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건축] 한국의 서원건축 (반승현)
한국의 전통건축 1. 서원건축(병산서원, 도산서원, 소수서원) 1. 서원 성리학 그리고 사림파 서원이란 무엇인가? 일종의 사립대학이라고 할 수 있다. 서원에는 학생과 선생이 있고 유학의 경전이라는 전문 분야를 공부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원에는 항상 사당이 있다. 사당 또는 사묘는 돌아가신 이들의 위패를 봉안하고 때마다 제사를 지내는 유교의 성전이다. 그렇다면 서원은 교육시설과 종교시설이 결합된 건축이라 할 수 있다. 왜 학교 안에 특정 선현을 모셔야 할까? 선현의 학덕과 위대한 유훈을 하나의 모범으로 받들면 후학들을 계도하고 학문을 연마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서원이라는 용어는 이미 신라시대에도 등장하였다. 그러나 당시의 서원이란 일종의 관직이거나 도서관 또는 개인 사숙과 같은 학문 연수처의 명칭이었을 뿐, 조선시대에 등장한 교육기관으로서의 서원은 아니었다. 정통적인 의미를 갖는 서원의 시작은 중종 37년(1542) 당시 풍기 군수였던 주세붕이 현재의 영주시 순흥면에 세운 백운동서원(소수서원)이었다. 사림파의 형성과 성리학적 거대구조 실제로 초창기에 서원을 설립한 주체들은 모두 사림파였고, 서원에 봉안된 인물들도 대부분 사림파의 선구적 위인들이었다. 사림파의 뿌리는 고려 말기에 새로운 사회 주도 세력으로 등장한 사대부 계층이다. 사대층이 분리되면서 숲 속에서 글만 읽는 절의파 계열을 일컬어 '사림(士林)'이라 부르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우여곡절 끝에 조선 사회의 정치 사상적 주역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16세기로, 자신들의 향리에서 경제적 기반을 잡아가는 동시에 여론 주도층으로 사회적 입지를 굳혔다. 향촌 교화와 장자상속제, 가부장제, 사림파의 형성 등은 별개의 사실들이 아니라 모두 성리학의 수용과 실현이라는 거대한 구조 속에 서로 얽혀 있는 불가분의 현상들이고, 그 구조의 핵심에 서원이라는 건축공간이 있었다. 이런 점에서 서원은 성리학의 교육기관인 동시에 종교성전이고, 더 나아가 향촌 교화와 세력화라는 사림들의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정치적 거점이기도 하다. 성리학의 세계란 학문과 종교, 정치, 사회 현상이 하나로 통합된 합일의 세계였다. 따라서 서원이 갖는 복합적 기능들은 별도로 분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하나의 시설물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모습들이라 이해하는 편이 합당하다. 2. 성리학적 정신과 서원 건축 우주와 인간, 자연과 인간의 메커니즘을 동일한 체계로 파악하려 하며, 인간의 이성과 관념으로 자연을 이해할 수 있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천일합일(天一合一) 정신은 이론과 행동, 관념과 현실, 마음과 몸을 일치화하려는 특유의 형이상학으로 발전하였다. 인간 중심의 자연관은 서원의 입지나 구성에서도 잘 드러난다. 서원건축의 지리적인 입지 조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원 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적 대상 곧 안대(案對)였다. 이는 자연 방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원장으로 대표되는 주체로서의 인간을 중심으로 방위 체계를 재조직하기 때문이다. 서원의 외향적 경관 구조 역시 인간 중심의 자연관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이다. 외부에서 서원 건축의 형태를 감상하는 것보다 서원 안에서 보여지는 외부의 경관이 중요하게 된다. 건축적으로 말한다면 내향적 경관(off site view)보다는 중심에서 바라보는 외향적인 경관(on site view)이 중요하다. 자연은 인간의 관념으로 재조직할 때에만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서원 건축은 바깥에서 어떻게 보이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안에서 무엇이 보이는 가가 중요하다. 엘리트의 종교, 소수를 위한 공간 유교의 건축은 소수 엘리트들을 위한 장소요, 그들의 요구만을 충족시키기 위한 장치였다. 서원 건축이 이른바 인간적인 스케일로 구성된 까닭은 일차적으로 이용자들의 숫자가 적었기 때문이고, 이차적으로는 그들의 선민 의식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선택된 소수만이 사용하는 유교적 공간은 대중들에게는 폐쇄적인 동시에 내부의 거주자들에게는 모든 곳이 개방되는 양면성을 갖는다. 