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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국] <특집> 불교 미술의 사회적 역할
<특집> 불교 미술의 사회적 역할 통일 신라기의 불교사상을 대표하는 것으로 원효와 의상의 불교 사상을 들 수 있다. 원효는 대승, 소승의 불교 경전을 두루 섭렵하여 독자적인 사상 체계를 확립하였는데, 그의 사상은 화쟁의 논리로 대표된다. 화쟁(和諍)이란 진여와 무명이 둘이 아니며 극락과 지옥이 둘이 아니라는 모순과 대립을 하나의 체계속으로 묶어내는 것이었다. 이는 현실적으로 강력한 통합의 사상임과 동시에, 극락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신라 땅이 바로 극락이라는 자신감으로 당시에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또한 의상의 화엄사상에 따르면 모든 사물은 현상적으로 차별이 있으나 그 본질은 다 진리를 내표하고 있어서 불법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걸림이 없이 조화되고 통한다고 보고 있다. 걸국 원효와 의상의 불교사상은 인간의 인식에 있어서 일면의 진보를 보이고 있으나, 이는 진골귀족을 중심으로 한 사회 사상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이러한 사상이 등장하는 사회적 배경은 통일 이후의 신라사회의 모습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고 전쟁이 끝나자 백성들은 무기를 녹여 농기구를 만들어 전쟁으로 황폐해진 땅을 개간하고, 제방을 쌓는 등 농업 생산력은 더욱 향상되었다. 그러나 전국토에서 이루어진 경제적 풍요는 대부분 경주의 귀족들에게 집중되었다. 신라 귀족들은 이렇게 부와 권력을 장악하면서 자신들의 존재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상향인 불국토는 바로 자기들이 살고 있는 신라에서도 건설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신라땅에 불국토를 이룩한다고 할 때 현실적으로 부처가 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진골 귀족이 되게 된다. 8세기 중엽 석굴암으로 대표되는 통일 신라 불상의 형식적 완벽성은 곧 중앙 귀족의 이상미를 대변하는 것이다. 석굴암 불상의 근엄한 자세와 원만한 인상은 인간(귀족)과 부처의 절묘한 합일을 보여주는 조화로운 이상미의 극치인 것이다. 그것은 경주를 중심으로 한 당시 중앙 귀족들이 지녔을 현실에 대한 긍정과 자신들의 신분적 존엄성의 정당화이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배경과 아울러 불교의 윤회사상이 현실의 신분질서를 옹호하는 속에서 불교는 더욱 전파되고 이를 위해 불교미술품들이 만들어졌다. 이는 불국사와 석굴암의 축조에 얽힌 김대성 설화, 에밀레종 설화, 무영탑 설화 등을 통하여 잘 알 수 있다. 삼국유사를 읽어 보면 김대성은 현생에서는 최고의 귀족이었지만 전생에는 노예와 다름없는 용작농민(傭作農民)이었다.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노동에 시달리면서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던 김대성은 어느날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서, 옆집의 귀족이 승려에게 시주하는 모습을 보고 불현듯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즉, 자기가 이렇게 힘든 노동에 시달리면서 고통을 겪어야 하는 것은 전생에 시주를 하지 않은 결과로서, 자업자득이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시주하고 어느날 갑자기 죽었는데, 그 이후 신라의 최고의 귀족으로 태어나게 되었다. 이것은 불교의 윤회사상과 관련된 이야기인데, 이러한 인과응보의 윤회사상은 신분구조하의 수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백성들에게, 현실의 신분질서나 고통은 인과응보에 의해 자신이 전생에서 행한 것에 대한 결과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였던 것이다. 또한 백성들은 김대성의 설화를 들으면서 자기들도 현생에서 착하게 살고 열심히 시주를 하면 내세에서는 잘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현실의 고통을 싸워서 극복하려고 하기보다는 참고 견디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는 신라의 귀족이 바라는 바였다. 결국, 불교의 중요한 역할의 하나는 백성들로 하여금 자기들의 처참한 처지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귀족 중심의 사회를 계속 유지시키는 것이었다. 결국 석굴암 본존불의 근엄하고 우아한 미소는 또 다른 면에서는 중생, 즉 피지배 민중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으며, 김씨 왕족들의 신라 왕실의 영원 무궁함을 기원하는 의미로 문무왕의 해중릉을 바라보고 있다. 아름다운 문화를 잉태하게 하였던 신라불교의 뒷면에는 민중의 피와 땀이 스며있으면서도 스스로 자각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시주를 할 수 없었던 가난한 백성이 자식을 시주하여 에밀레종에 녹아 들어가게 하여, 그 종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종소리를 어머니를 부르는 처절한 어린아이의 울부짖는 소리로 들었다는 것은 국가적인 불교 행사에 대한 백성들의 고통과 원한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불국사 역사에 동원된 남편을 기다리다 죽은 아사녀의 슬픈 이야기는 당시 민중의 삶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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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국] 2020. 보은 법주사 쌍사자 석등 |
 [남북국] 2010. 성덕대왕 신종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