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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정동행성=정동행중서성 (민족)
정동행성 征東行省 고려 후기 원(元)에 의해 일본 원정을 위한 전방 사령부로서 고려에 설치되었던 관서. 그 뒤에도 기능은 전환되었으나 명칭은 그대로 고려 말기까지 존속하였다. 정식 명칭은 정동행중서성(征東行中書省)으로서 '정동'은 일본 정벌을 뜻하는 것이고, '행중서성'은 중앙 정부의 중서성(中書省)의 지방 파견 기관을 뜻하는 것이다. 원대에는 중국 전토에 지방 행정 기관으로서 행중서성이 설치되어 이것이 현재까지 성(省)이라는 행정단위로 남아 있다. 1280년(충렬왕 6)에 처음 세워졌으며, 일본 원정이 실패하자 곧 폐지되었다. 그런데 원나라의 세조(世祖)는 일본 원정을 단념하지 않았고, 따라서 정동행성은 여러 차례 설치와 폐지가 되풀이되었다. 두번째 설치는 1283년이었고, 세번째는 1285년이었다. 중간에 잠시 행상서성(行尙書省)이라고 일컬어진 일이 있는데, 이는 원나라에서 중서성의 권한이 상서성에 의해서 대체된 데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시일이 경과하면서 당초의 일본 원정이라는 목적은 사라지고, 형식상의 기구로서 주로 의례적인 기능을 수행하였다. 즉, 원나라로 하정사(賀正使)를 파견하는 일이 고작이었다. 1299년(충렬왕 25)에 한희유 사건(韓希愈事件)을 계기로 종래의 기능에서 벗어나 고려의 내정에 적극적으로 간여하였다. 이것은 한희유가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는 혐의를 받아 일당 10여 명이 인후(印侯) 등 반대파에 의해 체포된 사건이었다. 당시 충렬왕과 충선왕의 부자 사이에 갈등 분쟁이 있었고, 두 파로 나뉜 신하들의 치열한 대립이 원인이었다. 이 대립은 원나라의 제실(帝室)까지 얽혀 있었다. 종래 정동행성의 장(長)인 승상(丞相)은 고려 국왕이 맡고 그 아래의 고위 관직은 전연 임명됨이 없이 하급 관료만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으로 고위직인 평장정사(平章政事)에 활리길사(濶里吉思)를, 우승(右丞)에 야율희일(耶律希逸)을 임명해 보냈다. 이들은 충선왕이 시도했던 개혁들을 말살했고, 고려의 상급 관리들의 처벌은 반드시 원나라에 보고하도록 하며, 관리수를 줄이고, 노비제도를 원나라의 법식대로 고치도록 하였다. 이렇게 행성에 관리들이 증치(增置)된 것과 그들이 행하려는 간여는 고려측의 맹렬한 반대에 부딪혀 활리길사 등은 1년여 만에 원으로 돌아가고, 증치 행성(增置行省)도 1년여 만에 폐지되었다(1301). 1307년(충렬왕 33)에 증치 행성이 다시 나타났다. 이는 부자 사이의 세력 싸움에서 이긴 충선왕이 원나라에서 귀국하는 부왕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하기 위해서 원나라의 무종(武宗)에게 건의해 세운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충선왕이 실권을 장악하게 되자 필요성이 없어져서 1년 만에 해체되었다. 이 사건 이후 정동행성은 이전과 같은 형식상의 기관으로 존속하게 되었지만, 고려ㆍ원 관계의 진전에 따라 다시 행성을 세우려는 의론, 즉 입성(立省)의 의론이 가끔 일어났다. 이 때의 '행성'은 이전의 정동행성과는 달리 원제국 내의 지방행정단위인 행성과 같은 것으로, 고려가 원제국의 일부로 편입되어 들어감을 뜻하였다. 1310년(충선왕 2) 요양(遼陽)지방에서 큰 세력을 이루었던 홍중희(洪重喜)가 책동했으나 실패하였다. 1323년(충숙왕 10)에는 유청신(柳淸臣)ㆍ오잠(吳潛) 등이 심왕당(瀋王黨)에 붙어서 고려에 군현을 설치하려는 책동까지 펼쳤는데, 이제현(李齊賢) 등 고려측의 맹렬한 반대로 성사에 이르지는 못하였다. 이와 같은 책동은 고려의 왕위 계승의 분규나 세력다툼이 원에까지 얽힐 적에 주로 고려 관련자에 의해서 제기되었다. 정동행성은 원나라 말까지 명의상으로 엄연한 관서로서 존속되었다. 승상은 고려왕이 겸임했고, 승상 아래에는 평장정사ㆍ우승ㆍ좌승ㆍ참지정사(參知政事)ㆍ원외랑(員外郎)ㆍ낭중(郎中)ㆍ도사(都事) 등이 있었다. 