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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현대] 노동자 (민족)
노동자(勞動者)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받은 임금(賃金)으로 살아가는 사람. [개념] 이러한 개념 정의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일정조건 아래에서 일하는 특정한 사람들만을 지칭한다. 그러므로 노동자는 단순히 노동하는 사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즉, 옛날의 노예나 오늘날의 농민이나 모두 노동하는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노동자라고 하지는 않는다. 인류역사는 기본적으로 인간노동을 기반으로 전개되므로, 만일 노동하는 사람을 가리켜 노동자라고 한다면 노동자의 출현은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일반적으로 노동자라고 할 때에는 단순히 노동하는 모든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자본주의라는 특정한 역사·사회구조가 만들어낸 임금노동자를 의미한다. [임금노동의 특징] 임금노동의 특징은 무엇보다 임금노동자의 자유와 노동력의 상품화에 있다. 흔히 임금노동자를 두 가지 의미에서 자유로운 존재라고 규정하는데, 하나는 노동자가 신분적 종속관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자가 자기의 생산수단을 갖지 못하고 일체의 생산수단으로부터 자유롭게 되어, 결국 자신의 노동력을 파는 것 이외에는 생활할 수 있는 다른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뜻에서이다. 따라서 임금은 노동자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문제는 임금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노동자의 내부구성이 달라진다는 데 있다. 예컨대 우리 나라의 〈근로기준법〉에서는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상으로 근로자에게 임금·봉급(俸給) 및 기타 여하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임금에 대한 해석은 임금을 넓은 의미에서 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는 임금이라는 용어를 급료·급여 또는 봉급이라는 용어와 구분하여 좁은 의미에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 두 종류의 용어 사이에는 신분제적 제약을 전제로 한 차별이 존재한다. 즉, 과거에 임금이라는 용어는 신분이 낮은 사람이 육체노동을 하여 직접생산에 종사하는 경우에 지급받는 시간급 또는 성과급을 의미하였고, 반면에 봉급·급여·급료 등의 용어는 비교적 신분이 높은 사람이 정신노동이나 관리사무에 종사함으로써 받는 월급 또는 연봉의 형태를 의미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차별적인 용어 사용은 현재에도 여전히 불식되지 않은 채 통용되고 있다. 우리 나라 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임금은 노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지불되는 비용으로, 그리고 봉급은 사무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지불되는 비용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렇게 좁은 의미에서 임금을 해석하는 입장에서 볼 때,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에 의하여 상품을 만들어내는 사람들로만 구성된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근로기준법〉에서의 정의와 같이 임금을 폭넓은 의미에서 해석하게 되면, 직접생산에 종사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무직·관리직·전문직·기술직 및 유통·서비스직 등에 종사하는 모든 임금취득자가 노동자층에 포함될 수 있다.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비생산적 노동자들로 일컬어지고 있지만, 그들도 생산적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임금을 취득하고 그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노동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기원·역사] 임금노동의 창출은 그 사회에 자본주의가 발전하였느냐에 따라 판단되며, 또한 거꾸로 자본주의의 발전은 임금노동이 창출되었느냐에 따라 판단되기도 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 자급자족적 자연경제가 무너지고 자본주의경제가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인가 하는 문제는 아직도 논쟁의 여지가 많은 과제로 남아 있다. 