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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독일제국 (한메)
독일제국 獨逸帝國 Deutsches Reich 1871년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형성된 독일 통일국가. 독일에서 제국의 체제를 취한 국가는 역사상 두 번 있는데, 첫번째는 신성(神聖)로마제국(962~1806)이며, 두 번째는 비스마르크의 독일 통일에 의하여 실현된 독일제국(1871~1918)으로, <제2 제국>이라고도 한다. 히틀러의 나치스국가(1933~45)도 이것을 계승하는 것이라 하여 <제3 제국>이라고 칭했다. 그러나 보통 독일제국이라고 할 때는 비스마르크에 의한 제 2 제국을 가리킨다. [독일통일] 독일제국은 프로이센―프랑스전쟁이 한창이던 1871년 1월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에서의 황제대관(皇帝戴冠)에 의해 탄생했다. 여기서 상징하는 바와 같이 독일제국을 창건한 직접적인 힘은 프로이센 군대이며, 이 사업의 정치적 지도자는 프로이센 총리인 비스마르크이다. 그의 정책은 <철혈정책(鐵血政策)>이라고 일컬어진다. 독일 통일은 1848년의 혁명 이래 독일 시민계급의 염원이었으며, 그것은 본래 자유주의의 요구와 결부되어 있었다. 그러나 3월혁명의 패배와 프로이센 헌법분쟁(1862~66)에서의 좌절을 통하여 독일 통일의 주도권은 시민계급에서 프로이센왕의 수중으로 옮겨졌다. 프로이센은 1866년 프로이센―오스트리아전쟁에서 독일 통일의 경쟁상대인 오스트리아를 격파하여 이 나라를 배제하고 북독일 연방을 수립했다. 프로이센―오스트리아전쟁의 승리는 또한 프로이센 국내에서 헌법투쟁을 에워싸고 왕권과 대립하고 있던 의회의 자유주의 세력을 압도하는 데 이용되었다. 그리고 1870~71년 비스마르크는 프로이센―프랑스전쟁에서 독일통일을 가로막는 프랑스 나폴레옹 3세를 격파하고, 남독일 4개국을 합쳐서 통일사업을 완성시켰다. 독일제국의 성립은 우선 19세기 전반을 통하여 싸워 온 독일국민국가의 존속방법, 즉 오스트리아도 합친 대독일이냐 프로이센 중심의 소독일이냐의 선택을 결정짓게 했다. 따라서 약 1000만 명의 독일인을 오스트리아에 남겨둔 채 4000만 명의 신독일국민국가가 발족되었다. 비스마르크의 독일 통일사업은 분명히 자유주의 부르주아지나 민중의 <혁명>에서 왕권을 수호하는 반혁명이었지만, 비스마르크는 단순한 보수정치가가 아니고 그 정책은 산업혁명과 함께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과 시민사회의 성장을 촉진하는 적극적인 역할도 수행했다. 즉 제국건설에 수반되는 여러 가지 입법, 화폐·도량형의 통일, 우편·철도·은행사업의 정비, 이동의 자유나 직업 선택 자유의 확립 등은 독일의 자본주의 발전을 더욱 촉진시켰고 시민사회의 성숙을 앞당겼다. 그러므로 독일제국의 건설은 독일의 자본주의적 전환을 단번에 가속화한 <위로부터의 혁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정치체제와 정치구조] 독일제국은 25연방(22군주국과 자유도시) 및 제국직할령(領)으로서의 엘자스―도트링겐으로 이루어지는 연방이었다. 연방 중에서 인구나 면적이 모두 전독일의 약 2/3를 차지하는 프로이센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여 프로이센왕은 독일 황제도 겸하고 국가원수로서 외국과 조약을 맺고 화전(和戰)을 결정하며 제국 관리와 육해군인을 임명하였다. 제국행정 최고책임자는 제국재무장관(Reichskanzler)이며, 그 밑에 각부 장관을 두었다. 최초의 제국 재무장관에는 비스마르크가 취임하였다. 재무장관은 프로이센 총리를 겸하여 제국의 행정도 프로이센 행정에 의존하는 것이 많았다. 그리고 제국과 프로이센을 가리지 않고 행정과 군대의 상층에서는 융커·귀족이 세력을 떨치고 있었다. 이와 같이 강력하고 보수적인 행정부에 대하여 입법부인 제국의회(Reichstag)는 보통선거라는 민주적인 기반 위에 서 있었지만, 그 권한에는 여러 가지 제약을 가하고 연방 참의원이나 프로이센 연방의회가 병립(竝立)하여 그 역할의 확대를 막고 있었다. 