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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창호
작성일 2003-11-10 (월)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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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조회: 1531      
[근대] 현진건 (솔빛)
현진건

현진건(1900∼1943)

소설가. 호는 빙허(憑虛). 대구 출생. 1920년 단편 '희생화(犧牲花)'를 <개벽>지에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1921년 '빈처', '술 권하는 사회'로 문명(文名)을 얻고, 1922년 <백조> 동인으로 활동하였다. 그의 문학적 특징은 사실주의의 확립에 있다.작품으로는 '빈처', '불', '운수 좋은 날', 'B사감과 러브레터', '무영탑', '시립 정신 병원장', '희생화', '새빨간 웃음', '술 권하는 사회', '타락자' 등이 있음.

현진건

작품   ▶ 고향ㅣ빈처ㅣ운수 좋은 날ㅣ술 권하는 사회

작가 소개 및 작품 경향

현진건(1900∼1943)

소설가. 호는 빙허(憑虛). 대구 출생. 1920년 단편 '희생화(犧牲花)'를 <개벽>지에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1921년 '빈처', '술 권하는 사회'로 문명(文名)을 얻고, 1922년 <백조> 동인으로 활동하였다. 재직시 일장기 말살 보도 사건에 연루되어 1년간 복역하였다. 그의 문학적 특징은 사실주의의 확립에 있다. 즉, 치밀하고 섬세한 사실주의적 묘사, 짜임새 있는 구성과 반전의 수법, '나'라는 고백적 시점의 사용, 현실에 대한 객관적 묘사 등을 통해 현대 한국 단편 소설의 특징은 단적으로 아이러니의 틀 속에 1920년대의 한국 사회의 한 전형을 창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러니는 그에게 있어서 현실을 경험하고 인식하는 미학적 구성 원리이며, 그의 언어는 현실과 사회에 밀착된 현장의 소리이다. 이러한 작품으로는 '빈처', '운수 좋은 날', 'B 사감과 러브레터' 등이 있다. 명(明)과 암(暗), 정신 대 물질, 빈부의 대립 등 이원적 구성을 미적으로 소화하는 데 능하다.

그는 김동인, 염상섭과 함께 우리 나라 근대 단편 소설의 모형을 확립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사실주의 문학의 개척자이다. 전기의 작품 세계는 1920년대 우리 나라 사회와 기본적 사회 단위인 가정 속에서 인간 관계를 다루면서 강한 현실 인식을 사실주의 기법으로 표현했고, 그 때의 제재는 주로 모순과 사회 부조리에 밀착했었다. 그리고 1930년대 후기에 와서는 그 이전 단편에서 보였던 강한 현실 인식에서 탈피하여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전환되었다.

작품으로는 '빈처', '불', '운수 좋은 날', 'B사감과 러브레터', '무영탑', '시립 정신 병원장', '희생화', '지새는 안개', '새빨간 웃음', '술 권하는 사회', '타락자' 등이 있음.

<현진건의 작품 세계>

현진건의 작품 세계는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제1기 - 봉건 사회에서 자본 주의 사회로 이행하는 과도기 지식층의 사회에 대한 갈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전환기를 살아가면서 과거의 전통적 요소와 새로운 근대적 요소의 부조화를 겪으며 비로소 자아에 눈을 뜨고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신을 발견, 시대 의식을 각성하는 과정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작품으로는 '빈처', '술 권하는 사회' 등이 있다.

제2기 - 식민지 정책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사회와 민족에 대한 이데올로기 의식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모순을 파악해 낸다. 특히 사회계층의 양극화 현상과 하층계급의 불행을 주시했고 민족주의 이데올로기가 심화, 확산되어 식민지 사회의 허위를 파악하는데 주력하였다. 도그마에 의해 훼손되는 진실과 사회적 허구성을 비판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피아노', ' 할머니의 죽음', '운수 좋은 날' 둥이 이 시기 작품에 속한다.

제3기 - 1930년대 군국주의 시기에 이르러서는 표면적으로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를 나타낼 수 없을 정도로 탄압이 강화되자 새로운 세계를 지향하는 유토피아 의식으로 당대의 지배 이데올로기와 맞서 나갔다. 이러한 의식이 현실도피라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우나 타협의 가능성을 상실한 현실에 대한 부정으로서의 대응양식을 창출했다는 긍정적 측면도 없지 않다. 작품으로는 '서투른 도적', '무영탑' 등을 들 수 있다.

<고향>

감상의 길잡이

1926년 <조선일보>에 '그의 얼굴'이란 제목으로 발표된 작품으로 후에 '고향'으로 개제하여 단편집 '조선의 얼굴'에 수록. 일제의 식민지 수탈 정책을 비판한 작품으로 일제의 수탈로 인하여 농토를 잃고 소작인니나 날품팔이로 전전하는 우리 민족의 실상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소설에서 현실을 반영하는 방식은 매우 다채로워서 전형적인 상황에서 특징적인 인물을 등장시켜 현실을  형상화하기도 하고, '보여주기'를 통해 체감하도록 하기도 한다. 이 소설은 사건이나 인물을 통해 삶 자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자 했는데 사실적인 색체가 짙게 깔려 있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실제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갖도록 이루어져 있다. 이 소설을 평가하는 데 '현실 반영'보다 '현실 폭로'의 측면이 강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소설은 현실성뿐만 아니라 소설의 기법상으로도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즉, 상징법과 구체적인 외양 묘사, 어조의 변화 등에 의한 점차적인 성격 노출, 대화의 사용에 의한 효과적인 사건 서술, 노래의 제시를 통한 주제의 집중적인 표현, 사실적인 언어 구사 등의 능란한 기법으로 광범위한 제재를 단편의 형식 안에 수용, 형상화하기에 성공하였다. 특히 마지막 결말의 민요는 민족의 고뇌를 함축하고 있는 풍자의 극치를 보여 주고 있다.

