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2850.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
고려 12세기 중엽, 42cm, 국보 제68호, 서울 간송미술관.
청자로 가장 많이 만들어진 것이 매병,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 우리 나라의 독특한 청자라고 하면 상감 청자, 그 중 가장 상징적인 것 하나만 꼽는다면 별 망설임 없이 꼽아지는 거의 독보적인 작품이다.
이것도 본래는 뚜껑이 있었을 것이다. 당당하면서도 지나치게 권위적인 중국 매병과는 다른, 유려한 곡선미와 안정감 그리고 균형감을 지녔다. 학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공예 의장화한 구름무늬로 장식되어 있다. 학을 잘 보면, 원 안의 것과 바깥 것의 진행 방향이 다르다. 시선을 이처럼 아래위로 다르게 표현함으로써 도자기의 표면이라는 제약을 넘어 사방으로 공간이 확대되는 느낌, 동감, 자유로움 등이 추구되었고, 그것은 훌륭히 달성되었다.
신록의 숲을 날아올라 티없는 비색의 창공을 자유로이 마치 구름처럼 나는 학, 불교의 선적 세계, 무와 정적의 세계로... 그러한 꿈이 담겨 있다면, 그렇다면 누구의 ? 도공의 꿈이 전혀 아니었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통틀어 고려인), 그것의 수요자(귀족)의 꿈이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문신 귀족? 무신? 여기서는 순청자를 문벌 귀족적인, 상감청자를 무신적인 문화물로 보는 견해를 채택했으나 학계의 확고한 중론은 아니다. 어찌됐든 대규모의 민중 항쟁기, 이들의 진압에 골머리를 앓았던 지배층은 이러한 골치아픈 현실의 세계를 떠나 무와 정적의 세계에 몰입하고 싶었을 터이고 이러한 염원이 반영된 문화물이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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