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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홍대용 (이상현)
홍대용(洪大容) 1731∼1783 조선 시대의 실학자. 호는 담헌(湛軒) 또는 홍지(洪之)이다. 1. 생애와 저술 담헌 홍대용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로서 철학 방면뿐만 아니라 자연과학 분야에서도 적지 않은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실학은 유학의 틀 안에 머물러 있었지만 '근대지향적'이고 '민족적'인 성격의 개혁론으로서 종래의 주자학 일변도의 사상경향과는 차이가 있었다. 조선 후기 실학은 정약용이 집대성을 하기 전까지 두 가지 다른 경향을 지니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두 학파는 이익을 중심을 이루어지는 성호학파와 홍대용에서부터 이어진 북학파이다. 성호학파는 경학적 전통을 중시했던데 반해 북학파는 자연과학적, 문학적 소양을 학문형성의 주요한 수단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러한 학파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서양의 자연과학 등 새로운 지식에 개방적이고 낡은 사고와 낙후한 사회현실에 비판적이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홍대용은 현실 비판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인 서양과학의 수용과 그 시대로서는 파격적인 정책제시를 통해 현실개혁에 대한 이상을 품었던 철학자이다. 저서에 <담헌설총>이 있으며 그가 엮은 책으로는 <건정필담(乾淨筆談)> <주해수용(籌解需用)> 등이 있다. 2. 자연관(自然觀) 홍대용은 자연을 성리학적 용어인 리기(理氣)에 의해 설명하기도 하고, 서구 과학적 방법론으로 풀어 나가기도 하였다. 그는 철저히 기일원론적인 입장에서 이기를 설명한다. "천지에 가득 찬 것은 다만 기뿐이고 '리(理)'가 그중에 있다. 기의 근본을 논하면 담일(澹一)하고 충허(沖虛)하여 청탁(淸濁)을 말할 것이 없다. 그것이 승강(升降)하고 비양(飛楊)하여 서로 부딪치고 일렁임에 이르러 찌꺼기가 생겨 고르지 않게 되었다. 이에 맑은 기를 얻어 화한 것이 사람이 되고, 흐린 기를 얻어 화한 것이 물이 된다. 그중 지극히 맑고 지극히 순수하고 신묘하여 헤아릴 수 없는 것이 마음이 되니, 모든 리를 묘하게 갖추고 만물을 재제(宰制)하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사람과 물은 한 가지이다." 사람과 사물은 천지에 근본하는데, 천지의 본원은 차별성이 없는 기로 가득차 있다. 그러난 이 기의 승강비양의 운동에 따라 찌꺼기가 생기고 같지 않음이 드러나 사람과 사물의 존재가 다르게 드러난다. 이것은 사람과 자연, 심지어 마음까지 기로 이루어진다는 기 일원론적 특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 인간, 만물은 기의 존재와 운동을 통해 이루어지며 따라서 모든 존재하는 것은 물질적인 기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기는 만물의 실체적 근원자인 동시에 그 개체성과 특수성을 지적하는 개념이다. 반면에 리는 주재성이 배제된 보편적 개념을 이해된다. 사람은 사림의 '리'가 이가 있고, 물(物)은 물의 '리'가 있다. 이른바 '리'란 것은 인(仁)일 따름이다. "초목의 '리'는 곧 금수(禽獸)의 '리'이고, 금수의 '리'는 곧 사람의 '리'이다. 사람의 '리'는 곧 하늘의 '리'이니, '리'라는 것은 인(仁)과 의(義)일 따름이다." 인간에게는 인간의 보편성(理)이 있고, 사물은 사물대로의 보편성(理)이 있다. 그리고 인간과 사물 모두에게 적용되는 보편성은 인과 의인 것이다. 이때의 리와 인, 의 개념은 기존의 주자학적 관점과는 다른 것이다. 여기서 '리'는 만물의 근본개념이 아닌 단지 기에 종속되어 부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며 인, 의 개념은 도덕적 개념에 더해 자연계의 생명활동, 즉 사물의 존재법칙, 운동법칙을 포함하는 것이다. 따라서 홍대용은 인, 물에 모두 적용되는 보편성으로서의 인, 의는 그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실제적 형태에서는 인, 물이 다르다고 하였다. 그는 여기에서 인, 물에 모두 적용되는 가치론적 보편성으로서의 인, 의 보다는 인, 물 각각의 특수성으로서의 사실적 현상적 법칙이 무엇인가에 더 주목하였다. 그는 후자가 실체의 모습과 운동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 보다 객관성을 지닌다고 믿었다. "오륜(五倫)은 사람의 예의(禮義)이고, 떼를 지어 다니면서 서로 불러 먹이는 것은 금수의 예의이며, 떨기로 나서 무성한 것은 초목의 예의이다. 사람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면 사람이 귀하고 사물이 천하지만, 사물의 입장에서 사람을 보면 사물이 귀하고 사람이 천하다. 하늘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이나 사물이 마찬가지이다." 곧 홍대용은 가치중심적, 인간중심적 관점으로는 존재의 실체와 운동 법칙을 해명할 수 없다고 보고,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구체적인 이론적 배경은 서구과학 - 특히 천문학과 지구과학 - 이었다. 