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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대중사회 (브리)
대중사회 大衆社會 mass society 봉건적·농업적·부족적 사회와 구별되는 현대산업사회의 특징들을 나타내기 위해 대중사회론자들이 사용하는 용어. 그들에 따르면 대중사회란 가장 핵심적인 사회제도들이 집중화되어 있고, 관료적이며 비인격적인 사회이다.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피상적이고 편파적이며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이런 사회에서 개인들은 고독하고 불안을 느끼며 불안정한 경향이 있고 공동체 의식을 찾고자 애쓴다. 대중사회 사상의 발전 '대중'의 개념은 프랑스 혁명에 앞서 유럽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투쟁과정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귀족들의 반(反)부르주아적 수사(修辭)였던 것이 부르주아의 승리와 더불어 하층사회를 가리키는 말로 변형되었다. 콩도르세나 제러미 벤담 같은 급진적인 실용주의자들의 글 속에는 대중에 대한 행복한 확신이 들어 있다. 그러나 19세기에 대중이라는 용어는 도시산업노동자나 불만에 찬 하층계급들을 가리키는 경멸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 사회적·문화적·정치적 평등에 대한 이들 '대중'의 요구는 안정된 부르주아 사회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었다. 알렉시 드 토크빌이나 존 스튜어트 밀의 저작 속에 표현된 대중에 대한 공포는 콩도르세나 벤담이 지녔던 확신으로부터의 후퇴를 의미했다. 19세기 자유주의는 대중에 대한 두려움과 자각이 공존하는 위축과 향수의 철학이었다. 카를 마르크스는 산업생산에 참여하지만 생산도구의 소유 또는 통제로부터 배제된 계층, 곧 프롤레타리아트에 대중개념을 적용함으로써 사회적 분화를 강조했다. 대중사회 이론은 19세기 자유주의와의 연관 외에 낭만주의에도 기초를 두고 있다. 낭만주의에는 자유로운 개인에 대한 찬미와 국가적·지역적·민속적 공동체에 대한 찬미라는 2가지 큰 줄기가 공존하고 있다. 사회학적 낭만주의는 게마인샤프트(Gemeinschaft), 곧 전통적 공동체를 이상화하고, 전통사회로부터 벗어나 도시라는 비인격적이고 추상적인 사회에 놓이게 된 개인의 불행을 강조하면서 19세기 사상의 여러 요소들을 결합시켰다. 이 주제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초 페르디난트 퇴니에스, 헨리 메인 경, 게오르크 짐멜, 에밀 뒤르켐, 막스 베버 같은 사회과학자들이 전통사회로부터 근대산업사회로의 이행을 설명하려는 시도를 통해 심화되었다. 이들은 모두 '사회적 탈조직화', 1차집단의 와해, 가족·지역공동체·종교와 같은 전통적인 사회적 유대의 파괴, 대규모 산업사회의 발생, 도시의 인구집중 등에 주목했다. 또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동질적인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발전하는 역사의 필연적 발전을 가정했다. 민주주의, 정치 이데올로기, 문화 대중 및 대중사회 개념에 대한 출발점은 평등과 민주화의 전망이었다. 프랑스 혁명과 영국의 산업혁명 이래 수십 년 간 사회과학자들은 민주주의와 산업생산물들 속에 사회질서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민주주의의 전망은 더이상 설득력이 없었다. '민주주의'는 광폭한 군중이라는 인상을 그려냈다. 엘브리지 게리 같은 사람은 민주주의를 "모든 정치적 해악 중에서 최악의 것"이라고 표현했다. 토크빌은 미국 민주주의에서 자유와 평등이라는 프랑스 혁명의 2가지 목표가 양립할 수 없음을 통찰했다. 그는 평등주의적 사회의 인간들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여 더 우월한 인간과 계급에 대한 기대 대신에 오직 전체로서의 공중과 그 체현으로서의 국민국가만을 믿게 된다고 보았다. 토크빌의 논지에서 계급은 대중 개념으로 바뀌었으며 개인들은 다수의 견해에 자신의 견해를 기꺼이 종속시키게 된 존재로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견해는 정치적·사회적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문화면에서도 현대 대중사회에 관한 사고를 지배하고 있다. 개인이 현대 대중사회론의 관심 대상이 될 때는 원자화된 개인으로 구성된 사회가 다수의 폭정이나 전체주의 정부에 대한 복종을 야기할 것이라는 의혹이 존재한다. 대중사회 내 사회적·문화적 엘리트들의 불안정한 지위가 고려될 때는 문화적 타락이 그 위협으로 간주된다. 카를 만하임이나 T.S. 엘리엇 등은 강한 문화적 전통의 보존은 그것을 산출하는 배타적인 소규모 계층이 지속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크빌이 평등에 대한 논리적인 추론 가운데 다수에 대한 공포를 논한 데 반해 다른 사람들은 '대중'의 낮은 질과 범죄성향으로부터 논의를 이끌어갔다. 최근의 학자들은 소요나 폭동에 참여하여 권력층에 공포와 적대감을 불러일으킨 사람들은 정작 범죄자나 부랑자, 하층 도시빈민이 아니라 꽤 온건한 직공, 하인, 노동자 또는 출신지역에도 문제가 없고 직업도 안정된 사람들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19세기 자유주의자들은 때때로 노동자와 범죄자란 하나이며 똑같다고 믿었으며, 신뢰할 수 없는 도시 대중들보다는 중산층에게 유리한 정치적·경제적 개혁에 지지를 보냈다. 19세기초에는 실제적인 사회구조의 변화보다 이데올로기적 갈등이 훨씬 더 중요하게 취급되었던 점을 유념해야 한다. 