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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사상 (한메)
정치사상 政治思想 political thought 권력적 사회현상으로서의 정치에 관한 사상.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이라는 용어로도 쓰인다. 정치사상은 정치에 대한 견해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그 연구방법론도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정치사상은 ① 존재형태 ② 성격으로 파악된다. ① 의 경우 정치사상은 각 개인, 즉 각 정치사상가의 정치사상·정치학설로서 체계화된 것으로, 이것은 정치사상을 이해하는 정통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대중이 정치의 주체로서 정치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만큼 여론의 형식 또는 사회사상의 형식으로 나타나는 일상생활상의 정치의식이나 경험도 무시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것들도 넓은 뜻의 정치사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 ② 의 경우 정치사상은 정치적 문제와 관련되는 사상·견해, 예를 들면 정치기구나 정치권력을 대상으로 해서 이루어지는 사상이다. 여기에서는 정치적 기구로서의 국가, 군주와 국민의 관계에 대한 정치적 인식 등을 다룬 특정 정치사상가의 체계화된 이론이 그 중심이다. [서양의 정치사상] <그리스시대> 서양 정치사상의 기원은 BC 5세기 고대그리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정치학적 사유(思惟)가 발생하기에 알맞은 사회적·역사적 기반 위에서 소피스트들은 재래의 인습·전통·권위에 대담하게 도전하고 법·정치에 대하여 실증적으로 해명하려고 하였으며 사회구성원리와 그 현실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주지시키고자 하였다. 이러한 그들의 노력은 그 당시 새로운 기풍을 불어넣었고 문화의 진보에 크게 기여하였다. 비록 그들의 정치사상은 권모술수·국가이성의 입장으로 귀결되고 이기주의적 실용주의에 물들고 조직적·체계적인 이론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하였지만 그들은 정치·국가의 문제를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규명하려고 한 선각자들이었다. 소피스트들의 상대주의적·주관주의적 세계관을 예리하게 비판한 플라톤은 정치학을 윤리학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 것으로 설명하였다. 그의 정치학연구는 폴리스에서의 선·정의·공정 등의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 이처럼 정치학을 어떤 일정한 사회적·윤리적 가치의 실현·달성을 위한 활동이라고 보는 것은 그리스인들이 가졌던 정치적 사유의 근본적 성격이다. 이러한 그리스인의 정통적인 사유를 대표하는 플라톤은 그의 《국가론》을 통해 폴리스와는 무관한 인간의 문화생활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정치학적 사유를 이어받아 《정치학》 《니코마코스윤리학》에서 정치사상을 체계화하였다. <중세> 일반적으로 중세의 정치학적 사유는 매우 빈곤한 편이지만, 교부철학과 스콜라철학에 의한 견해는 주목해 볼 만하다. 교부들은 본래 법이나 국가·정치 등에 무관심하였지만 그리스도교가 현실 세계로 눈을 돌림에 따라, 그들도 법과 국가와 정치에 대해 차츰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교부철학의 대표자 A.아우구스티누스는 저서 《신국론(神國論)》에서 교부철학에 기초한 국가관과 정치학이론을 전개하였는데, 가장 중요한 점은 그리스시대의 윤리학적인 숭고한 활동으로 파악되던 정치학이 원죄(原罪)의 개념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즉 정치학은 원죄를 가진 인간에게 필요악이 되었던 것이다. 