그러나 제국의회는 제국의 여러 정치기관 중에 가장 사회나 세론의 동향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곳이어서 제국정부도 자연히 그 의향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19세기 말 이후 독일사회민주당이 제국의회에 눈부신 진출을 한 것은 독일제국의 보수적인 지배체제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비스마르크 시대] 이와 같은 지배체제 위에 독일제국의 정치는 여러 번 그 흐름을 바꾸었다. 1871~77년은 비스마르크의 자유주의와의 밀월(蜜月)시대이며, 정부는 제국의회와 협력하여 국가건설을 위해 여러 가지 개혁에 착수한 한편 반프로이센의 가톨릭교도에 대한 문화투쟁을 강행하였다. 그러나 가톨릭교도와 그 정당인 중앙당의 저항은 계속되었고 문화투쟁은 실패로 끝났다. 게다가 1873년부터 경제공황이 일어나고 또 사회주의 정당이 합동하여 세력을 확장해 가자 비스마르크는 정책의 전환을 기도, 1878년 황제암살미수사건을 이용하여 사회주의자 진압법을 작성하였다. 이어서 1879년에 주로 중공업 자본가와 융커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보호관세를 도입했다. 이후로 1880년대를 통하여 비스마르크는 이 보수적인 양지배층과의 동맹을 견지(堅持)하는 한편으로 노동자를 <엿과 회초리>의 정책, 즉 사회정책과 탄압입법으로써 사회민주당의 영향에서 떼어 내어 국가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결국 실패하고 1889년 루르의 대탄광 파업이 일어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비스마르크는 젊은 황제 빌헬름 2세와 대립하여 결국 사직했다. 한편 비스마르크가 20년간 국내정치에서 독재적 힘을 휘두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가 거둔 외교상의 성공이 있었다. 그의 외교는 프랑스를 고립시키고 유럽의 현상유지를 지향하고 있었는데, 그 목적을 위해 1873년 독일·오스트리아·러시아 3개국간에 삼제동맹(三帝同盟)을 체결했고, 1879년에는 독일·오스트리아 동맹을 성립시켰다. 1882년에는 이탈리아가 가입하여 삼국동맹이 되었다. 그러나 발칸에서의 오스트리아와의 대립이 원인이 되어 러시아가 독일에서 떠나려고 하였으므로 비스마르크는 대(對)러시아관계의 유지에 부심, 1887년에 재보장조약을 성립시켰다. [빌헬름 시대] 1890년 이후 독일제국의 정치는 빌헬름 2세의 친정(親政)을 의미하여 빌헬름시대라고 한다. 비스마르크의 뒤를 이은 재무장관 L. 카르리비(재임 1890~94)하에 사회주의자 진압법의 폐지, 노동자 보호입법의 확충과 농업관세의 인하 등 공업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여 정책의 수정이 약간 이루어졌다. 그러나 다음의 재무장관인 S. 호엔로에(재임 1894~1900) 시기에는 황제가 다시 탄압입법을 제안하는 등 정부와 그 정책에 일관성이 없게 되자 다시 의회주의와 프로이센 연방의회의 3급 선거법개정안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져서 지배층의 위기감을 심화 시켰다. 황제와 제국 재상 B. 뷜로(재임 1900~09)는 이 동요를 진정시키고, 지배층의 결집을 기도하기 위해 농업관세의 재인상과 중공업에 이익이 되는 대함대(大艦隊)의 건조를 추진하는 한편 팽창주의적 세계정책의 전개로써 국민의 통합을 도모했다. 그러나 증대되는 군사비의 부담을 에워싸고 지배층의 내부에도 대립이 생겨 제국 재상 베트만 홀베크(재임 1909~17)는 이 대립의 타개를 위해 부심했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좌우에서 비판을 받게 되었다. 제 1 차 세계대전 전야의 독일제국의 내정에서의 최대 문제는 독일사회민주당의 약진이었는데, 이 당은 1912년의 총선거에서 제국의회의 제 1 당이 되었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를 취하는 반체제정당의 내부에서는 20세기에 들어서자 개혁주의와 수정주의가 강화되어 변질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빌헬름시대에 독일제국 외교의 방향을 설정한 것은 <세계정책(Weltpolitik)>이었다. 