따라서 우리 나라의 임금노동이 언제부터 창출되었으며, 또한 그것이 얼마나 자본주의적인 성격에 부합하는 것인가 하는 것을 명확히 규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학자에 따라서는 우리 사회에서 근대적 임금노동자의 기원을 18, 19세기 무렵의 전자본주의적 생산체계내에 존재하였던 농업의 고공(雇工：머슴)과 임용사공(賃用私工), 광업의 용인(傭人) 및 수공업의 모작배(募作輩) 등에서 찾기도 한다. 이처럼 근대적 임금노동의 기원을 조선 말기에서 찾는 이유는 첫째, 이때에 이르면 전반적인 상품화폐경제의 발달로 시장이 확대되면서 상인의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게 되었고, 그러한 상업의 발달로 상인들은 일정한 자본을 축적할 수 있게 되면서, 차츰 그들의 관심을 상호경쟁으로 이윤을 감소시키는 유통 부문보다는 생산 부문, 즉 농업·수공업·광업 부문에 돌려 직접생산자들을 그들의 자본 아래에 예속시켜 가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 이 시기에 이르면 농업생산력의 발전과 광작(廣作：농사를 많이 짓는 것)의 확대로 인하여 농민분화가 급속히 이루어지게 되고 그로 인하여 영세빈농과 이농민이 창출되며, 또한 봉건적 재정위기로 인하여 농민수탈이 가속화되면서 토지를 이탈하는 유랑민 등 수많은 이농민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생산수단으로부터 분리되었기 때문에 자신의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고, 따라서 농촌이나 수공업장에 고공의 형태로 고용되거나 광산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그 당시 수공업이나 광업·상업자본의 진출로 인하여 관영에서 점차 사영화(私營化)되어 물주제(物主制) 혹은 덕대제(德大制)라는 일종의 선대제(先貸制) 생산을 성립시켰다. 당시에 이르면 적어도 형식적으로나마 근대적인 자본과 임금노동관계가 성립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하게 된다. 비록 고공이나 임용사공은 근대적 자본가에 의하여 고용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며, 임금을 유일한 생활원천으로 삼고 있지 않았을 뿐더러, 일정한 장소에서 집단적이며 지속적으로 일하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적 임금노동자와는 구별되지만, 임금노동으로 바뀔 수 있는 싹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광점(鑛店：광물을 파내기 위해 판 구덩이)에서 일하는 용인의 경우도 과연 얼마나 순수한 임금노동자로 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문제가 되지만, 그 당시 사회에서는 언제라도 임금노동자로 바뀔 수 있는 근대적 임금노동의 씨앗이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맹아적(萌芽的)인 형태는 내재적인 생산력 발전에 의하여 자생적으로 계승, 발전되지 못하고 외세의 침략에 의하여 성장하게 된다. 두 가지 의미에서 자유로운 임금노동자의 출현은 1876년의 수호조약 이후 일본인 기업가와 노동자가 우리 나라에 진출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임금노동자가 맨 먼저 가장 광범위하게 형성된 분야는 광산노동과 부두노동의 분야이며, 공장노동자의 성장은 비교적 뒤늦게 이루어졌다. 이 점은 서구 자본주의국가의 임금노동이 주로 제조업분야에서 먼저 형성된 것과 비교하여 매우 다른 양상을 나타낸다. 특히 개항과 더불어 성장한 부두노동자들은 이미 자기 소유의 생산수단을 완전히 잃은 자들이었으며, 대부분 자본가인 화주(貨主)들로부터 받은 임금만으로 생활을 유지하여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 광산노동자나 수공업노동자에 비해 완전한 형태의 임금노동자였다. 민족항일기 이후 임금노동자의 동태는 현저하게 달라졌다. 부두노동자를 비롯한 자유노동자들이 급증하면서 점차 공업노동자의 수도 늘어났다. 공업노동자가 대량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1910년의 경술국치를 계기로 일제가 우리 나라를 그들의 식량 및 원료공급지·상품판매시장 및 유휴자본의 투하시장으로 삼았던 때부터라고 하겠다. 