또한 그는 국가를 병을 치료하는 병원으로 인식하였고, <참된 정의> 즉 신의 정의는 인간이 만든 제도 속에서는 발견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스콜라철학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받아들여 현세국가의 존재와 권리를 인정하였다. 그러나 여기서 인정하는 현세국가는 상대적인 의의를 갖는 것으로, 교회의 우위를 인정하는 가운데서만 인정되는 국가였다. 다만 교부철학과는 달리 국가의 존재 및 사명을 교회의 그것과 양립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하였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신학대전(神學大全)》 《군주통치에 관하여》 등을 쓴 스콜라철학의 거장 T.아퀴나스는 교부철학자들보다도 이성의 가치를 중요시하였고, 또한 그리스도교적 정신의 특징을 합리주의적 사고에서 찾으려고 하였다. 그는 국가를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병원으로 인식한 아우구스티누스와는 달리, 인간은 근본적으로 정치적이며 국가는 필수적인 제도의 하나라고 믿었다. 물론 그에게서도 교회는 국가보다 우위에 놓여 있었다. 이처럼 스콜라철학은 교부철학자들이 벗어날 수 없었던 원시 그리스도교 이래의 전통인 비합리주의적 세계관을 그리스도교적·로마적인 합리주의적 사유를 매개로 하여 종합적인 이론체계로 성립, 발전시켰다.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의 시대> 스콜라철학이 쇠퇴하고 근세로의 전환이 시작된 것은 14·15세기로 이 전환기의 정치사상가로는 A.단테를 들 수 있다. 단테는 현세적 지배를 종교적 지배와 비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여기에서 중세의 정치학적 사유가 근대적 사유로 전환되려고 하는 움직임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중세적 사유에서 근대적 사유로의 전환, 다시 말해서 종교적·교권적 권위에 대한 현세적 권위의 도전, 전자에 대한 후자의 우월적 강권의 요구는 르네상스라는 역사적 대전환점에 이르러서야 가능하였다. 사유의 독립과 이성의 자유로운 활동이 특징인 르네상스시대의 대표적 정치사상가는 N.마키아벨리이다. 그는 국가가 교회에 복종, 봉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회가 국가에 봉사해야 한다고 믿었다. 또한 정치를 종교나 도덕으로부터 분리시켜 실증적 합리주의의 입장에서 형이상학적 관념에 이끌리는 모든 정치사상을 공격하였으며 <정치학의 독자성>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최초의 근대정치사상가였던 그도 정치학을 도덕적 판단과 완전히 분리시킬 수는 없었다. 그 뒤 종교개혁은 근대적 정치사상의 성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종교개혁과 관련된 정치사상은 16세기 M.루터와 J.칼뱅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루터는 비록 그 자신이 강력한 왕권의 지지자였지만, 교회의 중개 없이 개인이 직접 신과 교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이것은 오랫동안 민주적인 의미를 지니는 사상으로 인정되었다. 칼뱅의 영향력은 루터와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였는데, 칼뱅은 원죄를 가진 인간에게 안심하고 많은 권력을 줄 수 없다는 신학적 근거에 따라, 제네바 시민정부와 제네바교회는 동등한 권한을 갖는다고 보았다. 이처럼 종교개혁시대의 정치는 독자적인 존재로서 신학이나 종교처럼 인류에 대한 신의 계획이라고 주장되었다. 군주에 의한 정치는 교황의 주재나 교회법의 규제와 같이 신의 승인을 얻어야 가능하다는 왕권신수설은 교황의 종교적 권위나 중세의 도덕 등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군주권이 스스로의 존재근거를 찾으려고 한 것에서 성립한 사상이다. 이는 절대군주의 세속적 권력을 신격화함으로써 대외적으로는 다원적으로 분열되어 있던 권력을 일원화하기 위한 정치이론으로 전개되었다. <근대> 근대계몽기인 17·18세기에는 자연과학과 수학의 발전으로 자연법사상이 절정에 이르게 되었다. 