이 작품은 입체적 구성을 지니고 있으나 실제 이야기하고 있는 시간과 사건이 일어난 시간은 달리 짜여 있는 3단 구성의 유형을 지니고 있다. 즉 현재의 차(車)중 묘사가 먼저 나오고, 그로부터 듣는 고향을 떠나 유랑하던 이야기, 그리고 다시 현재의 취흥과 노래를 통한 사회상의 3단 구성이다.

작품의 줄거리

'나'는 서울행 기찻간에서 기이한 얼굴의 '그'와 자리를 이웃해서 앉게 된다. 이 좌석에는 각기 국적이 다른 사람들이 앉아 있다. '나'는 중국인과 일본인과 대화하려다가 여의치 않아 나에게 이야기를 걸어온 기묘한 차림새의 그를 만나 그의 사연을 들었다.

그에 대하여 '나'는 처음에는 남다른 흥미를 느끼고 바라보다가 이내 싫증을 느껴 그를 외면하려 하였지만, 그의 딱한 신세 타령을 듣게 되자 차차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된다. 마침내 술까지 함께 마시게 되고 '나'는 그의 얼굴에서 '조선의 얼굴'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정처없이 유랑하는 실향민이었으며, '나'는 그의 유랑의 동기와 내력을 듣는다.

대구 근교의 평화로운 농촌의 농민이었던 그는 동양 척식 주식 회사에 의하여 농토를 빼앗겼다. 떠돌이가 되어 간도로 떠났으나 거기서 부모는 굶어 죽고, 구주 탄광을 거쳐 다시 폐허의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무덤과 해골을 연상하게 하는 고향에서 그는 이십 원에 유곽에 팔려 갔다가 질병과 부채만 안고 돌아 온 옛 연인과 해후했다. 그는 괴로운 심정으로 일자리를 찾아 지금 경성으로 올라가는 중이다. 그는 취흥에 겨워서 어릴 때 부르던 아픔의 노래를 읊조린다.

▷ 발단 : 서울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보게 된 '그'의 기이한 차림새와 일본인, 중국인의 모습
▷ 전개 : '나'와 '그'의 대화. '그'의 사람됨과 대강의 사정
▷ 위기 : 농토를 잃고 고향을 떠나 파란 많던 유랑 생활을 하던 그의 과거 이야기
▷ 절정 : 옛 연인과의 불행한 해후(邂逅) 이야기
▷ 결말 : 술에 취하여 부르는 노래

등장 인물의 성격

* 나 - 그와 우연히 한 열차에 동승하여 그를 관찰하고 그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 당대 지식인으로 초반에는 애써 외면하려 드나 그의 이야기를 듣고 조선의 현실을 재인식하며 그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됨.

* 그 - 외관상 말수가 많고 다소 천박하게 보이는 인물로 이 소설의 주인공. 일제 강점기의 박해받는 식민지 농민의 전형적 인물로 볼 수 있음. 초반부에서는 현실 수용적인 나약한 인물로 그려지나, 후반부에서는 미약하나마나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과 저항성을 보여 주고 있음.

핵심 사항 정리

갈래   단편 소설, 액자 소설
성격   가혹한 식민 정책을 폭로한 고발성이 짙은 작품
문체   격정적,저항적,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문체, 사투리의 효과적 사용, 동정적, 영탄적 어조
시점   1인칭 관찰자 시점
배경   시대적 - 일제 강점기    공간적 - 농촌 (서울행 열차 안)
주제   일제의 수탈에 의한 우리 민족의 비참한 생활상의 폭로와 일제에의 저항
갈등   개인과 사회와의 갈등(그와 당대의 현실)

생각해 봅시다

1. 이 글의 서술 방식을 소설의 시점과 관련시켜 살펴보자.

▶ 성격 창조의 초점은 주인공에게 주어지며 '부인물'이 주인공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스토리의 진술은 화자가 보고 들은 것에 한정되며 서술에 의하여 기록되고 있으며, 이러한 서술은 스토리 전체에 통일성과 단일성을 기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2. 결말의 민요(어릴 때 '그'가 부르던 노래)를 통하여 말하고자 하는 것은?

▶ 당시의 사회상을 집약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피폐한 현실에 대한 풍자로 작품의 현실감을 더해 주고 있다. - 토지 수탈, 언론 탄압, 한 많은 죽음, 여자들의 수난

3. 작가의 현실 인식에 대하여 살펴보자.

▶ 1920년대 농촌의 피폐한 모습의 고발은 곧 일제 식민지 수탈 정책의 비판으로 작가는 올바른 현실 인식을 하고 있다.