일제는 1920년 4월 〈회사령〉을 철폐하기 이전의 시기에는 일본의 상품판매와 식량 및 광산물의 약탈에만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도 약간의 가공업은 불가피하였으므로, 식민지적 산업체제 아래에서나마 공업노동자층이 점차 형성되게 되었다. 당시 임금노동자의 주요 공급원천은 몰락농민이었다. 1912년의 〈토지조사령〉 발표로 시작되는, 이른바 토지조사사업은 농촌의 토지소유관계를 급격하게 변화시켜 많은 농민이 토지를 잃고 이농하였으며, 그나마 소작농의 형태로 농촌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도 약탈적인 고율소작료 때문에 기본적 생계를 꾸려나가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 결과 모든 경작지의 절반 이상이 총농가 호수의 4％도 채 못 되는 지주의 손에 들어갔으며, 농촌의 계급구성은 총농가의 40∼50％가 소작농, 약 30％ 정도가 자작 겸 소작농이고, 자작농은 기껏 20％ 내외로 재편되었다. 그에 더하여 제1차세계대전 이후 불어닥쳤던 농업공황과 가뭄·풍수해 등의 재해는 농민의 생활을 더욱더 비참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파산당하고 몰락한 농민들은 결국 농업노동자로 전락하거나, 이농하여 도시의 임금노동자로 전전하였던 것이다. 그 밖에 임금노동자의 공급원천은 봉건적인 경제질서의 와해로 창출된 실업군이었다. 즉, 조선 말기까지 지배적이었던 수공업이 일본자본의 진출에 의한 공장제 공업에 밀려나 그에 압도됨으로써 1920년대에 다량의 실업자가 발생하게 되었다. 더욱이 봉건적 토지소유제도가 해체되고 일본의 식민지권력에 의한 식민지 기생지주제가 성립되면서, 농가경영의 영세화로 농촌과잉노동력이 크게 늘어났는데, 그들 또한 생계보충수단을 획득하기 위하여 농한기 등 계절주기에 따라 농업 이외의 토건 및 광산노동에 종사하기도 하였다. 결국 그들은 자본의 필요에 따라 흡수, 배출되는 상대적 과잉인구로서의 구실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생긴 과잉노동력은 일제의 식민지산업통제에 의한 공업이 발달하지 않아 공업 부문에 적절히 흡수될 수가 없었다. 따라서 그들은 열악한 노동조건 아래에서 ‘기아임금’을 강요당하면서 생산에 종사하였다. 더구나 노동입법이 없고 노동운동이 가혹하게 탄압받았던 당시의 상황에서 임금노동자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는 고난에 찬 생활을 해야 하였다. 더욱이 농민층의 양극분해, 즉 농업 내부에서의 자본제적 경영분해를 통한 자본과 임노동관계의 확립이 구조적으로 제한돼 있어, 노동자계급의 형성은 농업 외부에서 식민지이식형 자본주의의 발전에 의하여 진행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임금노동자의 구성을 보면, 1911∼1919년 사이에 공장노동자의 수는 1만4575명으로부터 4만8700명으로 약 4배가 증가하였고, 1920년대에 들어서는 더욱 증가하여 1928년 국내의 전체노동자의 수가 118만5004명에 이르렀는데, 그 가운데 공장노동자의 수는 8만7864명, 광산노동자의 수는 2만8724명이었다. 즉, 당시에는 공장노동자는 매우 적은 반면 자유노동자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음을 알 수 있다. 1930년대 이후 일본독점자본의 침입과 군수산업을 위주로 하는 공업화정책에 따라 비록 파행적이기는 하나 공업은 양적으로 급성장하였다. 그에 따라 1936년의 경우 공장노동자의 수는 18만8250명, 광산노동자의 수는 13만9934명으로 증가되었고, 노동자의 총수는 약 150만 명 정도에 달하게 된다. 그 뒤 1930년대와 1940년대에는 일제가 우리 나라를 대륙병참기지로 사용하기 위하여 공업화정책을 본격적으로 실시함에 따라 광공업이 급속한 팽창을 가져오게 되었으며, 그 부문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수도 현격히 증대되었다. 1943년 광업노동자의 수는 27만3863명, 공장노동자는 54만9751명에 이르렀으며, 광공업 이외에 종사하는 노동자도 크게 증가하여 노동자 총수가 대략 200만 명을 초과하였다. 이처럼 식민지 시대에서의 노동자계급은 전체적인 산업구조의 기형적 불균형과 제약성에도 불구하고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그러나 당시의 노동자계급은 식민지자본주의 아래에서의 착취와 민족적 차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모순적인 구조하에서 수탈과 착취를 가장 첨예하고 집중적으로 강요받는 존재였다. 우리 나라 노동자계급의 성립기반은 영세소농 및 도시실업자의 형태로 존재하던 농촌 및 도시 과잉 인구였다. 대개의 경우, 그들은 ‘반농반노’의 형태로 광산 및 토목·건설업에 취업하거나, 비숙련노동의 현실적인 공급원이 됨으로써, 노동자계급의 실질임금을 낮추는 구실을 하였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만성적인 저임금구조 속에서 시달렸다. 