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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목련반 29번 이예림-청자죽순형주자
 1) 머리말 2002년 8월 10일 방학 숙제를 위해 친구들과 중앙박물관을 찾았다. 숙제를 위해 찾긴 했지만, 아주 어릴 때 한번 와보고 처음이라 약간 기대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목표는 숙제! 오기 전부터 나는 고려 청자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가장 하기 쉽고, 쓸 것도 많고, 최근에 배운데다가 청자의 그 아름다운자태와 미끈한 곡선미를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친구들과 이왕 온 김에 다 보고 가자고 결심하고, 이곳 저곳을 둘러봤다. 어렸을 적에는 '그냥 저런게 있는가 보다.' 하고 지나쳤던 것들을 이제는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하나하나 구석까지 뜯어보고, 감탄하고... 고려청자 전시실에 도착했을 때 쯤에는 발 뒷꿈치며, 허리가 막 쑤시고 그냥 앉아만 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래도 숙제를 위해 다시 몸을 일으켜서 고려청자들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고려인들은 나를 져버리지 않았다. 가는 곳마다 청자의 자태에 놀라 탄식이 절로 나왔다. 그 중에서도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청자죽순형주자였다. 나는 예사롭지 않아보이는 죽순형주자의 매력에 빠졌다. 그래서 이 주전자를 주제로 선택한다. 2) 본론 청자죽순형주자는 그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죽순을 형상화한 주전자이다. 이 같이 식물이나 동물을 모방해서 만드는 상형청자는 그 사물의 특징을 간결히 묘사해 그 장·단점을 쉽게 나타내는데, 이 청자도 상형청자이니 만큼 죽순의 특징을 간결하면서도 세세하게 잘 표현했다. 이 주전자는 둥글고 앙증맞은 죽순형의 몸체에, 구부린 대나무 줄기 모양의 주둥이와 손잡이를 갖고 있다. 몸체는 단지 둥글기만 한 것이 아니라 위쪽으로 갈수록 오므라들면서 뚜껑에 이르러서는 마침내 새로 싹트는 듯한 뾰족한 죽순의 모양을 하고 있다. 뚜껑과 손잡이에는 동시대의 여느 주전자들처럼 노끈을 메달 수 있도록 한 구멍이 보인다. 좀더 자세히 보면, 죽순의 윤곽선 하나하나 하며, 잎사귀 하나에 수도없이 나열된 가녀린 잎맥, 어느쪽을 봐도 색이 고르도록 잘 발라진 유약까지 그 어느 것 하나 제작자의 세심함과 정성이 묻어있지 않은 곳이 없다. 이 주전자는 아마도 귀족들의 식기로 사용되었던 것 같다. 그 소재가 사군자 중에서도 군자의 성품에 곧잘 비유되는, 절개와 지조를 나타내는 대나무라는 점에서 서민적이기 보다는 귀족적인 냄새가 난다. 약간 의아한 점은 다른 것들에 비해 화려한 맛이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흉내낼 수 없는 은은한 비취색과 실감나게 표현된 옆맥, 손잡이와 몸체를 이루는 곡선의 아름다움이 자아내는 고급스러운 멋은 귀족들이 추구한 미를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 주전자의 제작자가 추구한 미는 어떤 것이었을까? 그건 너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을 은근한 아름다움 같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아한 멋스러움과 복잡함 대신 단순해서 식기로서의 실용성을 높힌 주전자. 이 주전자가 다른 것들에 비해 더 돋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인 것 같다. 단순하지만 아름답고, 단순하지만 투박스럽지 않은... 이것이 바로 이 제작자의 제작 의도가 아니었을까? 3) 결론 이 주전자를 처음 봤을 때 우선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둥글둥글 풍요로운 몸매하며, 뾰족한 모자를 쓰고 있는 듯한 뚜껑이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나보다. 지금까지 내가 죽순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중국요리였다. 상아색의 죽순이 다른 재료들과 잘 섞여 접시에 담겨있는 모습... 하지만 이 작품의 제작자는 먹을 것 보다는 기발한 창의력을 보이며 이렇게 대단한 예술작품을 완성해냈다. 죽순을 보면서 주전자를 생각한다? 보통 사람으로선 쉽지 않은 일이다. 보통은 나처럼 음식을 생각하겠지... 여기서 나는 제작자가 평범한 사람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것 한가지를 보더라도 다른 사람과는 차별되는 안목!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힘! 그 평범한 소재를 결단코 평범하지 않도록 만드는 힘! 이것이 내가 이 주전자를 보면서 느낀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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