4. 이 글의 시점과 구성상의 특징은?

▶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액자 형태의 구성이다.

5. 이 작품을 사실주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 1920년대 우리의 민족의 삶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6. 이 소설에서 알 수 있는 나와 그의 성격의 차이점은?

▶ 나 - 마음이 여리며 소극적인 성격임.

그 - 수다스럽고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임.

7. 그가 묘사한 고향의 모습은 "썩어 넘어진 서까래, 뚤뚤 구르는 주추는! 꼭 무덤을 파서 해골을 헐어 젖혀 놓은 것 같더마 ……" 이다. 이 부분이 의미하는 것은?

▶ 완전히 폐허가 된 고향을 표현한 말로 확대하면 망국(亡國)의 한을 상징하고 있다. 이 부분의 방언에서 사실적 기법이 잘 드러나고 있다.

8. 작품의 내용 중, "나는 그 눈물 가운데 음산하고 비참한 조선의 얼굴을 똑똑히 본 듯싶었다."를 통하여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 그의 눈물을 통하여 일제의 식민지 치하에서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 어둡고 비참한 조선의 현실을 보는 듯하였다는 의미로 이 대목에서 현진건의 정치적 고발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조선의 얼굴'이란 말에 이어 '똑똑히 본 듯싶었다'의 상징성과 강조법의 효과는 독자로 하여금 현실과 자아의 각성 내지 의식을 야기한다.

☞ 이것만은 꼭 알아야

1. '고향'의 갈등 구조에 대하여 살펴보자.

▶ 갈등의 구조면에서 본다면 이 작자의 작품들에서 전반적으로 볼 수 있는 극적 구성이 두드러지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침울한 분위기로 일관되어 있으며 갈등의 기복과 해소(解消)가 없다. '할머니의 죽음'에서 할머니의 병세를 두고 앞 뒤 전문(電文)으로 극적인 구성을 보인 것과 같은 긴밀한 구성도 없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되어 가는 동안, 서술자가 주인공 '그'에 대해 갖는 관심이 점차 고조되어 가면서 관심 → 동정 → 합일(合一)의 형식으로 발전 전개되어 간 점이 특이하다.

2. '고향'의 서술 방식에 대하여 살펴보자.

▶ 이 소설은 1인칭 관찰자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서술 방식의 특징은 한 마디로 말해서 부인물(副人物)인 '나'가 등장 인물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다. 때문에 성격 창조의 초점은 자연히 주인공에게 주어지게 마련이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화자(話者)인 부인물은 주인공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사건을 전달하는 구실만 담당한다. 즉, 화자는 관찰자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스토리의 진술은 화자가 보고 들은 것에 제한되며, 그럼으로써 또한 스토리 전체에 통일성과 단일성을 기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3. 이 소설의 끝부분에 있는 민요의 내용 중 '말마디나 하는 친구'에 해당하는 내용을 한 단어로 찾아보자.

▶ 지식인

<빈처>

감상의 길잡이

1921년 '개벽'에 발표한 단편 소설로, 작가를 지망하는 '나'와 그를 둘러싼 사회 사이의 갈등을 이해와 순종 속에서도 잠시 속물적 유혹에 끌리는 아내를 축으로 하여 당대 젊은 지식인의 꿈과 고민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의 작중 인물 중 가장 두드러진 인물은 넷이다. '나', '아내', '은행원 T', 그리고 '처형'. 그러나 실상 이 작품을 이끌어 나가는 동력(動力)은 '정신적 가치 지향'과 '물질적 가치 지향' 사이의 갈등이다. 그 갈등이 내면적, 대타적(對他的) 분규를 일으키고, 그 갈등이 해소되면서 소설은 끝난다. 그리고 앞서의 네 사람은 각각 '정신'과 '물질'에 정확히 대응된다.

먼저, 주인공 '나'는 소설가인데 출세와 물질주의라는 세속적 가치를 거부하였기 때문에 가난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지식인인 '은행원 T'의 물질적 가치 지향의 삶이 대비된다. 가난을 인정하면서 남편을 믿고 따르는 '아내'가 있고, 그 반대쪽에는 부유하지만 삶의 보람 없음을 늘 불만족해 하는 '처형'이 놓여 있다. 인간형만이 아니어서 그들의 외형(外形)도 선명히 대비적이다. 처가로 가는 도중 당목옷에 청록 당혜로 걸어가는 초라한 아내와 비단옷에 고운 신을 신은 여자들의 자태가 '나'를 동시에 괴롭힌다. '나'의 궁색한 삶에 비하여 훨씬 '넓고 높은 처갓집 대문'이 '나'를 또 주눅들게 한다.

이와 같은 인간형의 대립과 상황의 대조 속에 '나'는 고뇌하며 그 고뇌의 흐름에 따라 '아내'의 태도도 변모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물질적 가치 지향보다 정신의 그것이 우위에 있음을 암시하며 해피앤딩으로 끝난다. '나'는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현실적 욕망에 의해 어느 정도 동요되고 있었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나'와 '아내'는 원상을 되찾아감으로써 정신적 행복의 가치를 인식한다.