또한 대다수의 일본인 노동자가 근대과학적인 지식과 기술을 요구하는 숙련직에 종사하고 있었던 반면, 한국인 노동자는 대개 부차적·노동집약적 미숙련노동에 종사하였으므로, 한국인 노동자의 저임금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한편 식민지 아래의 노동자들은 높은 이동률을 보이고 있는데, 그것은 계절적 주기에 따른 반농반노적 노동형태, 여성의 출가형노동, 열악한 노동조건 및 장시간 노동에 따른 높은 노동강도 등에서 비롯한 것이다. 높은 이동률은 노동자의 정착적 노동자로서의 성격을 약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중의 의미에서 자유로운 근대적 노동자계급의 성장이 더욱 제약될 수밖에 없었다. 광복 이후에는 미군정당국의 무분별한 경제정책 및 6·25전쟁에 의한 인적·물적 피해 등으로 말미암아 공업생산이 급격히 위축되었고, 그에 따라 노동자계급의 양적 성장이 일시적으로 둔화되었다. 일반적으로 노동에 대한 수요는 자본에 의해서 결정된다. 따라서 자본의 축적 정도와 그 성격은 노동의 수요형태를 결정하는 1차적 요인이라 하겠다. 그런데 광공업이나 발전소 등의 기본적인 산업자원이 북한에 편재되어 있는 지리적 조건 아래에서, 그나마 남아 있던 남한의 주요 산업시설도 6·25전쟁으로 완전히 파괴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나라가 선진제국처럼 자본축적에 불가결한 식민지를 소유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이와 같이 산업자본의 원천적인 결핍상태에서 유발되는 자본압박은 기업의 영세화는 물론 기업경영의 비합리화를 초래하게 되어, 소규모기업 특유의 노동문제인 저임금, 열악한 작업환경, 일종의 신분관계 또는 윤리관계 등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후진적 고용관계의 악습, 열등한 노조조직 등의 문제를 조장함으로써 당시의 산업노동자의 생활상은 민족항일기의 상황과 비교할 때 크게 달라진 바가 없었다. 그 당시 산업노동자의 주축은 전쟁과 재난으로 생활터전을 잃거나, 피폐된 농촌경제의 압박상황을 더 이상 이겨낼 수가 없어서 새로운 생존수단을 찾아 농촌을 등지고 막연히 도시로 몰려들었던 사람들이다. 그리하여 사용자는 그러한 초과잉상태의 노동력을 싼 값에, 마음대로 고용할 수 있었다. 그와 같은 1950년대를 거쳐 1960년대 이후 가속화된 농민층의 분해에 따른 이농의 증가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친 경제개발계획으로 대표되는 수출산업 중심의 경제발전의 전개과정 속에서 임금노동자는 급격한 양적 증대와 질적 구성의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다. [내부구성] 1960년 이후 우리 나라 전체 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노동자의 비중은 1960년의 31.7％에서 1980년 45.7％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우리 사회가 그 동안 경험한 급격한 자본주의적 발전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한편 산업구조는 1960년대에서 1980년을 거쳐 1996년에 이르는 동안, 1차산업이 58.3％에서 35.2％를 거쳐, 11.6％로, 2차산업이 11.2％에서 34.0％를 거쳐 22.6％로, 그리고 3차산업이 20.5％에서 30.8％를 거쳐 65.8％로 급격히 변화하였다. 이는 우리 사회의 생산관계가 차츰 제조업 중심의 자본과 임노동관계로 포섭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 밖에도 가치 및 소재 보전에 있어서 높은 수출입의존도는 무역과 관련된 부문의 성장을 크게 촉진시켜 ‘기업의 업무수행에 종사하는, 그리고 국가금융 부문에 고용된 사무노동자’ 및 ‘상품의 운송·판매를 담당하는 노동자’의 증가를 가져오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농어업노동자의 수는 크게 줄어든 반면, 사무노동자와 산업노동자의 양적 성장에 힘입어 비농업 부문 노동자의 수는 4배나 증가하였다. 수출산업 중심의 급격한 공업화가 한편으로는 산업노동자를, 다른 한편으로는 수출업무와 관련된 사무노동자의 급속한 증대를 가져온 것이다. 