정부는 동아시아나 중동에서 적극적 팽창정책을 전개하는 한편 그 방법으로서 대해군의 건설(건함경쟁)과 육군의 증강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것은 영국과 프랑스·러시아 등 제국주의 열강과의 마찰을 증대 시켜 1904년 영―프협상, 1907년 영―러협상이 성립, 독일의 고립이 분명해졌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2번의 모로코사건을 야기시켰지만, 반대로 영―프의 결속을 강화하는 결과로 끝났다. 이와 같은 내외 상황 속에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1914년 8월 독일은 제 1 차 세계대전에 돌입했다. 개전과 동시에 한때 사회민주당도 포함하여 거국일치체제가 되었지만,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다시 대립이 격화되었다. 이 곤경을 벗어나기 위해 1917년 이후 군부 독재체제가 취해졌지만, 1918년 가을에 패전이 결정적인 것이 되자 11월에 혁명이 일어나 제국주의 체제는 붕괴했다. [경제와 사회의 발전] 독일제국에서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은 정치의 정체(停滯)와 경제 및 사회에서의 눈부신 발전이 두드러진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공업에 있으며, 독일공업은 1870년대 초까지도 세계의 공장인 영국에 뒤떨어져 있었지만 그 후 급상승하여, 19세기 말에 중공업은 영국을 추월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화학·전기 등 새로운 공업분야에서는 처음부터 영국을 앞서고 있었다. 이리하여 은행업이나 무역에서는 영국에 미치지 못했지만 20세기 초에 독일공업은 미국을 뒤쫓고, 무역에서도 영국에 버금가는 세계 제 2 위의 자리를 차지했다. 이와 같은 공업발전과 함께 이 나라의 경제에서 농업:광공업:교통·상업·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870~1931년 사이에 총생산액이 각각 38:32:30에서 23:45:32로 바뀌었다. 같은 시기에 독일제국의 총인구는 약 4100만에서 6500만으로 증가했는데, 전취업인구 중에 차지하는 농업의 비율은 전체의 50%에서 35%, 광공업이 28%에서 36%, 상업·교통·서비스 부문의 종사자가 22%에서 30%로 변화하였다. 이것은 도시화(都市化)를 뜻하는 것으로써 주민 2000명 이상인 도시에 사는 인구가 1875년에 총인구수의 1/3 이하 였던 것이 1900년에는 1/2을 넘었다. 이 시대에는 농촌에서 도시로, 독일 국내에서는 엘베강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대량의 인구 이동이 일어나는 동시에 약 290만 명이 해외로 이주했다. 그러나 독일제국에서의 공업화에 의한 사회의 수평이동은 사회의 수직이동을 별로 수반하지 않았다. 즉 상류계급(귀족 융커·대자본가)과 중간층(관리·교사·샐러리맨·중소자본가·수공업자·농민)과 하층계급(노동자) 사이에 있는 계층간의 장벽을 쉽게 넘어설 수 없었다. 교육제도도 계층의 유지를 도와 의무교육인 초등교육은 보급하고 있었지만 중등교육 진학자는 전 취학아동 100명 중 3명, 대학 진학자는 1000명 중 1명에 불과했고, 노동자의 자녀 중에는 대학 진학자가 거의 없었다. 그리고 독일제국의 권위주의적 정치체제는 귀족의 우위를 유지하고 사회민주당을 차별·적대시하는 등, 계층간의 격차를 오히려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이런 상태에서 상류계급에 가담한 대자본가나 대학을 마친 지식인도 시민으로서의 자각이나 스스로의 가치체계를 키우기보다는 귀족에 동조하고 동화되는 경향이 강했다. 독일제국에서의 이러한 계층서열(階層序列)은 제국주의 체제가 공화국의 체제로 바뀐 바이마르시대에도 유지되어 결국 1930년대의 나치스 정권을 성립시키는 조건의 하나가 되었다. <이영범> 출전 : [한메디지탈세계대백과 밀레니엄], 한메소프트, 19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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