서원 건축에 공존하는 외부적 근엄함과 내부적 개방성은 선택된 공간만이 취할 수 있는 성질들이다. 서원의 마당은 철저하게 인위적인 건물들로 둘러싸인 인공적인 장소이다. 자연 속에 있으되 자연을 격리시키고 오로지 학문과 수련만을 목적으로 하는 추상적인 공간이 된다. 절검 정신, 그릇으로서의 건축 유학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건축으로 담을 수 있는 그 무엇이지, 건축물 자체가 아니었다. 그 무엇이란 자연일 수도 있고 도(道)일 수도 있다. 따라서 건축은 반 외부화, 개방화된 일종의 틀로 작용하며 내부 공간은 무성격화, 투명화한다. 경과 성의 공간 '경'이란 항상 깨어 있으며 사물의 본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성'이란 구체적인 인격과 학문 수양의 방법론이다. '경'과 '성'은 어찌 보면 교육의 양면이다. 하나가 본질에 대한 목표라면 하나는 구체적인 교육방법이 된다. 서원의 공간은 항상 긴장과 각성을 유도한다. 동재와 서재는 서로 마주보면서 유생 서로간의 격려와 감독을 통한 긴장을 유지시킨다. 원장실 또는 강당에서는 동서재에서 행해지는 거의 모든 행위를 바라볼 수 있고 지휘 감독한다. 자발적인 또 타율적인 감독이 가능하도록 강학 부분의 공간은 마당을 향해 모두 개방되어 있다. 강당의 넓은 대청마루와 동서재의 툇마루들은 마당을 향하여 열려져 있고, 마치 건물들에 압축력을 가하여 긴장감을 짜내는 듯하다. 그러나 유생들이라 하여 항상 긴장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일정한 휴식과 해소도 필요하다. 따라서 긴장감으로 팽팽한 공간은 이를 보완할 장치가 필요한데 그 역할은 전면의 누각이 맡는다. 강당 앞의 마당을 기준으로 본다면, 삼면에서 압축되어 오는 긴장감을 앞의 누각에서 해소하고 이완시킨다. 강과 약, 양과 음, 긴장과 이완이 공존하는 공간적 개념이 유지된다. 3. 서원 건축의 입지와 배치 형식 교육과 연구를 위해서는 번화한 곳에서 격리된 한적한 곳이어야 하지만 사림들의 정치적 기지가 되기 위해서는 향촌 사회와 가까운 곳이어야 한다. 또 사립기관이라는 특성상 지방 행정부가 있는 읍내나 도시에서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야 하였다. 가급적 지방 수령의 간섭을 피하고, 관학인 향교와도 거리를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유명 서원의 대부분은 인적이 드물고 경치가 뛰어난 곳에 위치하게 된다. 서원의 입지 단순히 경치만 좋다고 서원의 입지에 적합한 곳은 아니다. 서원 성립의 제일 요건은 특정 선현을 봉향하는 것이고, 봉향된 선현과 연고가 있는 곳에 입지해야만 서원의 정통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봉향자의 출생지나 거주지, 아니면 유배지였거나 묘소가 있는 곳 등 어떤 형태로든 인연이 있어야 한다. 여러 가지 형태의 연고가 있는 지역 가운데 가장 경관이 뛰어나고 지리적 이점을 가진 땅을 골라 서원을 세웠다. 대개의 서원은 흐르는 강이나 내를 앞으로 면하고 나머지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장소에 입지한다. 훌륭한 서원의 입지는 하늘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바로 그런 장소였다. 서원 건축의 배치 구성 주자의 예와 백록동서원을 이상향으로 삼아 태동한 한국의 서원 건축은 하나의 전형적인 형식을 갖추기 시작하였다. 강당을 중심으로 한 강학 공간과 사당을 중심으로 한 제향 공간이 결합한 기능적인 형식을 기본으로, 강학 공간을 앞에 놓고 제향 공간을 뒤에 놓는 건축양식이 성립되었다. 서원의 건축유형을 '전학후묘' 형식이라 부르기도 한다. 전학후묘의 형식 안에도 서로 다른 두 가지 배치 유형이 존재한다. 대개의 서원은 동서재가 강당 앞에 놓이는 전재후당형(前齋後堂型)을 따르지만, 전당후재라 하여 동서 양재가 강당의 뒤에 놓이는 경우도 있다. 전당후재형의 경우, 강당의 정면은 앞이 아니라 동서재가 놓이는 뒤가 된다. 강당과 동서재로 이루어진 뒤쪽 마당의 나머지 한 면에는 사당이 놓인다. 이러한 유형에는 사당이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4. 서원의 기능과 건물 <교육 시설로서의 서원> 강당, 당과 재의 복합 건물 강회(보름에 한 번 정도 열리는 여러 명의 교수진 앞에 한 사람씩 불려 나와 그동안 공부한 내용을 보고하고 문답을 통해 학습의 정확성을 검증 받음)가 있을 때는 학생들이 강당에 오를 수 있지만, 평상시에는 학생접근이 제한되는 교수진 전용의 건물이다. 강당은 보통 가운데 대청을 두고 좌우에 온돌을 들인다. 대청은 강회 공간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2내지 3칸의 넓이를 갖는다. 좌우 1칸씩의 방은 원장실과 교무실로 이용된다. 따라서 보통 5칸 규모로 건축된다. 서원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이기 때문에 대청 앞에는 그 서원의 현판이 걸린다. 