이처럼 임금노동의 내부구성이 달라지는 이유는 그것이 자본주의적 생산의 발전과정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즉, 초기자본주의 단계에는 자본가가 동시에 사무노동이나 관리노동을 담당하기도 했지만, 독점자본주의 단계로 접어들면서 기업규모가 커지고 그 영역이 확대됨으로써 사무·관리·기술·유통·서비스 노동의 비중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무노동자의 비중이 증가하는 것은 생산력이 발전하면서 분업과 협업이 확대되어 결과적으로 생산노동에 직접 간접으로 연결된 노동영역, 즉 상업노동·관리노동 등의 비중이 증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사무노동자의 경우, 경리원·출납원과 같은 단순사무직에서 여성의 비율이 높을 뿐 아니라 구성비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사무노동자의 이와 같은 여성화와 단순화는 사무노동자수의 급속한 증가와 더불어 사무노동의 가치저하, 이에 따른 생산적 노동자와의 격차 축소를 간접적으로 반영한다. 산업노동자의 경우, 그 성장을 주도해 온 것은 역시 공장노동자층이었다. 그들은 자본주의적 생산력 발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집단으로, 노동집약적 공업화의 과정에서 그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한편, 유통판매·서비스 노동자의 비율은 1986년 50.5％에서 1996년 65.8％로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을 볼 때, 현재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생활양상] 광복 이후 1960년대까지의 산업노동자는 열악한 노동조건, 비합리적인 노사관계, 빈곤, 사회적 배척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킬 수 없는 고된 생활을 감내해야 하였다. 특히 고용구조면에서 볼 때, 넘쳐흐르는 산업예비군의 존재와 전근대적인 전통적 의식구조는 고용이 합리적인 기준에 의하여 이루어지지 못하게 하고, 혈연·지연 등의 우연적인 요인과 혼동되게 하였다. 채용이 주로 연고주의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계를 가족주의적인 감정이 지배하는 제1차 집단의 비합리적 행동원리로 묶어 놓는 하나의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왜냐하면 사용자와의 연고관계로 채용된 노동자들은 대등관계가 아닌 가부장적 종속관계하에서 사용자의 명령이 부당하다 하여도 그것에 맹종해야 하였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산업자본의 영세성은 그러한 기업경영의 비합리화를 더욱 조장하여 저임금, 열악한 작업환경, 열등한 노조조직 등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일으켰던 것이다. 이상과 같은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어려운 위치를 개선시키려는 사회의식을 발전시키지 못하였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노동력 과잉공급의 상황 속에서 노동자들은 개인적 이해관계 때문에 자기들끼리 경쟁하게 됨으로써, 적정임금을 유지하기 위해서 또는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해서 노력할 수가 없었다. ② 산업노동자의 의식수준이 일반적으로 낮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전쟁이나 재난 또는 피폐된 농촌경제라는 주로 제도 외적인 요인 때문에 막연하게 살길을 찾아 도시로 몰려들었던 사람들이었으므로, ‘하루살이 노동자’라는 자신들의 처지를 주어진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③ 노동자들은 정부의 친경영자적·권위주의적 노동정책에 의하여 조직적으로 통제되었다. 특히 제3공화국은 우리 나라 상품의 국제경쟁력강화라는 경제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노동운동을 철저히 통제하였다. 위와 같은 산업노동자의 사회적 상황은 1960년대에 실시된 제1·2차경제개발 5개년계획의 성공과 그 이후에 지속된 고도성장으로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상당히 개선되었다. 그러나 정부가 여전히 선건설(先建設) 후분배(後分配)의 경제성장정책을 강력하게 밀고나갔기 때문에 공업노동자들의 생활환경은 본질적인 탈바꿈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근로조건에 있어 다음과 같은, 그 해결이 시급히 요망되는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① 임금문제 우리 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저임금의 전통이 가장 강력하게 지속되는 나라들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평가는 선진공업국들의 자본을 국내로 끌어들이는 흡인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반대로 공업노동자들에게는 대개 단순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임금수준으로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최저생계비의 60∼65％에 불과한 극단적 저임금상태에서 노동자들이 경제적으로 적응하는 길은 ‘소득활동의 극대화’ 또는 ‘극도의 내핍생활’뿐이다. 