독일·프랑스·미국 등은 영국보다 산업화 수준이 뒤떨어져 있었지만 영국이 겪었던 것과 똑같은 폭동을 거의 동시에 경험해야 했다. 따라서 대중과 대중사회 이념에서 핵심적인 의미를 차지하는 것은 바로 평등과 민주주의의 전망이었다. 대중사회의 형성과 산업혁명 19세기초부터 일어난 급격한 사회변동은 개인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제도를 크게 변화시켰다. 농업사회에서 노동은 가족이라는 경제적·사회적 단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상업과 제조업이 경제의 중심이 되면서 상황은 달라지게 되었다. 19~20세기에는 엄청난 농업생산성 증대와 제조업과 서비스업 부문의 잇따른 팽창의 결과로 농촌에서 도시로 인구가 대대적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산업화 과정을 밟고 있던 모든 국가에서 나타났다. 도시로의 이주와 타인을 위한 노동의 증대가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노동조직의 규모와 고용노동자의 수도 점점 더 커졌다. 소규모 회사는 주식회사로, 주식회사는 다시 카르텔이나 독점체로 발전했다. 어디에서나 가족을 비롯한 1차적 공동체 집단보다는 비인격적인 계약집단의 인간관계를 강조하는 관료제화 경향이 노골화되었다. 시인이나 소설가뿐만 아니라 사회학자들도 도시의 확산·빈곤·타락에 직면하여 개인들이 느끼는 무력감과 도시생활이 제공하는 자유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에 대처하려고 시도했다. 독일의 사회학자 G. 지멜은 도시는 개인에게 "다른 조건하의 그 어느 것에도 비견될 수 없는 풍부한 자유"를 선사한다고 했지만 그 또한 사회관계의 비인격성, 타산적인 정신구조, 무력감, 새로운 자극에 대한 무덤덤한 반응 등이 강화된다는 입장을 취했으며 이 모든 현상을 "완전히 내면화된 화폐경제가 충실하게 주체에게 반영된 현상"이라고 했다. 역시 사회학자인 로버트 파크는 어니스트 W. 버제스와 함께 쓴 〈사회학 입문 Introduction to the Science of Sociology〉(1921)에서 현대 세계의 비합리적 측면을 강조하면서, 현대인이 잔인하고 고도로 감정적이며 암시적인 군중집단과 자신을 결합시킨다고 본 유럽 심리학자들의 연구 업적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현대의 경제적 조건은 가족적이고 지역적인 유대관계를 허물어버렸으며 개인을 해방시켰다. 그러나 파크는 "그 효과는 모든 사회적 결합을 해체하고 사회를 개별적 원자로 환원시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해방된 힘은 광범한 혼란의 원천이 되었다. 예전의 결합 체제로부터 이탈된 개인들은 더욱더 새로운 것에 쉽게 빠져든다. 이러한 혼란의 와중에서 새롭고 위험한 정치적·종교적 운동이 생겨나며 이는 새로운 사회질서에 대한 인간의 모색을 드러내준다"고 쓰고 있다.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대중적인 정치행동이 증가하고 강화되었는지를 가리는 것은 어려운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집단행동의 성격이 변화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사람들은 공장과 노동자계급 주변에서 큰 규모의 동질적인 집단을 만들어냈다. 노동조합과 정당 같은 대중을 쉽게 동원할 수 있는 특수한 이익집단이 발전해왔다. 공공교육의 확대를 통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 절차에 대해 배우게 되었고 참정권의 확대는 이런 합리적 절차를 활용할 기회를 증대시켰다. 한편 질서와 합리성의 가능성이 의문시되었다. 새로운 과학적 사고의 분위기는 키에르케고르나 니체의 저작에서 뚜렷하게 표현된 것처럼 종교의 낡은 진리를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객관적 과학의 가능성조차 거부했다. 마르크스와 프로이트는 과학의 전통에 머물러 있었지만 인간의 신념과 행동의 사회적·심리적 원천을 폭로하고 과학 그 자체의 주관적 근원을 드러내보임으로써 과학에 대한 회의주의에 한몫을 했다. 대중과 전체주의 대중사회 개념은 민주화와 공동체 균열이라는 개념을 내포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념은 대중사회가 독일의 나치즘을 비롯한 20세기 전체주의의 주요근거가 되었다는 점에서 거부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생각은 한나 아렌트, 에리히 프롬, 카를 만하임 같은 망명 독일 지식인들에게 뚜렷이 나타났다. 독일 나치즘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대중사회 이론가들은 전체주의의 사회적·심리적 전제조건들에 주목했다. 이중 H. 아렌트는 전체주의가 계급이 아닌 대중에 기반을 두고 구축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그녀는 계급적 기원을 갖는 19세기의 폭동과 20세기의 대중을 구분했고, 가족이나 공동체의 쇠락보다는 주요한 사회적·정치적 절차에 대한 참여에서 소외된 다수의 고립감을 강조했다. 그러나 모두가 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망명 지식인인 프란츠 L. 노이만은 대중을 현대 산업자본주의와 대중민주주의의 극단적인 결과로 파악했다. 나치 이전 독일을 특징지웠던 것은 사회생활에 대한 참여에 다수가 거부감을 가졌다는 것이라기보다는 인간관계를 만족시킬 만큼 사회의 관료체계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것이 노이만의 생각이다. 