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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전시과 (민족)
전시과(田柴科) 관련 항목 : 고려 시대의 토지제도 고려 전기의 토지 제도. 협의로는 문무 관료 및 직역(職役) 부담자에 대한 수조지(收租地) 분급을 규정한 토지 제도를 의미하고, 광의로는 이 토지 제도를 기축으로 구성된 토지 지배 관계의 광범한 체계를 의미한다. 곡물을 재배하는 전지(田地)와 땔나무를 공급해주는 시지(柴地)를 아울러 분급했기 때문에 전시과라고 하였다. [전시과의 구분] 분급 대상과 그 성격에 따라 크게 일반전시ㆍ공음전시(功蔭田柴)ㆍ공해전시(公力田柴)로 구분할 수 있다. (1) 일반전시 직역을 부담하는 대가로 분급된 일반전시는 다시 문무양반 및 군한인전시(軍閑人田柴)ㆍ무산계전시(武散階田柴)ㆍ별사전시(別賜田柴)로 나누어 규정되었다. 이 가운데 전시과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문무 양반 및 군ㆍ한인 전시는 신라의 문무 관료전을 계승한 것으로서, 976년(경종 1) 처음 제정되었다. 이에 앞서 940년(태조 23) 고려시대 최초의 토지분급제도인 역분전(役分田)이 제정되어 조신(朝臣)ㆍ군사에게 분급되었지만, 그것은 후삼국 통일에 공로가 컸던 사람들에 대한 논공행상적인 토지분급이었다. 976년 시정 전시과(始定田柴科) 이후 정치적ㆍ경제적인 조건의 변화에 조응해 998년(목종 1)ㆍ1014년(현종 5)ㆍ1034년(덕종 3)에 개정되고, 1076년(문종 30)에 최종적으로 정비되었다. 특히 목종ㆍ문종 때에 크게 바뀌었으며 각각은 토지 분급 방식에서 나름대로의 특색을 갖고 있었다. 시정 전시과는 분급 기준으로 관품(官品)과 인품(人品)을 아울러 사용하였다. 우선, 분급대상을 보면, 광종 때 제정된 자삼(紫衫)ㆍ단삼(丹衫)ㆍ비삼(緋衫)ㆍ녹삼(綠衫)의 사색공복(四色公服)에 따라 4계층으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다시 단삼은 문반(文班)ㆍ잡업(雜業)ㆍ무반(武班)으로, 비삼ㆍ녹삼은 문반ㆍ잡업으로 나눈 뒤 5ㆍ8ㆍ10ㆍ18품으로 세분해 토지를 분급하였다. 여기에서 자삼 계층은 반열(班列)에 따라 세분하지 않았다. 그것은 자삼이 관계(官階)를 기준으로, 단삼 이하는 관직을 기준으로 구분한 것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고려왕조의 개창에 크게 기여한 중앙ㆍ지방의 유력자인 자삼 계층이 관직의 유무에 관계없이 모두 원윤(元尹) 이상의 고위관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특별한 대우를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시정전시과에서 인품을 분급의 기준으로 설정한 것은 신구세력이 타협해 정국의 안정을 모색하던 고려 전기 경종 초기에 지배계층 전체를 분급대상으로 흡수하는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의 결과였다. 998년의 개정전시과에서는 분급기준이 관직으로 단일화되어, 관직의 고하에 따라 18과(科)로 구분해 토지를 분급하였다. 이와 같이, 분급규정이 간편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성종 때 크게 확립된 고려의 관료체계가 토지분급제도에 반영되어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개정전시과에서는 실직(實職)을 중심으로 토지를 분급해 산관(散官)은 현직관리에 비해 몇 과 아래의 토지를 받았다. 문신귀족사회라는 고려사회의 특색이 전시과에도 관철되어 문관이 같은 품계의 무관에 비해 더 많은 토지를 받았던 것이다. 그리고 마군(馬軍)ㆍ보군(步軍)의 군인층이 분급대상에 포함된 것도 개정전시과의 한 특징이었다. 한편 1076년의 갱정전시과(更定田柴科)도 18과로 나누어 분급했지만 몇 가지 사항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우선, 한외과(限外科)의 소멸을 들 수 있다. 즉, 이전까지 18과에 속하지 못하고 토지를 받던 계층이 모두 과내로 흡수되었다. 