 민속놀이가 세련된 예술로 승화하지는 못하였으나 원초적인 소박한 민속예술임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오랜 전통이 있는 세시풍속이 교육의 보급, 서구문물의 도입, 과학사상에 의해서 나날이 달라져가고 있다. 생산양식도 농경에서 도시산업으로 전이되고 있으며, 가옥구조·식사·복장도 양식화하고 의식도 변천하고 있어서 종래의 관습보다 외래적인 것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세시풍속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가 있게 되었다. 그러나 세시풍속은 하루 이틀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역사와 생활경험을 통해서 얻어진 결론이기 때문에 그 속에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진리가 들어 있다. 인류의 지혜, 민족의 지혜가 현명하게 엮어져서 세시풍속으로 나타나 있다. 그 자연, 그 역사, 그 사회 속에서는 그렇게 사는 것이 가장 타당하고 현명하다고 판단되어 관습으로 정착되었기에 우리는 세시풍속의 의미를 파악하고 그 속에서 교훈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세시풍속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서 모든 세시풍속을 재연할 수는 없다. 의미를 상실한 것도 공감을 잃은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것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거의 것일지라도 현대에 있어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므로 우리가 궁극에 바라는 행복을 이룰 수 있는 것은 그 장점을 계승,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1970년대부터 한국사회는 산업화와 더불어 농촌인구의 도시집중현상이 두드러졌고, 따라서 농경위주의 관습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켰다. 현실생활에 경제적 효과가 없는 것은 버리게 되고 마을단위, 혈연위주의 세시풍속이 소멸되어가고, 새로운 현상으로 설·추석 때 귀향길의 혼잡과 휴가 때 호텔에서의 차례 지내기, 농촌 어른이 도시의 자손 집에 가서 차례 지내고 명절을 지내는 등 새로운 풍속의 변화도 생겨나게 되었다. ≪참고문헌≫ 東國歲時記, 韓國歲時風俗(任東權, 瑞文堂, 1972), 韓國民俗大觀-歲時風俗·傳承놀이-(高麗大學校 民族文化硏究所, 1981). <임동권> 출전 : [디지털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동방미디어, 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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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속] 세시풍속 (두산) |
 [민속] 별신굿 (한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