자연과학의 방법을 법·국가·정치 등의 연구에 이용하고, 자연법을 자연과학과 나란하게 보며, 법학이나 정치학의 근거를 자연과학에 두기도 하였다. 또한 17·18세기는 법과 정치철학의 체계가 확립된 시기였다. 계약설 특히 사회계약설은 그 내용에서보다는 그 성격에서 이러한 것을 잘 증명해 준다. 사회계약설을 지탱해주는 합리주의는 근대국가라는 법치국가체제를 확고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였다. 처음에는 이상주의적·공상주의적 이론이었던 사회계약설은 이때 실제적·현실적인 이론체계로 정비되어 중상주의적 정치관을 성립시켰다. 이 정치관과 결합된 국가이론으로는 경찰국가론 또는 복지국가관을 들 수 있는데, 그것은 국가가 국민 복지증진을 위하여 국민생활의 모든 분야에 관여, 간섭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여기서 국가권력에 대한 제약은 곧 국민복지를 해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국민복지의 내용을 결정하는 주체는 바로 지배자·위정자들이므로 이 이론은 국가권력 만능으로 귀착되기 쉬웠고, 실제로 현실 정치체제에서도 국가의 지위와 그 통일적 권위가 점점 강력하게 확립되는 역사적 사실로 실증되었다. 한편 계약설에 대립되는 것으로 실력설과 유기체설이 등장하였다. 계약설이 혁신적인 이론체계라고 한다면 이것들은 수구적·안정적인 이론이었고 전자가 추상적·합리적인 데 비해 후자는 경험적·실증적이었다. 한편 법치국가관은 정치에서의 권위를 사람에게서 찾지 않고 권력보다는 법을, 의지보다는 이념을 우월한 위치에 두었다. 이러한 사유가 발달하여 자유주의와 개인주의를 기조로 하는 입헌정치이론으로서의 법치국가사상이 등장하게 되었는데, 이는 치안과 자유와 법의 3가지 개념을 조화롭게 운영해 나가는 데 그 목적을 두었다. 18·19세기의 자유주의는 국가권력의 전횡을 억제하고 시민의 정치적 자유를 옹호하는 면에서는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였지만 사회의 일부 측면에서는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았다. 이런 작용을 수정, 보완하기 위해 대두된 것이 신자유주의 또는 관념주의 정치학이론이었다. 법치국가관에서 집약적으로 나타났던 자유의 이념이 I.칸트에서 J.G.피히테를 거쳐 G.W.F.헤겔에 이어지면서 자유보다는 도덕의 실현을 중요시하게 되자, 국가도 도덕에 기반을 두어야 하고 그것이 인류의 윤리적 문화에 대한 의의라는 측면에서 이해되었다. 국가의 존재의의도 윤리적 문화의 창조·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는데, 이러한 문화국가관을 대표하는 사람이 헤겔이었다. 여기에서 법은 윤리적 이성의 제1단계이고 국가는 그 최종단계가 된다. 따라서 국가는 그 자체로 윤리적·이성적 자유를 나타내고 또한 객관정신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국가는 직접적으로는 즉자적 존재이고 간접적으로는 개인에 의해 존재한다. 그러나 개인은 국가를 통해서만 자유를 누릴 수 있고, 국가에 있어서만 자유이다. 왜냐하면 개인의 의지가 보편적 의지에 융합되는 것은 오로지 국가를 통해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헤겔 정치철학은 그 성격상 절대주의 또는 반동적 전제주의와 결합될 위험성드 함께 갖고 있었다. 헤겔의 이론은 그 뒤 신헤겔학파로 이어지는데, 여기에서 J.J.루소의 보편의지 및 자유의 관념과 헤겔의 문화국가관의 연계가 이루어졌다. 헤겔학파의 국가관은 전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였으나 역사가 축적해 놓은 입헌주의 등의 정치이론이 완전히 잊혀진 것은 아니었고, 또한 인간의 생활양태로서 국가적 결합관계 외에 사회적 결합관계가 존재한다는 이론 및 사상도 이미 전개되고 있었다. 더불어 인간의 사회적 관심과 요구는 각각의 목적을 추구하는 다양한 집단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모든 개인의 애정도 국가뿐만 아니라 자기의 여러 소속집단에 다원적으로 미치는 만큼 정치도 국가의 독점적 현상으로만 볼 수는 없게 되었다. <현대> 사상적 측면에서 볼 때, 20세기는 K.