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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국] 2010. 성덕대왕 신종
 2010. 성덕대왕 신종 통일 신라(771, 혜공왕 7), 높이 333cm, 구경 227cm, 국립경주박물관소장, 국보 제29호. 신라 사람들은 종소리를 부처님의 소리로 생각했다. 지상에서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고자 깊은 정성을 기울였다. 성덕대왕 신종은 신라 경덕왕이 부왕인 성덕왕을 위하여 구리 12만근을 들여 주조하려다 완성을 보지 못한 것을 그 아들인 혜공왕이 부왕의 뜻을 이어 771년 완성한 것이다. 장중하면 맑기 어렵고, 맑으면 장중하기 힘든데 에밀레종의 소리는 '엄청나게 큰 소리이면서 이슬처럼 영롱하고 맑다'. 또한 형체에 있어서도 장중하면서도 유려한 형체감을 지니고 있다. 3공화국 시절 한진그룹에서 종을 복제한 뒤 종에, '박정희 대통령의 만수무강을 빕니다. 한진그룹 000 올림'이라는 명문만을 바꾸어 종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다 만든 뒤에 걸어보니 옆으로 찌그러지고, 타종을 해보니 깡통치는 소리가 났다고 한다. 그 원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현대의 기술로 만든 종은 두께가 고르지 못하고 기포가 많이 들어가 있음에 반해 천년전 신라인이 만든 종은 두께가 고를 뿐만 아니라 기포가 한점도 없었다고 한다. 더구나 봉덕사에 세워놓고 봉덕사의 산울림과의 조화를 위해서 종을 다 만든 후에 종 안을 보수한 흔적까지 보이는 완벽한 것이었다. 이렇게 맑고 장중한 소리를 지닌 종을 만들기 위해 신라인이 동원한 지혜는 놀랄만한 것이다. 청동을 27톤 이상 끓여서 종을 만들기 위해 어떤 거푸집을 사용했으며, 끓는 청동에서 생긴 버글거리는 거품을 어떻게 제거했겠는가는 아직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단지 아이를 넣었다는 전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사람몸의 인 성분으로 거품을 제거하지 않았을까 추측할 뿐이다. 만드는 방법도 훌륭했지만 이것을 타종하는 것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종을 아무 부분이나 쳐 보아서는 안되고 연화문 부분을 쳐야지 제대로 소리가 난다고 한다. 이를 공학자들은 야구에서 투수가 같은 구질의 공을 계속 던진다고 할 때 타자가 공을 치는 방망이의 위치가 정확해야 홈런이 나는 것에 비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지혜와 정성을 동원하여 종을 만든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종 표면에는 이렇게 씌여 있다. '무릇 심오한 진리는 가시적인 형상 이외의 것도 포함하나니 눈으로 보면서도 알지 못하며, 진리의 소리가 천지간에 진동하여도 그 메아리의 근본을 알지 못한다. 그런고로 (부처님께서는) 때와 사람에 따라 적절히 비유하여 진리를 알게 하듯이 신종을 달아 진리의 둥근소리를 듣게 하셨다.' 즉, 그들은 진리의 원음(圓音)을 내려고 하였던 것이다. 이 아름다운 종이 현대인의 마음까지도 울리고 있음은 다음의 일화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1975년 에밀레종을 새로 지은 경주박물관으로 옮기게 되었다(정양모, <이제야 털어놓는 에밀레종 옮길 때의 이야기>, 《한국인》 1985년 11월호). 에밀레종은 높이가 3.7미터, 무게가 22톤이다. 이것을 운반하기 위하여 포장을 하니 높이가 5미터, 무게가 30톤이 되었다. 이것을 트레일러에 올려 놓으니 또 높이가 6미터가 넘게 되고 트레일러 무게와 합쳐 50톤이 넘게 되었다. 구관에서 신관까지는 월성로를 따라가면 불과 2km이다. 그런데 그 중간에 다리가 하나 있는데, 이 다리는 50톤의 하중을 견딜 수가 없어, 하는 수 없이 돌아서 가야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주시내 전깃줄이 모두 걸리는 것이었다. 그래도 이 길을 택했다. 한국전력공사에서 동원되어 트레일러가 지날 때마다 전깃줄을 끊어주고 지나간 다음에는 곧 이어주고 하면서 시내를 관통하기로 한 것이다. 종을 달고 옮기는 의식은 정통 불교식으로 하였는데 정작 경주 시내에 도착하여 문제가 된 것은 당시 경주 시민의 대부분이 종이 지나가는 역광장으로 모여들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종을 운반하던 최순우선생은 시장에서 광목 10필을 사서 에밀레종에 세 가닥으로 매어 늘어뜨리고 시민들은 그것을 잡고 따라와 장대한 행렬이 벌어지게 되었다. 부처님의 진리를 소리로 나타내기 위해 종을 만들고 그 종이 놓여지는 봉덕사에서의 산울림까지를 고려하여 만들어진 이 종을 다른 곳에 옮겨 제 소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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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국] <특집> 불교 미술의 사회적 역할 |
 [남북국] 2000. 석굴암 금강역사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