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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향전 (민족)
향전 鄕戰 조선 후기 향촌 사회에서 향권(鄕權)을 둘러싸고 전개되었던 여러 형태의 향중(鄕中) 다툼. 기본 성격은 기존 향권을 장악하고 있던 사족 세력(士族勢力)에 대항하는 새로운 사회 세력의 도전, 또는 향권에 도전하고 있던 사회 세력들간의 대립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향전이 공식적인 연대기에서 집중적으로 문제되었던 것은 영조·정조 연간이었다. 이는 사족 중심의 향촌지배질서가 붕괴되고 관 주도의 통제책이 강화되던 당시의 정치·사회적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시기 향전이 수령권(관권)과 연계되어 전개되고 있었던 것이 그 점을 말한다. 1731년(영조 7) 충청도 면천(沔川)에서 “수령이 향임(鄕任)과 향족(鄕族)을 비호하고 유림(儒林)을 저해한다.”는 유생들의 소가 올라오자, 영조가 이것을 향전으로 지목해 소두(疏頭)를 유배시켰던 사실은 많은 시사를 제공한다. 숙종대 이후 중앙 정계가 경색되고 지방 세력의 중앙 진출이 크게 억제되는 가운데 지방 세력을 배경으로 중앙 정계의 재편을 기도하였던 이인좌(李麟佐) 난의 실패를 계기로 지방 세력은 결정적으로 약화되었다. 이후 지방 통제책은 수령을 중심으로 더욱 강화되었다. 수령 중심의 관주도 통제책, 즉 왕권에 위협을 줄 수 있는 모든 사건은 철저히 금지되었다. 이러한 정책이 ‘면천향전’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하겠다. 이전에도 향촌 사회에서는 여러 형태의 쟁단이 있었지만, 그것이 향전으로 파악되지는 않았던 것은 위와 같은 정치·사회적 변화와 관련해 이해해야 할 것이다. 영조는 향전에는 시비가 있을 수 없으며 향전에서 시비를 가리는 것 역시 당심(黨心)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와 같은 현상은 농부가 잡초를 뽑아 없애듯 완전히 제거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하였다. 1762년 당색과 관련된 담양 향전을 계기로 각 도의 향전을 금지하는 조처가 내려진 것은 이러한 배경을 가진 것이었다. 향촌 사회 지배층 내부의 향전은 조정에서 간섭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는 점이 표방되기도 하였고, 이 방면에서 영조의 정책을 계승한 정조 역시 향전 금지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였다. 그러나 향전을 금한 이후로도 각지의 향전은 그치지 않았고 그 폐는 날로 심해져갔다. 심지어 ‘향전율(鄕戰律)’이라는 명목 하에 감사와 수령의 천단이 야기되기도 하였다. 이는 수령을 중심으로 한 관주도 향촌통제책 자체가 그를 보좌하는 이서(吏胥)와 향임(鄕任)을 매개로 하는 것이었고, 이향에로의 진출이 수령에 의해 천단될 수밖에 없었던 당시 권력 구조의 취약성에 기인한 것이었다. 따라서, 구 지배층과 새롭게 향권에 도전하고 있던 세력간의 향권 장악을 둘러싼 대립이 지속되는 한 향전은 확대, 심화되어갔던 것이다. 한편, 이러한 구조 속에서 향권의 핵심이 향촌 사회 권력 기구를 장악하는 것이 되었다. 그 대표적인 움직임이 향임과 유임(儒任)이었기 때문에 지방에 따라서는 대립 현상을 향전과 유전(儒戰)으로 구분해 표현하기도 했다. 향전의 양상은 시기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참여하는 사회 세력도 사족·서얼·향족·이족(吏族)·부민(富民) 등 다양하였다. 그렇지만 향전을 위와 같이 향권을 둘러싼 신구 세력간의 대립으로 이해할 때, 그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하나는 기존 향촌을 주도해왔던 구지배층인 사족과 새롭게 관권의 비호 아래 실질적인 향권을 장악해 나가고 있던 향족간의 대립이고, 다른 하나는 향촌 지배 기구의 직임 중 핵심을 이루는 유임과 향임을 둘러싼 신구세력의 대립이 그것이다. 전자는 흔히 유향(儒鄕)의 대립으로, 후자는 신유(新儒)·구유(舊儒), 신향(新鄕)·구향(舊鄕) 간의 대립으로 표현되었다. 그런데 18세기 중엽을 전후해 과거 사족 지배 질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향안을 모태로 한 향회(鄕會)가 관권에 의하여 부정되고 향회의 성격이 수령의 부세 자문 기구로 변하였다. 즉 향권이 사족의 수중으로부터 수령 및 이향층으로 넘어가면서 대립의 중심축이 두번째 유형으로 이전되어 나갔다. 19세기 향전의 일반적 모습이 향임과 교임(校任)을 차지하기 위한 쟁투였으며, 표현이 신향과 구향의 대립 및 신유와 구유의 대립으로 나타나고 있음은 바로 그와 같은 점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이와 같이, 향전은 향촌 사회의 권력이 기존 지배층으로부터 당시 성장하고 있던 새로운 사회 세력으로 옮겨가고 있었던 사실을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새로운 사회 세력이 자신의 권력 기구를 창출할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했던 한계로 인해 향권 장악을 위한 이들의 사회적 진출은 결정적 약점을 노출시켰다. 그들이 관권에 편승해 자신들의 지위를 상승시키는 가운데 그들 스스로가 감사나 수령에 의한 매향(賣鄕)과 매임(賣任)의 피해자가 되는 동시에, 역으로 일반 민(民)과는 대립적인 위치에서 민을 갉아먹는 존재로 비쳐지고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점을 말하는 것이었다. ≪참고문헌≫ 鄕廳硏究(金龍德, 韓國硏究院, 1978), 朝鮮時代 地方行政史(李樹健, 民音社, 1989), 朝鮮後期 鄕權의 推移와 支配層 動向(金仁杰, 韓國文化 2, 1981), 1840年 寧海鄕戰과 그 背景에 관한 小考(張泳敏, 忠南史學 2, 1987), 19세기 전반 鄕村社會勢力間 對立의 推移(高錫珪, 國史館論叢 8, 1989), 19세기말 咸安地方의 鄕戰(金東哲, 韓國文化硏究 2, 1989), 17·18세기 鄕村社會 身分構造變動과 儒·鄕(金仁杰, 韓國文化 11, 1990), 18세기말 19세기초 平安道地域 鄕權의 推移(高錫珪, 韓國文化 11, 1990), 朝鮮後期 士族의 村落支配-南原屯德地方을 中心으로-(金炫榮, 韓國文化 12, 1991), 19세기 嶺南 金山의 兩班地主層과 鄕內事情(申榮祐, 東方學志 70, 1991), 鄕案について(田川孝三, 山本博士還曆記念東洋史論叢, 東京, 1974). <김인걸> 출전 : [디지털민족문화대백과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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