이로써 전시과는 외형상 토지분급제도로서의 완결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또한 산관이 분급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되었으며, 무관에 대한 차별대우가 사라지고, 군인에 대한 대우도 이전보다 나아졌다. 그리고 향직(鄕職)이 새로이 분급대상에 포함되었다. 향직은 고려 초기의 관계가 변화된 것으로 중국식의 당풍(唐風)에 대한 고려식의 국풍(國風)ㆍ향풍(鄕風)을 의미하는 독자적인 질서체계였다. 이것은 국왕 및 왕실에 대한 공로자나 70세 이상의 관직 없는 노인, 여진의 추장 등에게 주어졌다. 비록 명예적인 칭호였지만 대상(大相)ㆍ좌승(佐丞)ㆍ원보(元甫) 등의 향직을 소유한 사람에게는 12∼14과의 토지가 분급되었다. 분급기준과 마찬가지로 분급액도 각 단계마다 차이가 있었다. 최고 분급액은 시대가 내려올수록 점차 감소하였다. 시정전시과는 전ㆍ시 각 110결, 개정전시과는 전 100결, 시 70결, 갱정전시과는 전 100결, 시 50결이었다. 특히, 시지의 현격한 감소는 장차 시지의 소멸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양반ㆍ군인ㆍ한인의 분급액을 갱정전시과에서 보면, 양반의 경우 종1품인 중서령(中書令)ㆍ상서령(尙書令)ㆍ문하시중(門下侍中) 등은 제1과로 각각 전 100결, 시 50결을 받았다. 이하 관리는 과등(科等)에 따라 전시의 액수가 감액되어 양반 품관의 말단인 정ㆍ종9품은 제15과로 시지 없이 전 25결을 받았다. 한편, 품관은 아니지만 도필(刀筆 : 문서의 기록)의 임무를 띠고 말단의 행정업무에 종사하는 서리(胥吏)와 기능적인 잡역을 수행하는 잡로직(雜路職)은 15∼18과에 속해 17∼25결을 받았다. 반면에 지방 행정관청의 실무자인 향리에 대한 토지분급규정은 없었다. 군인의 경우에는 마군이 제15과로 전 25결을, 역군(役軍)ㆍ보군(步軍)이 제16과로 전 22결을, 감문군(監門軍)이 제17과로 전 20결을 받았다. 여기에서 말하는 군인은 수도 개경에서 근무하는 경군(京軍)을 의미하며 지방군은 제외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비해 한인은 가장 적은 제18과의 전 17결을 받았다. 과거나 음서(蔭敍)를 통해 산직(散職)인 동정직(同正職)을 받고 아직 실직에 임명되지 않은 관인을 한인이라 하였다. 비록 구체적인 직사(職事)는 수행하지 않았지만 장래에 실직에 임용되어 직역을 수행할 대상이었으며, 때로는 군역에 보충되는 등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기 때문에 이들도 일반전시의 체계 속에 포함된 것이다. 이상의 양반ㆍ군인ㆍ한인에게 분급된 토지는 각각 양반전ㆍ군인전ㆍ한인전이라 불렸다. 이러한 분급규정 외에 갱정전시과에는 무산계전시와 별사전시가 규정되어 있다. 무산계전시는 무산계를 가진 사람에게 토지를 분급하는 것이다. 관리의 품계를 나타내는 방법에는 문산계와 무산계의 두 가지가 있었다. 중국의 경우 문산계는 문반관리의 품계로, 무산계는 무반관리의 품계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고려에서는 문반ㆍ무반의 구분 없이 모든 품관관리에게는 문산계가 주어지고, 무산계는 향리나 탐라 (耽羅)의 왕족, 여진의 추장, 노병(老兵)ㆍ공장(工匠)ㆍ악인(樂人) 등 특수한 계층에게 주어졌다. 무산계는 종1품의 표기대장군(驃騎大將軍)에서 종9품의 배융부위(陪戎副尉)까지 29품계로 구분되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무산계전시를 받은 것은 제4품에 해당하는 관군대장군(冠軍大將軍) 이하이며, 그 이상의 품계에 대한 토지분급규정은 보이지 않는다. 분급액을 보면, 관군대장군과 운휘대장군(雲麾大將軍)이 각각 전 35결, 시 8결의 최고액을 받았으며, 이하 순차적으로 감액되어 배융교위와 배융부위가 각각 전 20결의 최하액을 받았다. 공장ㆍ악인 등의 무산계 소유자에게 토지가 분급된 것은 그들의 임무가 일종의 직역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별사전시는 승과(僧科)나 지리업(地理業) 출신자를 대상으로 한 규정이었다. 