작품의 줄거리

아침거리를 준비하려고 전당포에 잡힐 모본단 저고리를 찾는 아내를 생각하니 마음이 처량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한성 은행에 다니는 T가 찾아와 처에게 줄 양산을 샀노라고 자랑한다. 그것을 본 아내는 매우 부러워하는 눈치였고 아내의 모습에 '나'는 불쾌한 생각이 든다.

'나'는 6년 전 결혼하여 중국과 일본에서 공부를 하였으나 변변치 못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왔다. 그 사이 곱던 아내의 얼굴에는 주름이 나타나고 세간과 옷가지는 전당포에 잡혀 있었다. 보수 없는 독서와 가치 없는 창작밖에 모르는 '나'의 생활이었다.

처가에서 장인의 생일이라고 할멈이 데리러 왔다. 그런데 막상 입고 갈 옷이 없다. 비단옷 대신 당목옷을 입고 나서는 아내를 보고 '나'의 마음은 쓸쓸했다.

장인 집에 모인 처형과 아내의 모습을 보니 너무 대조적이었다. 부유한 모습의 처형과 초라한 아내. 처형은 인천에서 기미(쌀 투기)를 하여 돈을 잘 버는 남편을 만나 비단옷을 입고 부유하게 보였다. 모두가 나를 얕잡아 보는 것 같았다. 쓸쓸하고 괴로운 생각을 잊으려 술을 마셨다. 그때 처형의 눈 위에 시퍼런 멍이 든 게 보였다.

그날 '나'는 술을 여러 잔 마시고 집에 돌아왔다. 처형의 멍든 눈자위 이야기를 하며, 없더라도 의좋게 지내는 것이 행복이란 아내의 말에 '나'는 흡족해 한다. 처형이 사다 준 신을 신어 보며 좋아하는 아내, 물질에 대한 욕구를 참고 사는 아내에게 '나'는 진정으로 고마움과 사랑을 표시한다. 이에, 아내의 눈과 '나'의 눈에 눈물이 넘쳐흐른다.

▷ 발단 : 넉넉하지 못한 생활 단면 소개
▷ 전개 : '나'와 아내의 갈등
▷ 위기 : '가난'과 '넉넉함'의 대조에서 생긴 아내와 나의 갈등
▷ 절정 : 물질보다는 정신적 행복에 만족함
▷ 결말 : 갈등의 해소와 부부간의 진실한 사랑

등장 인물의 성격

* 나 - 경제 능력이 없는 소설가

* 아내 - 잠시 속물적인 유혹에 빠지기도 하지만, 남편에 대한 사랑과 신뢰로 인내함.

* T - '나'의 친구로 은행원으로 있으며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임.

* 처형 - 물질적 만족을 추구하는 여인

핵심 사항 정리

갈래    단편 소설, 신변 소설(자전적 고백 문학)
경향    사실주의
문체    자전적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치밀하게 묘사
시점    1인칭 주인공 시점
배경    시간적 - 개화기 초    공간적 - 서울 종로
주제    가난한 부부의 생활고와 사랑(식민치하 작가 부부의 가난한 삶과 사랑을 통해 어려운 현실을 보여줌)
갈등    물질적 행복의 추구와 정신적 행복의 추구

생각해 봅시다

1. 이 작품의 서사 구조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 이 작품은 '나'와 'T', '아내'와 '처형'의 대칭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나'와 '아내'는 정신적 행복을 추구하는 유형으로, 'T'와 '처형'은 물질적 행복을 추구하는 유형으로 제시되고 있다.

2. 아내의 성격에 대하여 살펴보자.

▶ 인종의 미덕을 갖춘 전형적인 여인상으로 남편을 포용하는 모성애를 지닌 인물이다.

3. '나'와 '아내'의 갈등의 원인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 사회적, 경제적 압박과 가난

4. 경제적 빈궁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나'의 태도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 주는 문장을 찾아보자.

▶ 결말 부분이다. '취중에도 인력거를 태우지 말고 그 인력거 삯을 나를 주었으면 책 한 권을 사 보련만 하는 생각이 있었다.'

5. 장인의 생일 잔칫날 딴 음식은 먹지도 아니하고 못 먹는 술을 넉 잔이나 먹게 되는 행위에 이르된 구체적 이유를 생각해 보자.

▶ 곱게 차려 입은 여자들에 비해 너무 초라한 아내의 모습(부유한 태가 흐르는 처형과 대비되는 아내의 애처러운 모습. 넓고 높은 처갓집 대문)

☞ 이것만은 꼭 알아야

1. 이 작품에서는 삶에 대한 두 가지 가치관의 대립이 두드러진다. 무엇인지 살펴보자.

▶ '나'와 '아내'로 대표되는 정신지향적 삶과 'T'와 '처형'으로 대표되는 물질지향적 삶이다.

2. 이 작품의 결말부에는 마음의 행복을 더 중시하는 '나'와 '아내'의 정신적 합일(合一)이 있다. 그것과 관련지어 '처형의 눈 위에 퍼렇게 멍든 것'이 함축하는 의미를 생각해 보자.