그러나 행성이 증치되었던 몇 년간을 제외하고는 평장정사 이하 참지정사까지의 고급직위(종1품에서 종2품까지)에 대한 임명은 없었고, 낭중ㆍ원외랑ㆍ도사와 같은 하급 직위(종5품 이하)만이 채워져 있었다. 형식상ㆍ의례상의 기구라 함은 이런 점에서도 나타났다. 정동행성이 비록 형식상의 기구라고는 하지만, 원나라의 관제속의 하나였기에 그들의 세력을 업고 전횡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었다. 독자적인 관서 건물을 가지고 있었으며, 관원은 증치행성이 되었을 적에는 수백명을 헤아렸고 자체의 옥(獄)도 있었다. 원나라의 제실에 관련되는 죄인이나 원나라의 세력에 항거하는 사람들을 이런 행성옥(行省獄)에 가두고 심문하였다. 다만 혐의자들에 대한 처벌은 고려측으로 넘겨지든지 직접 원나라로 보내지든지 해서 시행되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또, 원나라의 다른 행성들과 마찬가지로 이문소(理問所)가 있었다. 본래는 개경에서의 대원 관계(對元關係)의 범죄 행위를 다스리는 업무를 맡았다. 그러다가 부원 세력층(附元勢力層)의 불법과 전횡을 옹호해주고, 전민(田民)의 점탈을 방조해주며, 반원 세력을 억누르는 기관으로 전환되었다. 특히, 이문소의 관리들의 횡포와 전권은 내정이 문란해지는 여말에 이르러 더욱 심하였다. 1356년(공민왕 5)에 반원개혁의 첫 조처의 하나로 행성이문소(行省理問所)가 타파의 대상이 되었다. 정동행성에 대한 종래의 견해는 초기에는 일본 원정을 위한 전방 사령부로 설치되었으나, 그것이 단념되면서 특정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마다 이에 간여하기 위해서, 또는 고려의 내정을 통제하기 위한 기관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려의 내정을 감독하는 기관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비록 형식상의 자리였지만 승상에는 고려왕이 임명되어 국왕승상(國王丞相)이라고 일컬어졌는데, 이는 고려의 내정을 감독, 감시하는 목적을 위해서는 효과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정동행성의 관리로 원칙적으로 고려인을 임용했던 것도 내정 감독이라는 목적에는 합당하지 않다. 또한, 평장정사ㆍ좌승ㆍ우승ㆍ참지정사 등의 요직을 거의 비워둔 것도 그것의 내정감독설을 성립하기 어렵게 하는 사실이다. 그러면 일본 원정을 단념한 뒤에도 정동행성이 존속되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볼 것인가. 첫째로는 고려땅에 한 행성을 설치해 두고 고려왕을 승상으로 임명함으로써 원제국 안에서의 고려의 지위를 형식상으로는 중국 안의 다른 행성과 같은 것으로 규정해두는 의미가 있으며, 또 친선 관계도 더 깊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던 것 같다. 둘째로는 정동행성은 공적(公的)인 연락 기관이었다. 원나라와의 교섭 통로가 여러 가지 있었으나 고려의 중신들이 진정(陳情)을 할 때에 먼저 이곳에 제출하면 이곳을 거쳐 원나라의 중서성에 전달했고, 또 원나라의 다른 행성들과의 문서내왕도 이곳을 통했던 것이다. 셋째로는 정동행성이 부원세력의 사용기관(私用機關) 같이 되어 이들이 그 존속을 부추겨온 때문이었다. ≪참고문헌≫ 高麗史, 高麗史節要, 元史, 麗代征東行省의 硏究 上ㆍ下(高柄翊, 歷史學報 14ㆍ19, 1961ㆍ1962 ; 東亞交涉史의 硏究, 서울大學校出版部, 1970), 元代征東行省之硏究(丁崑健, 史學彙刊 10, 臺北, 1980), 高麗に於ける征東行省について(北村秀人, 朝鮮學報 32, 1964). <고병익> 출전 : [디지털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동방미디어, 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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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정동행성=정동행중서성 (두산) |
 [고려] 다루가치 (두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