고려는 불교와 풍수지리사상이 유행했으므로 대덕(大德) 등의 법계(法階)를 가진 승려나, 대통(大通)ㆍ부통(副通)ㆍ지리사(地理師)ㆍ지리박사(地理博士)ㆍ지리생(地理生) 등의 지사(地師)에 대해 그들의 사회적 역할을 인정, 우대한 것이다. 모두 6등급으로 구분되어 최고 전 40결, 시 10결로부터 최하 전 17결의 전시가 분급되었다. 이상의 일반전시가 관리 및 직역부담자에 대한 토지분급제도라면, 이 일반전시의 미비점을 보충하는 것이 공음전시와 구분전(口分田)이었다. (2) 공음전시 공음전시는 관리선발에서의 음서와 마찬가지로, 5품 이상의 양반관료를 위해 마련한 토지분급에서의 특혜조처이다. 특별한 유공자만이 아니라 5품 이상의 관료이면 모두 혜택을 입었다. 여기에서 ‘품(品)’은 관품을 의미하며, 등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977년(경종 2) 개국공신이나 향의귀순성주(向義歸順城主)에게 분급한 훈전(勳田)을 계승한 것으로, 문벌귀족사회인 고려사회의 특성을 반영한 제도이다. 1049년(문종 3)에 제정된 양반공음전시법에 의하면, 분급대상은 1품에서 5품까지로 구분되었으며, 1품의 문하시랑평장사 이상은 전 25결, 시 15결을 받았고, 이하 점차 감액되어 5품은 전 15결, 시 5결을 받았다. 다만 산관은 각 품의 분급액에서 5결을 감하였다. 이것은 일반전시와는 달리 자손에게 상속되었다. 5품 이상의 관료가 사망해 일반전시가 국가에 회수되더라도 그의 유족은 공음전시로 관인신분을 계속 누릴 수 있었다. 더구나 남계(男系) 자손이 없으면 여서(女壻)ㆍ친질(親姪)ㆍ양자(養子)ㆍ의자(義子)의 순서로 상속되었다. 공음전시를 받은 자의 자손이 중죄(重罪)나 제명(除名)에 해당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으면 아들이 유죄라도 손(孫)이 무죄일 경우에는 공음전시의 3분의 1을 상속받았다. 한편 구분전은 관리나 군인의 유가족에 대한 보호의 대책으로 설정된 지목(地目)이다. 1024년(현종 15)과 1047년(문종 1)의 규정에 의할 때 구분전의 분급내용은 다음과 같다. 남편이 사망하고 연립(連立)할 자손이 없는 처의 경우, 남편이 6품 이하 7품 이상이면 전 8결, 8품 이하거나 전쟁에서 죽은 군인이면 전 5결이 분급되었다. 또 부모가 모두 사망한 뒤 남자형제는 없고 미혼의 여자일 경우, 아버지가 5품 이상이면 전 8결이 주어졌다. 이와 같이 생활능력이 없는 과부나 미혼의 여자에게 구분전이 지급되었다는 것은 이것이 후생적인 의미를 가진 토지임을 알 수 있다. 구분전 지급의 조건으로 자손과 남자형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은 집안에 남자가 있으면 그들에 의해 생계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분전의 또 하나의 분급대상은 자손ㆍ친족이 없는 70세 이상의 늙은 군인이었다. 이들 역시 자활 능력이 없기 때문에 보호 대책이 필요했던 것이다. 당나라의 균전제에서는 구분전과 영업전(永業田)이 일반인민들에게 분급된 토지의 명칭이었으나 고려의 경우에는 성격이 전혀 달랐다. 이것도 전시과체제하의 고려 구분전의 특색의 하나이다. (3) 공해전시 중앙 및 지방의 행정 기관에 분급되어 해당 기관의 운영경비를 조달하는 재원으로 사용된 토지를 말한다. 고려 시대 각 관청은 독자적으로 재원을 설정, 그 재원으로부터의 소출(所出)에 의존해 필요한 재정지출을 하였다. 따라서 각 관청에서는 소요경비를 조달할 재원으로 공해전이 반드시 필요하였다. 중앙 관청의 공해전도 있었으나 현재 그에 관한 기록이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지방 관청의 공해전에 대해 알 수 있을 뿐이다. 주(州)ㆍ현(縣)과 향(鄕)ㆍ부곡(部曲)은 인정(人丁)의 수에 따라 각각 8등급과 3등급으로 구분하고, 역(驛)ㆍ관(館)은 길의 크기에 따라 대로(大路)ㆍ중로ㆍ소로의 3등급으로 구분해 일정한 액수의 공수전(公須田)ㆍ지전(紙田)ㆍ장전(長田)을 분급하였다. 예를 들면, 1천정(丁) 이상의 주ㆍ현에는 공수전 3백결, 지전 15결(?), 장전 5결(?), 5백정 이상의 주ㆍ현에는 공수전 150결, 지전 15결, 장전 5결이 지급되었다. 이하 점차 감액되어 20정 이하의 주ㆍ현에는 공수전 10결, 지전 7결, 장전 3결이 지급되었다. 