그래서 생계비를 벌기 위하여 특근, 시간외 근무, 철야 등의 연장노동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② 작업시간 노동자들의 법정노동시간이 1주 48시간을 초과하는 것은 물론, 서구공업국과 비교할 때, 10시간 이상의 초과노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은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1주에 48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다만 당사자간의 합의에 의하여 1주일에 12시간 한도로 연장 근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어, 1주 48시간의 기본원칙을 무시하고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실제로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8시간 노동’보다 2시간이 많은 10시간 노동이 기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생계유지를 위한 연장근무가 더해지고 있어, 사실상 노동자는 오랜 시간 동안 노동에 시달려야 한다. 저임금하에서 연장근무가 생계유지에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그러한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③ 산업재해보상 이 제도는 업무수행중 불의의 재해를 당한 근로자를 도와주기 위한 보험제도인데, 아직도 많은 문제점을 개선과제로 가지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재해자의 수가 계속 증가추세에 있고, 선진국들에 비하여 5∼10배가 넘는 높은 재해율 때문에, 노동자들의 신체 및 재산상의 피해는 물론 기업과 국가에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는 점이다. ④ 실업과 고용불안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 나라의 실업문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실제로 1986년도 실업률이 3.8％를 보인 이래, 1996년까지 2％대를 유지하였고, 저임금 업종의 경우, 구인난을 겪을 정도로 실업률이 낮았다. 그렇지만 최근의 경기침체와 이로 인한 기업간 구조조정 등으로 인하여 다수의 노동자들이 직장을 잃을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서 고용불안 문제가 급격히 대두되고 있다. 경제불황으로 인해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임시직 및 계약직 시간제 노동자들의 비율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이와 아울러 근로자 해고 및 근로자 파견제 등이 합법화됨에 따라 고용 안정성은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그 밖에 부(富)가 소수인에 의하여 독점 또는 편중되는 현상이 두드러짐에 따라 노동자들은 이른바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심리적 갈등과 좌절에 처하여 있다. 고도 산업사회의 실현을 위하여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계층은 노동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들에게도 성장의 열매가 정당하게 배분될 수 있는 노동복지 정책의 확립이 시급한 단계에 이르렀다. ≪참고문헌≫ 한국노동문제의 구조(김윤환 외, 광민사, 1978), 韓國勞動運動史(金潤煥·金洛中, 一潮閣, 1980), 韓國勞動運動史-解放後篇-(金洛中, 靑史, 1982), 비판과 변동의 사회학(김진균, 한울, 1983), 勞動者運動과 産業民主主義(韓國基督敎社會問題硏究院, 民衆社, 1983), 産業社會學(沈允宗, 經文社, 1984), 노동문제(金錦守·金泳謨 編, 現代社會問題論, 韓國福祉政策硏究所, 1981). 전환기 한국의 사회문제(한완상·권태환 편, 민음사, 1997), 한국통계연감 44(통계청, 1997). <심윤종> 출전 : [디지털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동방미디어, 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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