마르크스에게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베를린에서 <청년헤겔학파>의 한 사람으로 시작한 마르크스는 곧 철학을 거부하게 되지만 3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지적 작업을 해냈다. 즉 자본주의와 자본집중에 따른 예속화 및 강요된 빈곤 등에 대한 체계적인 비판, 소외의 개념과 허위의식으로서의 이데올로기 개념 제안, 계급혁명의 예언 등이 그것이다. 마르크스는 도덕적으로 정의를 부르짖었지만 정의의 철학을 완성하지는 못하였다. 그리고 20세기가 되었을 때 철학의 빈곤화가 찾아와, 20세기는 정치철학의 시대라기보다는 이데올로기시대가 되었다. E.후설·L.J.J.비트겐슈타인·M.하이데거 등 20세기의 철학자들은 비철학적이었고, V.I.레닌·H.J.라스키 등의 주목할 만한 논자들은 철학적이지 못하였다. 그런 가운데서도 J.듀이는 낡은 2분법(자연과 경험, 객관과 주관, 사회와 개인)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였다는 측면에서 높이 평가된다. [동양의 정치사상] <덕치주의(德治主義)> 덕치주의란 유덕자(有德者)가 도덕적으로 눈뜨지 못한 사람들을 지도·교화하는 것을 정치의 요체로 삼는 것이다. 덕치를 대표하는 사상가는 맹자(孟子)이고 그의 가르침은 수기치인(修己治人)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전인격적 교양으로서의 학문이나 인간을 지도하는 교육·학교가 중시된다. 또 지배자는 지도자·교육자이고, 치자(治者)와 피치자(被治者)의 구별은 도덕·교양의 유무에 의한다. 그것은 인간의 도덕성을 전제로 하는데 도덕적인 능력, 즉 현능(賢能)이 인간단계를 규율하는 기준이 되고, 존현사능(尊賢使能)·선현거능(選賢擧能)의 원칙이 시행되었다. 한편 군주는 하늘이고 왕조의 교체는 천명(天命)에 따른다고 믿어졌다. 그것은 군주가 될 사람의 덕에 하늘이 감응한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유가(儒家)에서는 그 덕이 도덕이지만, 오행가(五行家) 등에서는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가 천부의 덕이다. 유가적인 견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맹자의 혁명설과 동중서(董仲舒)의 천견설(天譴說)이다. 맹자는 군주 될 사람이 백신(百神)에게 제사지내 백신이 그것을 흠향하는지의 여부, 정사를 베풀어서 백성이 그것에 복종하는지의 여부로 천명의 귀추를 확인할 수 있으며, 또한 하늘은 백성을 통해 보고 듣는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므로 천명이 바뀜에 따라 왕조가 교체되는 것은 민심의 소재에 따르는 것과 같으므로 백성이 군주를 선택하는 자격이 인정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백성의 군주 비판을 통한 민주주의의 요소가 엿보이기도 하지만, 백성의 실체가 봉건제도 아래에서의 사인(士人) 즉 도덕의 보지자(保持者)만으로 한정된다는 한계도 있다. 동중서는 군주를 하늘의 아들이라고 하면서 군주는 하늘에 대해 책임을 지며, 하늘은 군주에게 잘못이 있으면 징계·반성시키고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폐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하늘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인간을 규율하는 예와 도덕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되므로 천견(天譴)은 유가적 관료가 하늘의 권위를 빌려 행하는 군주비판이었다. 오행가의 학설은 추연의 오덕종시설(五德終始說)에서 시작되는데, 오행의 덕의 움직임은 상승설(相勝說)이나 상생설(相生說)의 순서에 따르게 된다. 그러나 움직이는 하늘의 덕에 따라 덕을 지닌 왕조가 계속해서 교대로 나타난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비덕치주의(非德治主義)> 덕치주의가 예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정치사상이라면, 비덕치주의는 예나 도덕성·인위를 배제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정치사상이다. 