▶ 비록 물질적으로는 부유하지만 정신적 만족과 보람, 애정이 없는 삶

<운수 좋은 날>

감상의 길잡이

이 작품은 1920년대 하층 노동자의 삶을 날카로운 관찰로 생생하게 그려 놓은 작가의 대표작이다. 일제 치하 서울 동소문 안에 사는 인력거꾼 김첨지의 '운수 좋은' 어느 하루를 담아보이면서, 당시 도시 하층민의 비참한 생활상을 암시하고 있다. 대화에서 뿐만이 아니라 지문에서도 속되고 거친 말투를 여과없이 드러냄으로써 밑바닥 인생의 단면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일제 강점하의 굴욕적인 상황 아래서 우리 민족이 겪었던 비극적인 삶의 모습을 가난 때문에 병들어 누운 아내를 두고 돈벌이를 나가야하는 도시 하층민의 참담한 처지와 그에게 불어닥친 불행을 통해 반어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일제 강점하의 우리 민족의 비극성을 대변하고 있다. '운수 좋은 날'은 사실 인력거꾼으로 큰 벌이를 한 운수 좋은 날이 아니라 병든 아내가 죽은 비운의 날의 '반어적(Irony) 표현'이다. 즉, 운수 좋아 돈도 벌고 선술집에서 건주정까지 부리는 김첨지의 표면적 행동과 아내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내면 심리가 대립과 갈등을 일으키는 독특한 아이러니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반어, 즉 아이러니는 겉과 실상이 반대되어 표현의 효과를 증대시키는 방법이다. 아이러니에는 말뜻의 속과 겉이 반대가 되는 '말의 아이러니'와 상황이 상반되는 '상황의 아이러니'가 있다. 운수 좋은 날은 '상황의 아이러니'이다. 현진건 문학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 문학에서도 단편 소설의 한 전형으로 꼽히며, 더욱이 주인공 '김첨지'에 대한 반어적 묘사는 우리 문학의 하층민 수용이라는 점에서 매우 기릴 만한 성취로 평가되고 있다.

이 작품을 감상하는 데는 다룬 사건이 사실인지의 여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어디까지나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당대의 삶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형상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러한 상황이 일어날 정도로 궁핍한 삶이 가능한가, 그리고 그러한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생각하는 일이 필요하다. 갖은 욕설을 다 퍼부으면서도 아내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통곡하는 김첨지의 모습은 한 개인의 모습만은 아닐 것이다.

작품의 줄거리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을 하는 김첨지에게는 오늘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 운수 좋은 날이다. 근 열흘 가까이 돈 구경을 못했던 그로서는 오늘 번 80전이라는 돈이 얼마나 유용한지 모른다. 특히 앓는 아내에게 설렁탕 한 그릇이라도 사줄 수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열흘 전, 돈푼이나 생겨 아내에게 조밥을 끓여 먹였는데 아내가 그만 조밥에 체하고 말아 병을 더욱 악화시키는 일이 되고 말았다. 그 후 병석에 누워서도 아내는 이따금씩 설렁탕이 먹고 싶노라 이야기하곤 했었다.

일찍 들어가 아내의 그런 소원이나 들어주고자 마음 먹었던 김첨지의 꿈은 학교 앞에서 만난 손님으로 인해 무산된다. 그러나 남대문까지 1원50전이나 되는 돈을 준다기에 더할나위 없이 기쁘기만 하다.

힘든 줄을 모르고 바삐 내달아 손님을 남대문 앞에 내려 놓고 1원50전이라는 돈을 손에 쥔 김첨지는 여간 흐뭇하지 않다. 하지만 아침 나절 자신이 몹시 아프니 오늘은 일을 나가지 말라고 부탁하던 아내의 말이 새삼 떠올라 마음 한 구석이 여간 캥기는게 아니다. 그도 그렇지만 이 비 속에 빈 인력거를 끌고 그냥 돌아가기가 아쉬워 돈이나 몇 푼 더 벌 욕심으로 김첨지는 또 손님을 태운다. 육십전을 받고는 인사동까지 손님을 태운 것이다. 열심히 내달으며 김첨지는 3원이나 되는 오늘 벌이 때문에 여간 즐거운 게 아니다. 또한 오늘은 참으로 운수 좋은 날이라 여긴다.

김첨지는 손님을 인사동에 내려주고 창경원을 지날 쯤 친구인 치삼을 선술집 앞에서 만난다. 모처럼 벌이도 좋고 하여 선술집에서 잠시 쉬다갈 겸, 거나하게 술을 들이킨다.

잠시 후, 설렁탕을 사들고 집으로 들어선 김첨지는 뜻하지 않은 장면을 목격한다. 방문을 여는 순간 아내는 멍하니 천장만을 응시한 채 아무말이 없다. 죽은 아내 곁에서 김첨지는 넋두리에 여념이 없다.

▷ 발단 : 인력거꾼 김 첨지는 오랜만에 행운을 만나 병든 아내에게 설렁탕을 사 먹일 수 있게 되어 기분이 매우 좋아짐.
▷ 전개 : 행운이 계속되나 불길한 예감이 들어 귀가를 서두름.
▷ 위기 : 선술집에서 친구 치삼이와 술을 마심. 아내에 대한 불안감으로 횡설수설함.
▷ 절정 : 설렁탕을 사 들고 들어온 김첨지는 불길한 침묵에 맞서 고함을 침.
▷ 결말 : 아내의 죽음을 확인하고 통곡함.