여기에서 공수전은 빈객 접대, 외관(外官)의 녹봉, 기타 경비를 조달하기 위한 것이고, 지전은 필요한 용지를 공급하기 위한 재원이었다. 장전은 향리의 우두머리인 호장(戶長)에게 분급된 토지로 추측되지만 이것이 호장의 직전(職田)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다. 전지(田地) 외에 공수시지(公須柴地)도 분급되었다. 주ㆍ부ㆍ군ㆍ현의 경우에는 1천정 이상이면 80결, 5백정 이상이면 60결, 5백정 이하이면 40결, 1백정 이하이면 20결이었다. 12목(牧)은 인정의 다소에 관계없이 모두 1백결이었다. 또한, 역은 도로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50∼15결의 시지가 분급되었는데, 양계(兩界)보다는 동서도(東西道)의 역에 더 많이 분급되었다. [전시과의 성격] 전시과에서 토지의 분급대상과 분급액이 이상과 같이 다양하게 규정되었지만 토지의 분급은 기본적으로 수조지의 분급을 의미하였다. 그러나 각 수조지가 어떤 토지 위에 설정되느냐에 따라 구체적인 경영형태 및 성격에는 서로 차이가 있었다. 전시과를 대표하는 양반전은 나말여초 호족들이 소작제(小作制) 경영으로 지배하던 전장(田莊) 위에 설정되었다. 즉 전시과가 제정될 무렵에 그 토지가 일단 국가에 회수되었다가 과거의 경영형태를 그대로 보존한 채 양반전의 명목으로 다시 관리들에게 분급된 것이다. 그리하여 양반전을 경작하는 농민은 소출의 2분의 1을 전조(田租)로 양반관료에게 납부하였다. 이 때 수조지의 지배자인 양반관료와 경작자인 농민 사이에는 토지의 경영형태로서 전주(田主)-전호(佃戶)의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양반관료가 지주로서 그들의 수조지를 법적으로 소유한 상태에서 직접 지배ㆍ관리ㆍ경영한 것이 아니라 국가가 받아서 지급해주는〔官收官給〕전조를 일정 기간 취득할 뿐이었다. 즉 전주와 전호의 관계는 군현제(郡縣制)의 농민지배를 매개로 하여 실현된 것이었다. 그들 사이에 사적(私的)인 지배ㆍ예속의 관계는 성립되지 않았으며, 전주인 양반의 지주적 성격도 부정되었다. 따라서 양반관료에 대해 어떤 중세적인 봉건지주의 이미지를 그린다는 것은 잘못이다. 양반전은 관료가 죽으면 수조지를 국가에 반납하는 것이 원칙이었고, 세습적 상속은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자식이 관직에 있으면서 규정된 것보다 미달된 액수를 받았을 경우에는 아버지의 수조지를 물려받을 수 있었다. 양반의 수조지는 전국에 걸쳐 산재했고, 시지는 일일정(一日程)과 이일정(二日程)으로 구분되어 주로 오늘날의 경기도와 황해도에 설치되었다. 군인전은 군인 자신의 민전(民田)이나 다른 농민의 민전 위에 설정되었다. 전자의 경우, 군인전의 소출이 전부 자신에게 귀속되므로 수조율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후자의 경우에는 농민이 국가에 납부하는 전조를 대신 군인에게 납부하는 것이므로 수조율은 민전의 조율인 4분의 1을 초과하지 않았다. 또한 군인 자신의 토지가 너무 적어 군호(軍戶)로서의 구실을 못할 때, 예외적인 조처로 공전(公田)을 가급(加給)하기도 하였다. 공해전은 국가의 공유지로 편성되었으며, 그것이 소재한 촌락의 농민의 요역노동에 의해 경작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호제(佃戶制)로 경영되기도 했는데 이 때의 수조율이 4분의 1인지 2분의 1인지는 불확실하다. 근래에는 민전의 조율이 10분의 1이며, 이 민전 위에 양반전이 설정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전시과의 붕괴] 1076년(문종 30)에 최종적으로 정비된 전시과는 이후 다시 개정되지 않았다. 이것은 전시과가 고려 토지제도의 근간이 되지 못하고 점차 쇠퇴의 길을 걸었음을 의미한다. 전시과체제하에서 전체 경작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민전이었다. 소작제 경영에 입각해 지대를 수취하는 양반전의 경우, 갱정전시과의 규정대로 지급되었다고 하더라도 10만결에 미치지 못하였다. 