여기에 기초하여 그는 전통적 자연관의 이론적 배경을 이루어 왔던 음양오행설에 비판을 가하기도 하였다. 그는 객관적 관점이 구체적인 과학적 지식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실제적인 관찰과 경험이 필수적임을 인식했으며 그 구체적 실천이 혼천의 제작, 농수각의 설치이고 구체적 결과가 지구구형설과 지구 자전설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소박하게나마 무한한 우주의 세계를 인식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3. 인간관(人間觀) 홍대용은 인간을 현실적 모습의 존재 그대로 파악하려는 실제적 입장을 보여준다 그는 사람이 다른 사물과 구별되는 것은 마음이고 또한 마음이 다름 사물과 다른 점은 몸(身)에 있다고 보았다. 곧 정신과 신체 모두를 인간존재의 양대 요건으로 파악하였다. 이는 인간의 본질을 정신적, 특히 도덕적 존재로 강조하려는 주자학적 학풍과는 상한 것이다. 인간은 그 출발에 있어 사물과 마찬가지로 육체(氣)적인 데서 비롯되었으며, 정신은 그 신체로부터 말미암아 생겨난다는 철저히 물질적인 사고 방식이다. 여기서 인간의 육체적 발생은 '기화(氣化)'와 '형화(形化)'로 구분할 수 있는데, 상고(上古)시기에는 기화적 인간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중고(中古)이후에는 형화적 인간이 다수를 점하게 되었다. 또한 홍대용은 도덕적 가치의 문제에서도 객관적인 관점에서의 상대성을 주장한다. 객관적관점(天神)에서 보면 인간이 생각하는 도덕적 가치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라는 도덕적 가치의 상대화는 인간 존재의 해명에 있어 중요한 변화를 의미한다. 그것은 도덕적 가치의 절대화에 예속되어 있던 인간 존재를 해방시키는 결과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선과 악이라는 인간의 가치 개념으로 볼 때 그것은 절대적이며 필연적인 법칙은 없으며 오직 인간행위에 따라 경험적으로 규정되는 것이다. 4. 사회관(社會觀) 현실 중시의 홍대용은 당시 사회를 지배하는 명분론 가운데 비현실적이고 비실용적이며 비효율적인 요소들을 과감히 제거할 것을 말하였다. 그이 주장을 요약한다면, 첫째 사회적 효율성의 제고, 둘째 사회적 생산성의 확대이다. 그 구체적 내용으로는 신분 계급에 의한 사회에서 능력 본위 사회로 전환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신분제의 폐지와 과거제의 폐지, 하급 교욱기관에 의한 능력 있는 자의 추천제도인 공거제(貢擧制)의 실시를 제안했다. 재능과 학식이 있다면 비록 농부나 장사치의 자식이라도 부끄러울 것이 없고, 재능과 학식이 없다면 비록 공경의 자식이 하인으로 돌아간다고 할지라도 한탄할 것이 없다. 또한 사회적 능률의 제고를 위해서는, 일종의 의무교육의 실시, 민의의 수렴, 공평한 발언권을 주기 위한 언로의 개방 등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당시 조선 사회는 비대해진 상부 양반 지배계층의 유지에 사회적 생산력이 극도로 열악한 형편에 있었다. 사회적 생산성 확대를 위해 이 개선이 시급함을 통찰한 홍대용은 신분계급의 허위적인 명분론의 타파와 함께 전 사회계층의 생산과 노동에의 참여를 촉구하였다. "우리나라는 본래부터 명분을 중히 여겼다. 양반들은 아무리 심한 곤란과 굶주림을 받더라도 팔짱끼고 편히게 앉아 농사를 짓지 않는다. 간혹 실업에 힘써서 몸소 천한 일을 달갑게 여기는 자가 있다면 모두들 나무라고 비웃기를 노예처럼 무시하고, 자연 노는 백성은 많아지고 생산자가 줄어든다. 재물이 어찌 궁핍하지 않겠으며, 백성이 어찌 가난하지 않겠는가... 그 중 사·농·공·상의 관계 없이 놀고 먹는 자에 대해서는 관에서 벌칙을 마련하여 세상에 용납할 수 없도록 하여야 한다." 홍대용은 이러한 사회적 실천을 위해서는 사회 전 계층의 건전한 의식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며 또한 사회 지도층의 건강성과 솔선수범이 선결과제임을 역설하였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홍대용의 실학사상은 현실에서 출발하여 현실적 실천에서 종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는 개인전 수양이나 이론적 탐구도 현실을 외면하거나 실천의 장으로 옮겨지지 않는다면 결국은 허위의식의 영역으로 귀착됨을 통감한 사상가였다. 홍대용은 이를 삼실론(三實論) - 실심(心)·실사(事)·실지(地) - 으로써 언명한 바 있다. 그는 '과학적이고 객관적 관점'을 갖고, 현실에 대한 명확한 통찰과 사물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하여, 실천적 의지로써 현실에서 실용할 것을 요구하였다. 실학자로서 그는 인간과 사회 그리고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시도하는 사상적 변용(실학)이 도래하는 출발점에 실지로 서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한국인물유학사 4권, 조운하 外, 한길사 강좌한국철학, 김교빈 外, 예문서원 실학의 철학, 이현구 外, 예문서원 실학파의 철학사상, 주칠성, 예문서원 실학파의 철학과 사회정치적견해, 정성철, 한마당 출전 : 이상현의 실학 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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