등장 인물의 성격

* 김 첨지 - 동소문 안의 가난한 인력거꾼으로 비극의 주인공이다. 하층민을 대표하는 전형(당시의 가난한 서민의 모습)적인 인물로 욕설을 잘하고 몰인정하게 보이지만 속으로는 아내를 걱정하는 선량한 인물이다.

* 아내 - 김 첨지의 아내. 설렁탕을 먹어 보았으면 하는 최소한의 욕망도 이루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다. 작품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는 인물이다.

핵심 사항 정리

갈래  단편 소설, 사실주의 소설, 본격 소설
성격  반어적(상황의 아이러니), 사실적, 비극적
문체  사투리를 그대로 쓴 구어체로 하층민의 삶을 리얼하게 묘사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부분적으로 작가 관찰자 시점 혼용)
배경  시간적 - 비 오는 겨울날   공간 - 일제 강점의 서울
주제  일제 치하의 하층민(도시 빈민층)의 비참한 삶
갈등  개인과 사회와의 갈등(김첨지와 돈의 갈등. 돈은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함.)

생각해 봅시다

1. 이 작품의 내용과 제목은 서로 상반된다. 이런 제목을 선택한 의도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 가장 비극적인 날을 반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외면적 행운 뒤에 비극적 결말이 준비되어 있다는 아이러니컬한 현실을 극적으로 제시한다.

2. 서두에 배경으로 제시된 겨울비의 상징적 의미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 분위기를 더욱 음산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제목의 '운수 좋은'과 곧바로 대립됨으로써 작품의 반어적 성격을 드러낸다. 작품의 공간을 끊임없이 적시는 겨울비는 아내의 비극적 죽음을 암시하는 기능적 배경과 김 첨지가 처한 '추적추적'한 환경 자체를 상징한다. ⇒ 주인공에게 다가올 불행을 암시

3. 이 작품의 특징을 인물, 구성, 사건 전개의 측면에서 살펴 보자.

1) 인물 - 전지적 작가 시점과 작가 관찰자 시점의 혼용으로 제시된다. 따라서, 서술자에 의한 직접 제시의 방법과 묘사와 대화를 통한 간접 제시 방법으로 드러나는데 김 첨지를 통해 사회 빈민층의 가난하고 궁핍한 삶을 보여 주기 위해서 욕설과 속어를 쓰는 인물로 제시된다.

2) 구성 - 김 첨지가 인력거를 끌고 나간 아침부터 집에 들어오는 저녁까지의 추보적 단일 구성인데 그동안의 사건은 그의 외면적인 행동과 내면적 심리, 행운에 들뜬 즐거움과 무거운 불안감 등의 반복적 교차로 엮어져 있다. 손님을 태우는 행운 → 돈 버는 기쁨 → 아픈 아내에 대한 불안 → 불안을 잊기 위한 행동

3) 사건 전개 - 단편 소설의 전개 방법의 하나로 상황을 중심으로 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집약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상황을 설정하고 그에 어울리는 부수적 사건들을 배열하여 이야기를 꾸며 나간다. 이 소설은 마지막 단계에서 나타나는 극적 상황을 향해 여러 사건들이 집중되는 방식을 통해 주제를 제시하고 있다. 시간적 순서에 의해 진행되는 구성

4. 이 소설과 손창섭의 '비 오는 날'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비'의 역할은?

▶ 비극적인 주제 암시

5. 김 첨지의 욕설, 비속한 말 등이 이 소설에 기여하는 바는?

▶ 도시 하층민의 궁핍한 삶을 드러내고 있다. 사실감을 고조시켜 아내에 대한 애정이 반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6. 단순구성의 약점인 평이성과 단순성을 이 작품은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 아내의 죽음이 암시되기는 하지만, 그 사실의 확인은 계속 유보되다가 마지막 순간에 확인시킴으로써 독자의 긴장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있다.

7. 이 작품이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 상황이나 사건 진술들이 모두 전후가 대비되어 있는데, 전반에서 이루어진 행운이 급속하게 바뀌어 불행으로 발전하는 데서 아이러니가 유발되며, 바로 이러한 결말의 아이러니에 의해 이 작품의 비극적 주제가 더욱 강하게 전달된다.

8. 김첨지의 인물형을 하나의 소설적 전형이라 한다면 그 전형을 통해 작가가 그리고자 한 사회적 삶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자.

▶ 극도의 궁핍과 불평등 속에서 희망없이 살아가는 하층민의 비극적 삶이다.

☞ 이것만은 꼭 알아야

1. 시대 상황과 관련해 볼 때, 이 작품에서 '김 첨지'의 역할은?

▶ 김 첨지는 1920년대 일제 식민지 체제하에서 극도의 궁핍함과 사회적 불평등 속에서 참고 견디며 희망없이 살아가는 도시 빈민 계층, 우리 민족의 비극적인 삶의 모습을 대변해 주고 있다.

2. 이 소설의 제목이 갖는 궁극적인 의미는?

▶ 일제하의 하충민에게는 진정으로 운수 좋은 날은 있을 수 없으며, 하층민에게 '운수 좋은 날'이 가장 불행한 날이라는 반어적 내용을 의미한다.