더구나 양반전 중에서는 무관(武官)의 수조지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대개 규정대로 분급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10만결에 훨씬 미달했을 것이다. 고려 전기의 총 경지면적을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양반전의 이러한 규모는 그다지 큰 것이 아니었다. 여기에 지대를 수취하는 궁원과 사원의 사유지를 가산하더라도 소작제로 경영되는 토지는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결국, 민전과 그 민전 위에 설정된 군인전이 경작지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민전의 전조가 국가재정의 주요한 원천이 되었다. 민전의 일부는 내장택(內庄宅) 소속의 장전(莊田)ㆍ처전(處田)으로 편성되어 그 전조가 왕실의 어수(御需)에 충당되었다. 또 일부는 우창(右倉)인 풍저창(豊儲倉)에 소속되어 국용(國用)의 기반이 되었으며, 나머지는 좌창(左倉)인 광흥창(廣興倉)에 소속되어 녹봉의 재원이 되었다. 그리고 군인전으로 편성된 민전과 양계의 민전은 물론 군비를 조달하는 데 할당되었다. 민전을 소유한 사람은 주로 소규모의 경작지를 자영하는 농민이었다. 이들은 공동체적인 유대에 굳게 얽히어 있었으며, 계층적으로 미분화된 상태에 놓여 있었다. 물론 민전의 경영에서 뒷날의 병작반수(橙作半收)와 비슷한 일종의 지주제적 형태가 양반들이 소유한 민전에서는 형성되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대부분의 민전은 미분화상태의 농민들이 자영하는 소규모 경작지였다. 아직 여기에는 소작관계에 의한 지주제적 경영이 보편적으로 전개될 수 없었다. 이것은 공전조(公田租) 4분의 1이라는 민전에 대한 고율의 수탈에 그 원인이 있었다. 아무튼 전시과체제의 수취구조는 민전 농민을 미분화상태의 자영농민으로 묶어두고 그들에게 가혹한 수탈을 가해 국가재정의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체로 1170년 무신정권의 성립 이후, 권력자들에 의한 불법적인 토지탈점이 전개되고, 전국적으로 대토지소유를 뜻하는 농장이 광범하게 설치됨으로써 수조지의 분급에 기초한 전시과체제는 무너지게 되었다. 이것은 미분화상태의 자영농민에 대한 수탈 위에 의존해 있던 국가의 재정구조가 파탄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전시과체제의 붕괴를 초래한 기본적 모순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생산력의 발전, 촌락 공동체적인 유대ㆍ결속의 분해 등으로 농민이 계층적으로 분화되는 것과 깊은 관계가 있다. 특히 자영농민의 전호화(佃戶化), 새로운 농장제(農莊制)의 전개는 전시과 내부의 모순이 극복되는 구체적인 표현이었다. ≪참고문헌≫ 高麗史, 高麗史節要, 高麗土地制度史硏究(姜晋哲, 高麗大學校出版部, 1980), 閑人ㆍ白丁의 新解釋(李佑成, 歷史學報 19, 1962), 高麗의 兩班功蔭田柴法의 해석에 대한 再檢討(朴菖熙, 韓國文化硏究院論叢 22, 1973), 高麗初 公田ㆍ私田의 性格에 대한 재검토-顯宗代 義倉租收取規定의 해석을 중심으로-(朴鍾進, 韓國學報 37, 1984), 高麗時代 什一租에 관한 一考察(金載名, 淸溪史學 2, 1985), 高麗 功蔭田柴의 지급 대상과 그 時期(金龍善, 震檀學報 59, 1985), 高麗前期 農民의 土地所有와 田柴科의 性格(金琪燮, 韓國史論 17, 1987), 高麗時代의 土地分給과 田品(朴國相, 韓國史論 18, 1988), 高麗時代의 閑人과 閑人田(文喆永, 韓國史論 18, 1988), 高麗時代の口分田と永業田(武田幸男, 社會經濟史學 33-5, 1967), 高麗田柴科の一考察(浜中昇, 東洋學報 63-1ㆍ2, 1981), 高麗前期の小作制とその條件(浜中昇, 歷史學硏究 507, 1982). <강진철> 출전 : [디지털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동방미디어, 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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