노자(老子)는 인위를 배제하고 무위(無爲)에 이르러서 천도(天道)로 복귀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여기에서 무위는 사람으로서의 주체성·도덕성·지(知)를 일소하고 천도에 귀일하는 것이다. 다만 문자 그대로의 무위가 되는 것은 백성이고, 군주는 무위를 행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도 군주는 천도를 체득하고 무위를 행하고 있기 때문에 백성은 군주의 지배를 받아도 어떠한 마찰도 느끼지 않는다는 사상이다. 한비자(韓非子)는 법과 술(術)을 군주권의 기초로 삼았다. 그에게 있어, 법이란 군주의 의지명령(意志命令)이며 관부(官府)에서 공포하고 관리와 백성이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그 법은 형벌로 뒷받침되는 것인 만큼 법률의 의미를 가지며 동시에 천도가 인간세계에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한비자에 와서 정치사상의 핵심이 예에서 법으로 바뀐 것은 도덕보다 정치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술이란 상벌로써 사람을 통어(統御)하는 군주의 수단이므로 군주의 작위(作爲)가 가해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람의 본성에 기인한 것이어서 작위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한비자가 사용하는 군주의 개념은 숙명적·신비적 성격을 갖는 것으로 군주를 도(道) 그 자체가 인간세계에 드러난 것으로 본다. <비정치사상(非政治思想)> 양주(楊朱)와 장자(莊子)는 비정치사상을 전개하였다. 장자는 노자와 같이 무위를 주장하고 예의 바깥에서 소요(逍遙)할 것을 추구하였다. 또한 성(性)을 완전하게 보전하기 위해서는 정치 바깥에 서야 한다고 하면서 그 이상을 재유(在宥)에서 구하였는데, 재유란 정치를 하지 않는 것으로, 즉 정치도 지배도 없이 백성의 성을 온전하게 하는 것을 뜻하였다. 그러나 재유에 있어서도 성인 곧 지배자는 존재한다. 즉 성인은 재유하는 존재이지만 재유되는 백성은 성인과의 대립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 그렇게 한다. 그리하여 백성으로 하여금 성을 온전하게 하도록 만들 수 있지만 그것은 백성의 성에서 기인된 것이다. 또한 불교에서는 출가를 역설한다. 군주나 지배기구가 종족이나 가족의 토대 위에 서 있는 경우의 출가는 예의 바깥, 지배의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된다. 그것은 불교의 공(空)·중도(中道)·원융(圓融)·무애 등의 평등·무차별 관념, 즉 대립을 배제하는 관념 및 그 전제로서 무아(無我)의 관념에 의해 뒷받침된다. <전제주의와 천명사상> 군주의 권위가 철저하게 절대적이던 동양에서는 군주의 배후에 천(天)·도(道)·이(理) 등의 절대개념이 있었다. 이 절대개념들로 인해 전제주의·절대주의 및 천명사상·숙명론 등이 합리화되어 왔고, 여기에서 인간세계의 조직이나 질서인 예·도덕이 천명과 연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근대로 들어서 서양의 근대사상과 접하게 되어, 동양의 전제주의나 천명사상의 성립 근거가 되는 가족이나 향촌(鄕村)이 해체됨에 따라 전제주의와 천명사상은 민주주의사상으로 바뀌었다. [한국의 정치사상] <고대> 고대 정치사상을 엿볼 수 있는 기록은 단군신화를 비롯한 고대국가의 시조신화들이다. 이러한 신화들은 지배자의 권위를 높여 주는 역할을 하며 특히 단군신화에서는 정치적 지배자가 제사장의 기능을 겸하는 종교와 정치의 미분화 상태를 볼 수 있다. 또 고조선의 팔조법금(八條法禁)은 정치사회를 통치하는 지배자의 존재를 알려준다. 이러한 원초적 형태의 정치사상은 고대국가 체제가 정비되면서 왕에 대한 충(忠)의 개념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해갔고, 충에 상응하여 신민(臣民)에 대한 왕의 보살핌과 사랑이 요구되었다. 삼국통일 이후 신라가 전제 왕권을 강화시켜 나가는 가운데 왕은 절대권력을 소유하게 되었고 강수(强首)·설총(薛聰) 등은 불교를 비판하면서 유교적 도덕률을 최우선의 것으로 내세우며 도덕정치를 주장하였다. <고려시대> 후삼국의 혼란기에 수입된 선종(禪宗)은 중앙집권적 지배체제에 맞서려는 지방호족들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다. 