3. 이 작품의 바탕이 된 문예 사조는 사실주의이다. 이 같은 경향의 작품에서 중시되는 것은 무엇인가?

▶ 1920년대 사실주의 소설에서는 개인과 현실의 관계가 중시되었다. 그러므로 작가의 안목에서 본 현실 인식이 중시된다.

4. 다음의 진술이 이 글에서 무엇으로 암시되었는지 서론 부분에서 찾아보자.

<다음> 반어(反語)란, 서로 다른 상황의 상호 병치에 의해서 결과적으로 미리 예상했던 상황과는 정반대의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 '운수 좋은 날'의 반어는 바로 이야기의 발단과 결말의 상호 관계가 기대와 현실과의 상호 괴리 내지는 상층 관계에서 연유된다.

▶ 기대하였던 날씨가 전혀 정반대의 결과로 변하는 배경에 나타나고 있다.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부분이다.

5. 이 작품에서 주인공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주관적인 상황은 무엇인가?

▶ 주인공의 마음을 자꾸만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은 '거듭되는 행운'이다.

6. '설렁탕'이 주는 효과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 비극성의 고조

☞ 비교해 봅시다.

1. 전영택의 '화수분'과 비교해 보자.(제목과 내용이 서로 상반됨으로 해서 그 비극적 결말의 충격이 확대되는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 '화수분' 역시 주인공 화수분이 그의 이름과는 달리 궁핍함을 면치 못하고 끝내는 죽음에까지 이르게 되는 결말을 보이고 있다. 이름에서 보이는 기대와 그의 실상과의 괴리로 인해 독자로 하여금 주인공에 대한 연민을 유발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운수 좋은 날'과 동일한 기법을 사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운수 좋은 날'은 그 아이러니가 작품 전체의 구성을 적극적으로 조절하고 있음에 비해 '화수분'은 보다 소극적이며, 따라서 그 결말에 가서 독자에게 하층민들의 비참한 생활의 실상을 체험하게 하는데는 '운수 좋은 날'이 보다 효과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준다.

<술 권하는 사회>

감상의 길잡이

현진건의 소설은 주로 가정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와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그의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지만, 그는 '술 권하는 사회'에서 인간은 가정을 기반으로 하여 확대된 공통체 사회에 얽매어 살 수밖에 없다는 의식을 기본적인 주제로 삼고 있다. 그의 초기 작품에 속하는 이 소설은 전통적 봉건 사회에서 근대적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전통적 요소와 근대적 요소의 부조화로 인해 갈등을 겪는 지식인의 자기 각성 과정을 다루고 있다. 가족과 사회의 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개인을 인식함으로써 비로소 자아에 눈을 뜨게 되는 모습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의 초기 소설의 일반적 형태가 그렇듯이 이 작품에서는 가난한 지식인과 배우지 못한 아내 사이의 슬픔과 애정, 그리고 남편을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따르는 전통적 여인상이 등장한다. 이러한 스타일은 작가가 아직 사회와 가족을 규정해 내는 근본적인 힘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설 속의 등장 인물인 지식인 남편은 봉건적인 사고를 지닌 아내를 이해시키는 데도 실패하고 근대적 사회에도 적응해 나가지 못한다. 그리하여 모순과 부조리를 인식하기는 하지만 무엇이 그 모순과 부조리를 만드는 실질적인 힘인지에 대해서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 상태에서 모순과 부조리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울분을 터뜨리거나 쉽게 좌절해 버리고 마는 초기 소설의 주인공은 모순의 원천이 일제의 식민지 수탈 정책과 수입된 근대적 자본주의에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깨닫고 있지 못하다. 단지 갈등과 장애의 일차적 대상인 가족과 사회에 대하여 자신의 울분을 토하거나 나름대로 그 사회에 적응해 나가기 위해 책을 읽고 창작을 할뿐이다.

그러나 개인의 노력으로 인해 사회가 바로잡히고 가정의 화목이 돌아오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닌 암울한 시대에 이런 모든 행위는 아무런 의미조차 가질 수 없는 것이다. 교육받지 못한 아내를 이해시키지 못하는 무기력으로 고민하고 친구와 동료 지식인들의 편협된 이기심에 좌절하는 주인공은 1920년대 지식인의 자아 상실과 그러한 자아에 대해 서서히 눈을 뜨는 지식인의 한 모습이다.

플롯망을 위주로 한다면 이 소설은 다만 유식한 남편과 무식한 아내와의 사이에서 전개되는 비극적인 인간 관계를 더듬어 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남편이 아내를 버리고 집을 뛰쳐나간다는 것은 이 작품에서는 별로 중대한 사건이 되지 못한다.

중요한 점은 남편의 고민이 무식한 아내를 얻었다는 데 동기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시 '조선 사회'의 암담한 운명에 대한 지식인으로서의 책임이 동기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 작품에서 작가가 표현하려고 한 것은 시대적인 배경 속에서의 지식인의 고민에 있었던 것이요 남편과 아내와의 그러한 관계는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술 권하는 사회'는 너무나도 패배적이요 퇴폐적이다. 진실로 고민한 일도 없고, 식민지 통치 밑에서 한국인의 실존의 문제가 무엇인지 깊이 사고해 본 일도 없이 그저 입으로만 고민하고 그탓으로 술에 빠진다.