대청의 안쪽에는 ○○당(堂), 좌우 온돌에는 ○○재(齋)의 장소명이 붙는다. 강당건물은 서원을 대표하며 규모도 가장 큰 건물이다, 따라서 주로 팔작지붕의 외관을 가지며, 굵고 둥그런 기둥을 사용하는 등 구조도 견실하다. 재실, 동재와 서재 강당의 앞이나 뒤쪽 좌우로는 유생들의 기숙사에 해당하는 2개의 재실을 놓는다. 강당에서 볼 때 왼쪽 것을 동재(東齋), 오른쪽 것을 서재(西齋)라 칭한다. 강당과 동서 양재는 서로 직각으로 놓여 강당마당을 형성하게 되어 서원의 가장 중요한 장소가 된다. 각 건물은 대청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온돌방이 놓이는 구성이며 최소 3칸부터 5칸까지 규모는 다양하다. 근래에 만들어진 재실들은 마루 없이 모두 온돌을 들인 경우도 많다. 다양한 규모와 형태에도 불구하고 우선 강당보다는 작고 부속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은 존재하고 있었다. 성리학적인 위계질서가 건축 구성에도 그대로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동서재는 서로 대칭 구조를 따르기 때문에 보통 동재는 서향을 하게 되어 일조(日照)에 불리하다. 서재는 반대로 동향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재가 서재보다 위계적으로 우선한다. 한국의 방위개념은 항상 왼쪽이 오른쪽보다 우선하였고, 자연히 동쪽이 서쪽보다 높은 위계가 된다. 누각, 휴양 장소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는 용도를 위하여 마련된 것이 강당의 전면에 놓이는 누각이다. 보통 서원은 경치가 좋은 곳에 놓이게 되며, 이 경승을 감상할 수 있는 곳도 누각이다. 누각 위에서는 때때로 시회(詩會)를 열어 서원 구성원들의 풍류를 겨루기도 하였다. 또 서원에 내왕하는 손님들을 맞는 장소이기도 하였다. 누각은 보통 3칸 규모이다. 장판각과 장서각, 출판실과 도서실 서적을 보관하는 장서각(藏書閣)과 목판을 보관하는 장판각(藏板閣)은 습기와 불기가 가장 위험한 요소이다. 습기는 종이와 목판을 상하게 하므로 바닥을 지면에서 띄운 마룻바닥이어야 하고, 통풍이 잘 되도록 벽면에 살창을 다는 것이 효과적이다. 장서각과 장판각의 벽체는 대부분 나무판을 붙인 판자벽(板子壁)인데, 흙벽에 비해 통풍의 효과도 높고 판자벽 자체가 습기를 흡수하는 기능이 있다. 방화를 위해서는 장판각과 장서각의 위치가 중요하다. 불씨가 직접 옮겨 붙지 않더라도 공기가 뜨거워져 발화점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가면 건물 자체에서 발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서각이나 장판각은 주요 건물들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구석진 곳에 자리잡는다. <종교 시설로서의 서원> 사당, 최고의 위계 사당은 서원의 가장 뒤편, 그리고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는 것이 상례인데 사당 공간의 성격과 위계상 합당한 위치이다. 사당은 죽은 자들의 성전이기 때문에 내부를 어둡게 유지한다. 정면에만 출입문을 달고 나머지 세면은 두터운 벽을 쌓은 이른바 감실형 (龕室型)의 건물을 만든다. 서원의 사당에는 보통 한 명의 주인공을 봉안한다. 이를 주향 (主享)이라 하며 그 밖에 2 내지 4명의 신위를 같이 봉안하기도 한다. 주향자를 제외하면 모두 배향(配享)이라 하고 주향과 배향에도 일정한 원칙에 따라 위치가 정해진다. 주향은 사당의 가운데에 모시고, 배향자들은 주향에 거리가 가까울수록, 그리고 좌측이 우측보다 상위가 된다. 사당 건물은 대개 정면 3칸, 측면 2 내지 3칸의 규모를 갖는다. 봉향자가 1 내지 6명 정도로 많지 않아 넓은 내부가 필요없었다. 사당의 구조는 대개 익공식 구조가 많고 주심포식 구조를 채용한 곳도 더러 있으나 화려한 다포식 구조는 찾아볼 수 없다. 지붕은 대개 맞배지붕이며 좌우 측면에 풍판을 달아 위엄을 더하였다. 최고의 건물답게 기단도 잘 다듬은 장대석 기단이 일반적이며, 기둥을 받는 초석도 정교한 원형초석이 많이 쓰인다. 막돌을 사용한 강당의 기단이나 초석과는 대조적이다. 전사청과 고직사 전사청(典祀廳)은 향사 전날 미리 제사상을 진설하는 건물로 평소에는 제기와 제례 용구를 보관한다. 따라서 사당 영역에 인접하여 자리잡고 제수를 마련하는 고직사(庫直舍)와도 연락이 잘 되는 곳에 위치한다. 전사청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제상을 보관하는 마루방을 설치한다. 서원노(書院奴)들이 기거하면서 제수를 마련하는 고직사는 비록 노비들의 공간이지만 대개 당당한 기와집이었고, 건물의 구성도 좌우 대칭의 격식을 갖춘 것들이 많다. 뒤에 계속 출전 : 반승현 홈페이지 한국의 전통건축 |
| 
|
 [건축] 한국의 사찰건축 (반승현) |
 [건축] 한국의 건축 (한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