한편 풍수지리설도 크게 유행하여 정치적으로 호족세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였다. 이런 상황 아래 고려를 세운 왕건(王建)은 불교의 교종과 선종을 모두 숭상하였고 풍수지리설의 존신(尊信)을 후손들에게 당부하면서도 정치의 운영면에서는 유교의 이념을 수용하려고 애썼다. 그는 취민유도(取民有度)를 내세워 백성들의 조세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정계(政誡)》 《계백료서(誡百僚書)》를 저술하여 미약하나마 유교정치의 지향을 보여주었다. 성종 때에는 고려정치의 기저를 이루는 유교적 정치이념이 확립되었는데, 최승로(崔承老)는 <시무28조>를 통해 유교의 중요성을 확실히 하고 불교의 공덕신앙(功德信仰)과 불교행사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밝힘으로써 유교적 이념에 입각한 중앙집권적 귀족정치의 실현을 주장하였다. 중기에 이르러 이자겸(李資謙)의 난과 묘청(妙淸)의 난을 겪으면서 유교이념 자체가 도전을 받게 되었다. 특히 그 뒤에 일어난 만적(萬積)의 난은 특권지배층을 부인하고 노비신분의 해방을 주장한, 그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정치사상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반란이었다. 후기에는 원(元)나라로부터 성리학이 전래되어 신흥사대부들에게 적극 수용되었다. 원나라의 간섭으로 침체된 고려의 정치에 성리학으로부터 새로운 활력이 주입되어, 전제(田制)개혁 등의 경세론(經世論)이 거듭 개진되었다. <조선시대> 조선 초기 정도전(鄭道傳)은 성리학을 도학(道學)이요 정학(正學)이라 보아 그 기초 위에서 구조적인 정치이론을 전개하였다. 그리하여 민본주의에 입각한 권력론을 주창하고, 왕의 상징성을 전제로 한 재상중심정치론(宰相中心政治論)을 내세웠다. 이에 따르면 민심의 소재가 통치권의 정당성 여부를 결정하는 관건이 되고, 재상은 최고정책결정자이자 집행자로서 강력한 권한과 지위를 갖게 되었다. 그뒤 사림정치가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 보다 이상적인 유교적 정치사상이라 할 수 있는 도학정치론(道學政治論)이 제기되었다. 조광조(趙光祖)와 이이(李珥)로 대표되는 도학정치론은 고도의 유교적 교화를 전제로 고대 중국의 왕도정치론을 한 단계 발전시킨 것이다. 그것은 현실적인 개혁과 변법의 주장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의 현실 당면과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문제의식을 가진 학자들 사이에서 실학의 기운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유형원(柳馨遠)은 정치의 목적이 양민(養民)과 교화(敎化)에 있음을 명백히 하였고, 천리(天理)를 따르고 인도(人道)에 순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하면서 유교적 예치주의(禮治主義) 입장을 확실히 하였다. 정약용(丁若鏞)은 인성(人性)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서 시작하여, 인간이 자연상태의 무통치·무규범으로부터 스스로 민망(民望)있는 통치자를 추대하여 수령이나 왕의 권력이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전제주의를 거부하고 백성을 정치의 객체에서 주체로 부상시킨 주목되는 견해이다. 정약용은 그동안 역사가 간직해 온 유교적 전통에다 현실에 대한 깊은 통찰이 깔린 실학사상을 접목시킴으로써 발전적인 정치사상을 낳았다. <근대> 19세기에 들어 조선은 대내외적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였다. 이에 대한 대응논리로 등장한 정치사상은 계보에 따라 3가지로 나뉜다. 첫째, 위정척사사상(衛正斥邪思想)은 성리학의 맥락에서 조선조 정치체제의 보위를 주장한 대표적인 정치사상이다. 위정척사사상의 태두였던 이항로(李恒老)는 주리론(主理論)에 입각한 이기분합설(理氣分合說)에 기초하여 내수외양론(內修外攘論)을 주장하였다. 