일제하에 갇힌 한국의 상황이 한국인한테 묻는 실존의 고민은 술에 취해서 정신을 잊어야 해결되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그 암담한 상황을 뚫고 나가는 정신적인 투쟁인데 이 소설에서는 그러한 것이 한 인간의 참된 고민을 통해서 전혀 그려져 있지 않은 것이다. (김희보, '한국의 명저')

작품의 줄거리

바느질을 하던 아내는 바늘에 찔려 피를 멈추게 하면서 화를 낸다. 새벽 한 시가 되었는데도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7,8년 전 남편이 중학을 마치고 결혼하였고 결혼하자 곧 남편은 동경으로 가 대학을 마치고 돌아왔으니 같이 있을 시간은 거의 없었다. 괴로워도 남편이 돌아오면 공부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것이 도깨비 부자 방망이 같은 것이어서 무엇이든지 다 얻고 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비단 옷 입고 금지환 낀 친척들도 부러워하지 않았고 도리어 경멸하였다.

남편이 돌아 왔으나 반대로 집안 돈을 가져다 쓰며 분주히 돌아다니기만 하였고 그렇지 않으면 책을 읽던지 밤새 글을 썼다. 때때로 한숨을 쉬고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하였으며 몸은 나날이 축이나 갔다. 어느 날 새벽 잠결에 눈을 떴을 때 흐느껴 우는 남편을 볼 수 있었고 두어 달 후에는 출입이 잦아졌으나 술 냄새를 풍기며 밤늦게 돌아 오기 일쑤였다. 오늘 밤에도 그런 남편을 기다리다 바늘에 찔린 것이다. 별 환상을 다 하며 기다리고 있을 때 남편이 문 열라는 것 같아 뛰어 나가 보았더니 아무도 없었다. 바람소리였다.

새벽에 잠시 잠이 들었다가 할멈이 부르는 소리에 깨어보니 남편이 마루에 누워 있었다. 가까스로 방 안으로 들어오게 하여 옷을 벗기다 벗기지 못하고 "누가 술을 권했나." 하고 짜증을 내는 소리를 들은 남편과 이야기를 하게 되고, 남편이 부조리한 사회가 나에게 술을 권한다는 말을 해도 배우지 못한 아내는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투정을 부리게 되자 남편은 말 상대가 되지 않는 아내를 뿌리치며 비틀비틀 나가 버린다. 아내는 모든 것을 잃었다는 듯이 "가버렸구먼, 가버렸어."하며 밤 안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하며 절망적인 어조로 말한다. <개벽>(1921)

▷ 발단 : 바느질을 하며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
▷ 전개 : 과거에 대한 회상과 초조한 심정의 아내
▷ 위기 : 만취되어 돌아온 남편
▷ 절정 : 술을 먹는 이유에 대한 남편의 변명과 그것을 이해할 수 없는 아내
▷ 결말 : 집을 나가 버리는 남편

등장 인물의 성격

* 남편 ; 경제적으로 몹시 무능한 지식인이다. 사회적 부적응은 물론 아내의 이해도 얻지 못해 심한 갈등을 겪는다.

* 아내 ; 결혼한 지 7-8년 되었지만 늘 혼자 있는 여인이다. 가난을 참고 견디지만 남편의 내면적 고통을 이해할 수 없기에 자신도 괴로워한다.

핵심 사항 정리

갈래  단편 소설
성격  사실주의적
문체
시점  3인칭 관찰자 시점
배경  1920년대 도심지
주제  일제 강점하에서 겪는 지식인의 고뇌
갈등  개인과 사회와의 갈등

생각해 봅시다

1. 이 작품에서 아내가 생각하는 사회와 남편이 생각하는 그것은 차이가 있다. 그 차이점을 살펴보자.

▶ 아내는 사회에 대하여 남편에게 술을 권하는 요리집이나 어떤 단체로 인식하고 있으나, 남편은 모순 덩어리인 당대 조선 사회 현실로 인식하고 있다.

2. 이 작품에서 남편의 심리적 갈등의 원인은 두 가지로 나타난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 표면적으로는 아내의 무지이나, 내면적으로는 시대적 모순과 부조리이다.

3. 이 작품에서 아내의 지적 수준을 살펴보자.

▶ 지극히 순박하며 인식 능력이 미흡한 여인으로 사회를 요리집 이름쯤으로 알고 있고 무언가 무서운 독소를 지닌 구체적 사물로 생각하는 무지한 정신의 소유자이다.

4. 이 작품을 시간 순서에 따라 재배열하고, 아내의 심리적 추이 과정을 남편과 관련지어 생각해 보자.

▶ 남편의 동경 유학으로 외로움과 쓸쓸함을 강하게 느끼면서도, 남편 때문에 잘 살 수 있게 되리라는 희망을 가졌었다. 그러나 막상 돌아온 남편은 자기가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달라서 실망을 하였으나 그래도 하는 마음으로 남편을 믿고 싶어 한다. 오늘도 외출 나간 남편이 밤이 깊도록 돌아오지 않자 초조한 심정으로 온갖 공상에 휘말린다.

출전 : 목포 혜인여고 국어교사 정기성의 솔빛 국어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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