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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조선] 봉박 (민족)
봉박(封駁) 고려·조선 시대 왕의 조지(詔旨) 내용이 합당하지 못할 경우 이를 봉함하여 되돌려 공박하는 제도. 고려 중서문하성 낭사(郎舍)의 직무이며 권한의 하나였다. 중서문하성은 상하 이중 구조로 이루어져 상층의 재부(宰府)는 성재(省宰)·재신(宰臣)·재상(宰相)이라 호칭된 2품 이상관으로 구성된 데 비하여 하층의 낭사는 성랑(省郎)·간관(諫官)이라 불리는 3품 이하관으로 조직되어 있었다. 본래 고려에서는 군주의 언동과 처사가 나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그것이 바람직한 방향에서 수행되도록 언론을 담당할 수 있는 관원을 두고 있었다. 이들이 바로 중서문하성의 하층부를 이루는 낭사 소속의 산기상시(散騎常侍) 이하 사간(司諫)·정언(正言) 등의 간관들이었다. 그러니까 봉박은 이처럼 군주에 대해 간언(諫言)을 담당하고 있던 간관들의 또다른 직임의 하나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봉박이라는 말도 군왕의 부당한 처사나 조칙을 ‘봉환(封還)하여 박정(駁正)한다’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조서나 처사의 내용을 ‘봉함하여 되돌린다’는 뜻에서 봉환이라 하며, 거기에 덧붙여 ‘반박하는 의견을 신달(申達)하게’ 될 때는 봉박이 된다. 이것은 말하자면 간관들의 권한 중 하나인 일종의 거부권과 같은 것이라 하겠다. ≪경국대전≫ 이전(吏典) 사간원조(司諫院條)에 의하면, 조선 시대 간관의 직임에 대해 논박이라 한 규정이 보이는데, 이 역시 표현은 좀 다르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봉박과 비슷한 뜻을 가지는 말로 짐작된다. 고려 시대와 조선시 대에는 간관과 일체적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함께 언론을 담당한 대관(臺官)들이 따로 있었다. ≪고려사≫ 백관지와 ≪경국대전≫에는 이들의 직무의 하나로 ‘시정(時政)의 논집(論執)’이라는 항목이 들어 있다. 이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당시의 정사(政事), 즉 현실의 시정·시책에 대한 집요한 언론 제도를 일컫는다. 이 시정에 대한 집요한 언론 또한 봉박과 내용을 같이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그 언론이 방법상으로 봉서(封書)의 형태를 취한다면 그것은 곧 봉박이 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봉박·논박·시정의 논집은 그 내용상 유사한 성질의 것으로서 모두 대간이 지니고 있던 권한의 하나였음을 살필 수 있는 것이다. 봉박하는 언론은 논사(論事)뿐 아니라 인사 문제를 둘러싸고서도 자주 행해졌다. 이와 같은 사실은 세조 때 대사헌을 지낸 양성지(梁誠之)의 상소 가운데, “이조와 병조가 임명한 후 3품 이하는 모두 대성(臺省)에 보내는데 5품 이하는 반드시 가세(家世)의 흔구(痕咎) 유무와 본인 소행의 선악과, 무릇 전에 받은 자격 및 수직(授職)의 당부(當否) 등을 고찰하여 부당한 바가 있으면 반드시 봉박, 보고하도록 하여 그에 따라 즉시 개정하였으니, 서경법(署經法)은 이처럼 중한 것입니다.”(世祖實錄 卷39 世祖 12年 8月 壬子條)라고 한 것에서 직접적인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서경 문제로 국왕과 대간의 의견이 대립되는 경우 봉박이 뒤따랐음을 말하고 있거니와 이에 앞서 태조 원년에 간관의 직장(職掌)으로 ‘간쟁의 헌납’과 함께 제정되고 있는 ‘차제(差除)의 박정’(太祖實錄 卷1 太祖 元年 秋7月 丁未條)이 바로 이와 연결되는 것임을 아울러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예로 든 것은 조선 시대의 사실들이지만 고려 시대에 있어서도 서경 관계로 대간들이 봉박한 사례는 오히려 더욱 자주 접할 수 있는 만큼 상황은 서로 비슷했던 것 같다. 결국, 고려와 조선에서 대간들은 봉박권을 통해 국가의 시책이나 인사 문제에 대해 언론을 행사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왕이 올바른 정사를 펼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편, 이것은 실제적인 권력 관계에서 왕권이 대간들에 의해 규제를 받았다는 의미도 내포하는 것이다. 이는 물론 왕조의 정치 체제나 권력 구조 등에 따라 강약의 차이가 있게 마련이었지만, 어떻든 대간들의 봉박권은 이처럼 국왕의 보좌와 그의 권력에 대한 규제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었다. ≪참고문헌≫ 高麗史, 高麗時代臺諫制度硏究(朴龍雲, 一志社, 1980), 高麗朝의 臺諫制度(朴龍雲, 歷史學報 52, 1971), 臺諫制度의 成立(朴龍雲, 韓國史論叢 1, 1980), 臺諫制度의 成立과 그 機能의 分析(崔承熙, 韓國學論集 1, 啓明大學校, 1973). <박용운> 출전 : [디지털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동방미디어, 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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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대성 (민족) |
 [고려] 낭사 (민족)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