그 요지는 통치자의 극기, 양화(洋貨)·양물(洋物)의 배척금단, 외세의 도전에 대한 주보정벌(誅補征伐) 등이다. 이 사상은 뒤에 의병무장투쟁의 이념적인 지주로 승계되어 한국 민족주의의 중요한 연원이 되었다. 둘째, 개화사상은 김홍집(金弘集)·어윤중(魚允中) 등의 동도서기론적(東道西器論的)인 입장과 김옥균(金玉均) 등의 급진적인 완전개화의 입장으로 나누어졌다. 초기의 개화사상은 대중적 기반이 미약하였으나 뒤에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의 활동으로 대중화시대를 맞이하였다. 독립협회는 근대 민주주의 정치사상을 수용, 보급하는 데 크게 공헌하였다. 셋째는 애국계몽사상이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면서 개화사상은 더욱 국민대중 속으로 확산, 침투되어 애국계몽사상으로 이어졌다. 한편 보국안민(輔國安民)·광제창생(廣濟蒼生)을 기본목표로 하는 동학이 창건되어 조선 말기 개화기의 대내외적 모순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의 중심을 이루었다. 동학의 반봉건적 체제부정의 정치사상은 후천개벽사상(後天開闢思想)에 잘 드러난다. 천인합일사상(天人合一思想) 및 지상천국사상과 연관되어 있는 이 사상은, 하늘을 대신하는 대천자(代天者)가 존재하던 선천(先天)의 시대, 즉 조선을 부정하고 하늘이 직접 인심에 강령하는 후천의 시대가 도래할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이러한 사상은 지상신선사상(地上神仙思想)과 연결되어 인내천(人乃天)이라는 평등사상으로 나타났고, 결국에는 동학농민운동을 통해 조선의 붕괴와 전통적 신분제의 폐지에 크게 기여하였다. <현대> 일제강점기에 나타난 한국의 정치사상은 독립운동의 전개와 근대민족국가의 건설이라는 민족적 과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우선 3·1운동과 임시정부 설립과정에서 나타난 정치사상을 보면 대외적으로 민족자결주의, 대내적으로 민주공화제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민주공화제 주장은 종래의 군주제·입헌군주제 등에 비해 크게 진보한 것으로 근대민족국가 건설이라는 목표에 한걸음 다가선 것이었다. 1920년대에 들어 소개되기 시작한 사회주의사상은 이후의 한국 정치사상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독립운동 세력을 민족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으로 분열시켜 사상적 대립을 초래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였다. 그 뒤 독립운동세력들의 연합전선 구축 노력이 계속되었고, 30년대 말 조소앙(趙素昻)은 연합전선 형성에 필요한 중요한 사상적·이론적 기반이 되는 삼균주의(三均主義)를 제창하였다. 삼균주의는 균권(均權)·균부(均富)·균지(均知)를 통한 개인 대 개인의 균등이 실현되고 나아가 민족간의 균등과 국가간의 균등을 이룩하여 세계일가의 이상사회 실현을 궁극 목적으로 하는 평등주의사상이다. 상호관련된 26개조의 삼균원칙으로 구성된 삼균주의는, 기회균등이라는 상대적 입장이 아니라 가치배분의 평등이라는 절대적 입장을 취하는 목적론적 평등론이다. 조소앙의 삼균주의는 동·서양 정치사상의 갈등과 조화 속에서 모색된 제3의 이데올로기로 한국민족주의의 미래적 성격을 제공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뒤 광복을 맞은 정국은 정치사상 면에서 안재홍(安在鴻)의 신민족주의적 정치사상을 거쳐 남북분단으로 치달았다. 이후 북한에서는 60년대말부터 정치·경제·군사·사상면의 자주·자립을 강조하는 주체사상이 성립되어 김일성1인독재체제의 유지수단으로 악용되었다. 반면 남한에서는 자유민주주의가 중심 정치이념으로 채택되었고, 60∼70년대에는 경제개발독재를 합리화한 한국적 민주주의론이 통치이념으로 대두되기도 하였으나, 뚜렷한 정치사상은 성립되지 못하였다. 93년 김영삼 문민정부 수립 후 민주주의 회복 노력이 계속되어 한국 현재 정치사상은 새로운 정립기를 맞게 되었다. <김현욱> 출전 : [한메디지탈세계대백과 밀레니엄], 한메소프트, 19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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