바이마르 공화국이 비인격적 조직의 형태로 개인들의 생활을 지배했으나 적절한 통솔에 실패하면서 히틀러 같은 인물이 등장할 바탕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중사회론은 노이만이 제시한 류의 분석보다 심리학적 관점과 점점 밀접하게 결합되어가는 추세이다. 대중사회에 존재하는 개인들의 심리적 조건은 고립감, 고독, 개인적·집단적 동일성에 대한 갈망, 비인격적 인간관계, 개인적 감정의 내밀화 같은 용어 속에서 표출된다 (→ 색인 : 소외). 공동체 사회는 수치심과 명예에 의해 통제되고 19세기 영국 같은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자존과 죄의식의 지배를 받지만 대중사회는 암시성과 불안에 의해 규정된다고 파악되었다. 주로 E. 프롬에 의해 발전된 이러한 견해는 사회과학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쳤다. 대중사회의 평가 대중사회 이념의 비판 급격한 도시화·산업화·관료제화가 진행되었으나 친밀한 개인적 관계는 개인의 생활양식에서 여전히 기본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개인 및 매스컴과 거대조직 사이에 인간적인 고리를 만든다. '대중사회가 전체주의로 흐를 경향을 띠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서부 유럽의 국가들이 도시·산업·관료제·매스컴 등이 없는 사회가 되는 경우나 전체주의적 국가가 되는 경우 모두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원자화된 대중을 향한 참주 선동가의 호소로 전체주의를 설명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대중사회란 현대산업사회 전반에 적용하기에는 너무 포괄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특정 사회, 특정 시기에 부각된 전체주의에 일괄 연결시키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예를 들어 대중사회의 상(像)에 가장 적합한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사회를 전체주의화할 만한 극단적인 사회운동이 발전하지 않았다는 점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대중사회의 과거와 미래 미국의 사회학자 루이 워스는 〈생활양식으로서의 도시생활 Urbanism as a Way of Life〉(1938. 7)이라는 글에서 당시 유행하던 대중사회에 관한 관점을 개진했다. 도시에서는 친족관계나 이웃관계와 같은 1차적 관계가 2차적 관계로 대체되었으며 과거와 같은 전통적인 연대가 붕괴되어간다는 식의 설명으로 요약되는 이 주장은 앞서 지적했던 것처럼 적절하지 못하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전혀 통용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도시 중심부'처럼 대도시 중심의 저소득자 거주지역에서는 이런 주장이 타당할 수 있다. 또 제3세계 지역의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도시화와 거기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설명하는 데에도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대중사회라는 이데올로기는 산업사회 생성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효과를 강조한다. 대중사회론에 의해 제기된 문제들 일부에 대해 경험적인 연구를 통한 해답이 주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무엇이 가장 바람직한 생활방식인가에 대해서는 심한 이데올로기적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 사람이 전통적인 공동체의 해체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윤택한 생활, 새로운 역할, 새로운 생활방식에 기초한 새로운 공동체의 창출로 이해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대중사회라는 개념은 자체의 이데올로기적 요소들 때문에 근대화·도시화·산업주의와 관련된 구체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는 학자들에게 계속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대중사회론의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성격과 사회과학의 경험적 탐구가 생산적인 긴장관계를 유지할 때 가장 바람직한 성과가 기대된다. 그런 점에서 대중사회의 성격에 관한 활발한 탐구는 대중사회론이 불러일으키는 현대생활에 대한 회의주의적 관점을 희석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Macropaedia| 박정의(朴正義) 옮김 참고문헌 대중사회의 정치 : W. 콘하우저, 홍순옥 역, 제민각, 1990 제3의 물결 : A. 토플러, 유재천 역, 주우, 1981 이데올로기의 종언(문예문고 4) : D. 벨, 임헌영 역, 문예출판사, 1977 이데올로기와 유토피아 : K. 만하임, 임석진 역, 지학사, 1975 Mass Society : Salvador Giner, Martin Robertson, 1976 The Theory of Mass Society, (Diogenes vol. 39) : Edward Shils, 1962 출전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CD GX], 한국브리태니커, 2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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